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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 여행이 시작되다

그 시절로 돌아가도 내 선택은 똑같을 것 같다

by 봄날의여행

20대의 마지막을 세달쯤 남겨놓은 어느날, 회사에 사표를 냈다.

3년간 다닌 것이 무색하게 인수인계도 없이 일주일만에 퇴사 처리가 됐다.


상사와의 갈등도 힘들었지만, 사표를 낸 데에는그보다 더 큰 이유가 있었다.

내 인생의 가장 아름다운 이십대의 마지막을

특별하게 보내고 싶다는 소망이었다.




그래, 여행을가자. 근데, 어디로?'


그때 갑자기 인도가 떠올랐다.

그리고 바로 델리행 항공권을 끊었다.

그것도 40여일간.


제대로 여행을 떠나본 적 없는 내가

혼자 여행할 수 있을까.


그러나 그보다 더 걱정되는 건 남자친구였다.

오래 사귀었기에 자연스럽게 결혼얘기가

막 나오던 참이었다.


'나 부탁이 하나 있는데 들어줄 수 있어?'

'뭔데?'

머뭇거렸지만 항공권도 이미 끊어놓았기 때문에 얘기를 이어나갔다.


'나 혼자 여행갔으면 해. 큰 이유는 없어.

그냥 단지 여행을 하고 싶을 뿐이야'


침묵이 흘렀다.

'그래. 너가 많이 생각하고 결정한 일이겠지. 널 믿으니 별 문제없을거야'

조금의 간격을 두고 말이 이어졌다.


'하지만, 여행후에는 결혼을 생각해보자'

그는 그렇게 나의 여행을 축하해줬다.


하지만 결국 이 여행이

그와 나 사이를 멀어지게 할 거라는 걸

그때는 몰랐다.






난 그렇게 인도로 떠났다.

그리고 소원대로 20대의 마지막날은

남인도 함피의 북적대는

한 여행자 까페에서 보냈다.



바라나시로 가는 기차에서 보았던 아름다운 일출,

자이살메르 사막에서 느꼈던 부드러운 바람의 숨결,

이름만큼이나 아름다운

아라비아 해의 붉디 붉은 석양.


여행의 매순간 내 심장은 쿵쾅 쿵쾅 소리를 냈다.

그리고 깨달았다. 그동안 나의 심장은 얼어붙어있었다는 걸.





여행 후 그와 이별을 했다.

그러나 어쩌면 여행은 핑계일지 모른다.

돌이켜보면 여행이 아니었어도

난 결혼을 선택하지 않았을 것 같다.



벌써 10년 전 일이다.

인도여행은 나를 새로운 모습으로 만들었고,

나의 여행은 계속됐다.




'사랑이 인생의 주식이라면,
여행은 인생의 후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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