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이란 마치 해변가의 모래성처럼 파도 한 번에 위태로워지기도 한다. 그런 의미에서 과거의 불행을 거울삼아 현재를 조정하는 것은 진정한 극복이 아니다. “~에 의해서, ~ 때문에”라는 문법으로 인간은 현명해지는 것이 아니라 되려 획일화되는 것이다. 바다가 휩쓸어간 것은 언제나 내가 쌓아 올린 모래더미뿐만은 아니었다.
그러나 누군가는 매일같이 마음을 졸이며 흔들리고 턱밑까지 치고 올라온 숨에 몸부림친다. 그는 시간에서 해방되어 자기 자신을 응시한다. 인간은 때로 돌풍처럼 몰아치는 심장박동과 아득해지는 감각에 사로잡힌다. 그러나 무엇이 그를 그렇게까지 몰아칠 수 있을까? 극복의 잠재태는 오직 단 하나만을 위한 분별없는 정신과 미친듯이 솟구치는 붉은 피에, 즉 죽음과 가까이 있어야 한다.
인간이 불완전하고 나약하다면 그가 정말로 그러해서가 아니라 당신이 얼마나 뜨거워질 수 있는지 알 수 없어서다. 자신의 심장을 숨이 넘어갈 만큼 달리다 끝내 죽여버릴 수 없어서다.
그럼에도 이는 결코 아름답지 않다. 되려 처참하게 일그러진 몰골로 그런 싸움을 계속할 뿐이다. 그래서 인간은 매 순간 흔들리고 마음 졸이며 때때로 어찌할 바를 모른 채 제 한 몸 제대로 가누지도 못하는 것이다.
인간이란 한낱 모래성에 불과하다. 하지만 인간이 사랑스러울 수 있는 이유는 그가 건너가는 존재이며 몰락하는 존재라는 데 있다. 건너가고 몰락하면서 무언가가 마음속 깊이 사무친다. 그리하여 인간은 그 무엇이 자기 자신에게 불가항력적이라는 사실을 직시하게 된다.
인간은 불가항력 앞에서 자신의 운명을 예감한다. 삶은 사무치는 것이다. 무언가가 반복 될수록 더욱 강렬하게 사무친다. 사무치며 불꽃이 일다. 그 불꽃은 바다를 두려워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