[카카오플백 30일]매일 현대미술 감상하기 3일차
2020년 가을, 카카오플백의 30일 프로젝트 '매일 현대미술 감상하기' 매니저로 참여하면서 '오늘의 주제'로 소개한 작품, 작가, 이야기들.
어떤 것은 예술이고, 어떤 것은 예술이 아닌가라는 질문을 접할 때마다 떠오르는 작가는 피에로 만초니(Piero Manzoni)입니다.
피에로 만초니는 1961년 한 달동안 통조림 60개를 제작해 일련 번호를 붙이고 진품임을 보증하는 서명을 남겼습니다. 이 통조림의 겉면에는 4개의 다른 언어(이태리어, 독일어, 프랑스어, 영어)로 다음과 같이 적혀 있습니다.
예술가의 똥
- 정량 30그램
- 신선하게 보존됨
- 1961년 5월에 생산되어 저장됨
이 작품을 처음 선 보였을 때 만초니는 캔 한 개의 가격을 통조림 무게와 같은 금값(18K 기준)으로 책정했다고 합니다. 당시 금 시세로 보자면 35달러 정도였는데요. 이후 가격은 점점 올라 주요 미술관들은 한 개의 캔을 억 단위로 구매하기 시작했습니다. 가장 최근의 경매 기록은 2016년 밀라노로 1캔에 경매가 275,000유로(한화 3억 6천만 원)를 기록했습니다.
여기까지 읽고 현대미술이란 무엇인가, 라는 생각이 든다면 작가의 의도를 어느 정도는 이해했다고 볼 수도 있습니다. 당시 만초니는 예술가에 대한 컬렉터의 기대와 미술 시장을 조롱하기 위해 이 작품을 만들었다고 말했거든요.
동료 예술가이자 친구인 벤 보티에(Ben Vautier)에게 보낸 편지에 그는 아래와 같이 썼습니다.
“컬렉터가 아티스트에게 가장 친밀하고 개인적인 것을 원한다면, 여기 예술가가 직접 싼 똥이 있다. 이 똥은 진정한 작가의 것이다.”
이 작품에는 항상 ‘캔 속에 정말 똥이 들어 있는지’에 대한 논란이 따라 붙습니다. 하지만 내용물을 확인하자고 뚜껑을 여는 순간, 작품은 훼손되고 가치는 떨어지죠.* 사람들은 어쩌면 이 작품이 지닌 그 신비감을 샀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실제로 한 컬렉터가 미술관에 이 작품 보관을 의뢰했는데, 녹이 스는 바람에 한화 5천만 원을 보상받은 일이 있습니다.
덧붙이는 이야기 1.
MoMA의 소장품 정보에는 아래와 같이 기록되어 있네요.
Medium : Metal, paper, and “artist’s shit”
덧붙이는 이야기 2.
만초니의 통조림을 소개하다 보니 떠오르는 사건이 있습니다. 2019년 아트바젤 마이애미에서의 바나나 사건이죠. 궁금하신 분은 아래 기사를 참고하세요. 기사의 결론은 저의 견해와 전혀 다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