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를 들어간다...?
서울대에서 관악산 공원으로 쉽게 건너 갈 수 있으리란 짐작은
어림없었다.
애초 서울 둘레길 12코스 , 신림선 관악역~ 1호선 석수역을 가려던
계획이 여지없이 무너진 것이다.
너무 깊이 들어가 되돌아 나오기도 싫어서 "좀 무리를 해서" 개울 넘어
관악산 공원으로 빠져 나왔다.
관악산 공원은 어린이 물놀이장이나 숲 속 연못을 포함해 시설이 너무 고급지고
잘 꾸며져 있었다.
좋는 쉼터에 앉아 뜨거운 커피에
단팥빵을 먹는다.
땀이 식는 몸에 뱃속이 따스하고
달달한 아주 좋은 느낌.
靑雨.
가평쪽에 잣나무 숲위로 비가 내리면
푸른비라 해서 靑雨山이 있지만,
지금 내 눈 앞에도 푸른 비가 내린다.
물기 머금은 나무 잎들은
햇 살이 없어도 빛이 난다.
눈을 감고
빗소리와 개울 물 소리를 듣는다.
깜박 명상.
비는 꽤 오는데
계곡 속의 빨간 우산, 파란 우산은
누구일까?
뮤슨 이야기를 하고, 무엇을 보고 있을까?
서둘러 내려오는 사람들이 몇 있을 뿐,
숲은 조용하기만 하다.
숲이 좋아 조금씩 오르다 보니
초록 숲길 끝, 약수터까지 왔다.
어느 지점인지 정확하지 않지만,
"로버트 프로스트 의 가지 않은 길"
詩 를 새겨둔 표지판이 있었다.
두 갈래길에서
내가 선택한 길과
선택하지 않은 길.
(서울대는 내가 선택하지 않은 길은 아니었다)
이 작고 푸른 길에도
여러갈래의 길이 있다.
"가지 않은 길"은 내가 선택하지 않은 길 이었지만,
사실 되돌아보면
내가 선택하지 못하고
"떠 밀려 선택 되어진 길"도
많은 것 같다.
"운명"까지는 아니어도
세상사 그렇게 마음대로
선택 해 가면서 살기가 어디 그리 쉽겠는가.
서울 둘레길 12코스 들머리를 잃어 좀 걷다가 내려가려 했었지만,
내가 오늘 확실히 선택한 길은 이 초록 숲길을 넘어
안양쪽 관익 역으로 가는 길이다. 관악역에서 다시 관악역으로...?
이미 올라 온 길을 포함 해, 표지판 기준으로 삼막사 까지 5.7km ,
산 아래까지 3 km 남짓 추가 될 거리이다.
제 2광장을 지나쳐 무너미 고개로 넘어 가는 길은 좀 짧은 경사도 있지만
그리 어려운 길은 아니다.
산 안개가 훅 몰려온다.
고개를 넘어 관악산 능선을 보니 내 위치가 좀 헛갈리기도 하고,
실제 호압사 족으로 잘못가서 되돌아 오기도 했다.
여기는 거의 10 여분마다
김포공항 내리는 비행기 항로여서
좀 시끄럽기는 하다.
삼막사 경내.
아름드리 늠름한 소나무와
접시꽃 두 송이가 좋은 그림이 된다.
갑자기 날씨가 확 개여
푸른 하늘과 맑은 햇 살이 눈 부시다.
오늘 내 선택에 대한 축복인가?
오래 전 몇 번 와본 삼막사는 많이 달라졌다.
크고 화려해 진 것이다.
원효대사가 창건 했다니
실로 전동 고찰이다.
실제 경내 좋은 곳에 통일 신리시대 3층 석탑이
매우 아름다웠다.
안양 유원지 까지는 2.2 km.
좀 힘들어서 법당에서 한 참 앉아 있었고,
"신도 아니면 안태워 준다"는
삼막사 승합차를 얻어타고 관악역까지 왔다.
안내판 기준 오늘 산행은 약 11 km.
하루 종일 다닌 거리는 3만보에 21 km 이었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