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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트래블 #4 그뤼네스반트

죽음에서 생명의 공간으로

by 온더트래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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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동서독을 갈라놓았던 국경지대, DMZ. 이곳은 철의 장막이라고 불리며, 한때 철의 장막이 북쪽의 발트해에서부터 남쪽의 바이에른 주까지 지나며 독일을 갈라놓았다. 철조망에 더해 처음에는 지뢰들이, 나중에는 자동발사장치가 동서독 사이의 국경지대를 감시했다. 통일이 되기전 동독을 탈출해 서독으로 가려다가 이 곳에서 사망한 사람들만 수백 명에 달했다고 한다.


그러나 지금 이 곳은 철이 아닌 새로운 공간으로 탄생했다. 총 1,393 킬로미터 길이에 이르는 녹색 띠 그뤼네스반트(Grünes Band)가 독일을 위에서 아래로 가로지른다. 독일 전국을 가로지르는 이 녹색지대는 동식물들에게 새로운 서식지를 제공하는 동시에 갈등으로 뒤덮였던 역사를 안고 있는 것이다.

죽음의 공간이었던 분단 현장이 생명의 상징 공간으로 탈바꿈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1972년 ‘동·서독 관계 기본조약’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 조약을 맺은 뒤, 동·서독은 이듬해 ‘접경위원회’를 설치해 수자원, 에너지, 자연재해 방지 등 협력에 나선다. 이후 1989년 베를린 장벽이 붕괴되면서 독일은 생태의 보고로 바뀐 국경지대를 보전하기 위해 그뤼네스반트 사업을 시작한다.


그러나 이 과정도 역시 쉽지 않았다고. 통일 이후 국경지역의 토지가 과거 소유자에게 돌아가 국가의 관리 대상에서 벗어났고, 일부 토지는 기업에 매각돼 생태계 훼손의 위험에 빠졌다. 하지만 독일 정부는 생태계 보전을 위해 국경 일대 사유지를 집중 매입해 국유화했고, 이 일대를 국가자연유산으로 지정해 주 정부에 귀속시키면서 지금의 녹색지대를 탄생시켰다고 한다.


현재의 그뤼네스반트는 스칸디나비아, 발트해, 중부유럽, 발칸 등 24개국을 통과하는 1만2500㎞로 확대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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