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나푸르나 BC 트레킹 1.

2015년 4월

by 류성철의 작은여행
원효봉에서

작은 여행은 아니었습니다.

32년 재직한 직장의 정년을 맞아 꼭 가보고 싶었던 안나프르나 베이스 캠프를 다녀와 당시 정리한 글을 8편으로 나누어 소개 드립니다.


산이 앞을 가로 막았다.

하늘로 치솟은 벼랑길 앞에 망연히 서 있을 수 밖에 없었다.

처음 오는 길도 아니고, 혼자 가는 길도 아니다.

못해도 서른 번은 더 지나간 길이요, 내 옆으로 주말 등산객들이 개미줄 처럼 꼬리를 물고 가고 있었다.

느닷없는 이 멈춤은 무엇인가.

마르고 탁한 황사 바람이 거세게 몰려 왔다. 길 한 켠, 소나무 아래 나는 오래 앉아 있었다.

모처럼 혼자 이른바 ‘북한 산성 12성문 종주’를 시작한 것이 오전 8시 였다.

대서문 아래, 시작부터 숨을 가쁘게 몰아 쉬게 하는 의상봉을 오르면서 부터 쫒기 듯 속력을 내기 시작 하였다. 공연히 마음이 조급해지고 늦으면 무엇을 잃을 것 같은 초조함이 엄습 해 왔다.

용출,용혈, 나한봉, 문수봉 거친 오르막길을 도망치듯 달렸다. 대남문, 대성문이고 보국문 위를 냅다 달렸다. 산성위 능선길, 노적봉 목 언저리를 지나 만경대 허리 쯤, 그리고 저 앞의 백운대 큰 벽을 마주 하고서

나는 달리기를 멈추었다.

4월10일. 히말라야 트레킹의 출발 일이다.

왜 거길 가냐고, 아내가 물었다. 사무실 동료들을 포함 해 어쩔 수 없이 말하게 된 사람들의 눈 밫도 그랬다. 정작 궁금한 건 나 자신이다.

왜 거길 가냐? 그 걸 모르겠다. 정말 모르겠다.

몇 가지 추론은 가능 할 듯 하다.

올 해 정년 퇴직을 해야 한다. 아닐려고 해도 아쉽고 아깝고, 불안하고 당황스럽다. 첫 직장 그대로 30년이 흘렀고, 퇴직이 아까운 것이 아니고, 그 다음 날들의 내 모습이 당황스럽다. 그래서 나는 떠나려 하는가.

길고 달달한 휴식이 필요하다. 열심히 일한 당신 떠나라? 새로운 활력과 또 다른 에너지의 충전을 위하여 ‘ 나 있는 곳으로 부터 멀리’ 떠 나는 휴가가 필요한지도 모른다. 아내가 그렇게 말 해 주었다.

‘당신, 그럴 자격 충분 해!’ 그래서 나는 떠나려 하는가.

년 초, 올 해 내 생활의 기본 원칙 첫 번째로 ‘참회와 겸손’을 꼽았다. 늘 로또 당첨을 꿈 꾸었다. 그것으로 이러 저러한 미래 설계를 되풀이 했다.정작 로또를 사 보지는 않았다. 되지도 않을 로또지만, 사지도 않는 당첨의 행운은 도대체 얼마나 황망한 일이란 말인가.

지금처럼 저 높은 바람벽 앞에 망연히 서 있는 모습 처럼 말이다.

히말라야. 그 태초의 빙벽 아래, 아주 가까이 갈 수는 없어도 그 싸늘하고 매서운 위엄 앞에 서 보고 싶다. 나를 내려놓고, 참회하고 마음을 다 잡으며 불현듯 솟아나는 용기를 갖고 싶다.

아주 오래 전부터 나는 산을 좋아 했다. 몇 일을 쉬지 않고 헐떡거리며 오르고 오르고 오르면,

어쩌면 결론이 날 수도 있으리라.

2015.0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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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공항

출발은 신선하고 즐거운 것이다. 새벽 5시, 공항버스에 몸을 실으니 후두득 좀 힘이 빠지는 느낌이다.

다소간의 두려움인가? 드디어 출발이구나. 정류장까지 따라온 안타까운 표정의 아내에게 손을 들어 준다.

새벽 5시의 배웅은 매 주 월요일이면 되풀이되는 日常이다. 근무지가 대전으로 바뀐 지난 해부터 우리는 주말부부이고 새벽 5시가 내 출근 시간이었다.

아내의 뒤 편에 잠이 덜 깬 아들의 무표정이나마 없는 것은 서운함이다. 아버지의 장기간 여행길에 무거운 짐 뻐쩍 들어 메고 나서기를 바라는 게 내 욕심일까

밝아지는 새벽 길.

차창에는 아직 내 모습이 투영 되어 있다. 그래!! 즐겁게 가 보는 거야. 멋있게 다녀오자. 내게 속삭여 준다.

사실, 좀 멀리 그리고 길게 다녀오는 山行일 뿐인 것이다. 버스 아니고 비행기 타고 가는 차이 일 뿐이다.

부산한 공항, 늘 그런가 보다. 세상은 보이든 보이지 않든 늘 빠르게 움직인다.

북적이는 여행객들과 산더미 같은 짐들은 무엇인가.

공항 창문 밖으로 태양이 떠 오르고 있다.

울 해 첫 날, 우리 딸 지수가 출국 할 때도 저랬지. 밝고 멋있는 일출 이었다.

문득 외로움이 몰려 온다. 히말라야 같이 갈 팀도 아직은 조우하지 않았다.

아마 네팔 공항에 가서야 만날 모양이다.

네팔공항.

A Warm welcome to Nepal ! 따스하게 환영 한다더니, 참 날씨가 따스하다 못해 덥네.ㅋㅋ

혼자 웃어본다. 나를 안내한, 나중에 안 이름 보히라, 현지 가이드가 꽃다발을 목에 걸어 준다.

이제 네팔에 온 거네. 버스에 타는 우리 일행들… 모두 8명이다. 세 명의 친구일행, 두 명의 처남 매제지간, 그리고 남녀 한쌍. 서로 눈인사를 나눈다. 나 혼자 외톨이? 그러려고 온 것 아닌가.

그래도 저들과는 내가 먼저 다가가서 친해져야지?

호텔 체크인 후 타멜 시장 구경

카투만두 최대 전통 시장. 등산 장비를 파는 곳이 유독 많았지만, 환전, 전통 공예품등등

시장은 법석대고 사람들로 넘쳐 났지만, 먼지도 많고 열악 했다.

경찰도 상인들도 관광객들도 절반 이상이 마스크를 쓰고 있다.

저녁은 네팔의 정식, 달바트. 전통 무용 공연도 곁들인 아주 고급이었다.

나는 잘 먹었는데 일행들의 평가는 별도 였단다.

“만두 속에 뭐가 들었을까요?” 나의 개그….? 정답은 “카투” 야채만두에는 야채가, 잡채

만두에는 잡채, 카투만두에는 카투? 썰렁하단다.

내일은 포카라로 이동, 본격적인 트래킹이다.

설레는 네팔의 첫 밤이여…….



월10일, 출발,비행기 안

장터처럼 시끄럽다. 모두들 밥 먹느라고 난리.

비행기는 중국 땅을 벗어나 미안마 북쪽을 날고 있는 중이다.

히말라야! 느닷없는 서두름이었다. 막연하게 ‘가야지!’ 하던 히말라야를 정유정의 ‘히말라야 환상 방황’ 을 읽고 조급 해 졌다.

아니 법 상 스님의 책을 읽고부터는 단지 산행과 여행에서 순례와 수행으로까지의 욕심이 생긴 것이다.

정년 퇴직을 한 뒤에나 갈 수 있을 듯 하더니, 얼마 남지 않은 직장 생활의 만용으로 4월 결행을 한다.

기대하자.

‘정말 멋있는 내 생애 아주 멋진 EVENT가 될 것이고, 의미 있고, 아름다운 여행이 되리라.

ABC를 오가는 히말라야의 길다란 여정, 끝없이 걸어가는 길 위에서 나는 많이 느끼고 생각 할 것이다.

마음 속에 담아둔 대로 호연한 기세를 떨치기도 하고, 순수한 마음으로, 마치 부처님 앞에서 처럼 기도를 할 것이다.

히말라야! 그 오랜 꿈을 기차게 이루고 올 것이다.

다시 새로운 세상을 만들어 갈 것이다. 만년 설산의 웅혼한 기운을 받으면, 나는 보다 더 용감하고 대범하고 씩씩한 내가 될 것이다.

눈이 부시도록 아름다울 雪山의 연봉들이여!!

내가 가노라.

나를 드러내고 싶었다.

세상의 많은 것들과 부딪혀 살면서 무수한 그리고 무한의 욕심을 끌어안고 살면서, 버젓한 존재감을 드러내고 싶은 본능으로 부터

벗어 날 수가 없었다.

그러면서도, 지나온 삶을 되돌아 보면 늘 주춤거렸고, 숨어 있었고 욕심을 내면으로 삼키며 살았다.

‘평범하게 사는 것’은 내가 선택한 것이 아니었다. 높고 낮음, 좋고 나쁨, 길고 짧음의 측정 단위에서 어디 쯤이 중간이고 평범함 인지

가늠할 수 없었다. 그러다 보니 내가 살고 있는 평범도 결코 평범이 아닐 것이다.

히말라야.

여기서는 알 듯하고 가늠할 수 있을 것 같다. 저기 팽연한 설산 설봉은 분명 최상위급의 존재일 터,

그리고 여기 아래. 황막한 고원을 오른다. 백 수십이 넘을 계단에서 척박한 농사를 일구는 사람들의 노력은, 내가 직장인으로 살아 온

30년 시간의 농사일과 다름이 아닐 것이다.

분연히 일어나 계단 밭을 다닥다닥 밟고 올라가 저기 설산의 봉우리에 서면, 비록 방만의 욕심일지언정 내 삶의 존재감은 최상급이리라.

그래서 걷는다. 또 걷고 걸어 오른다.

잠시 내리막 길을 치다가도 다시 계곡을 출렁출렁 건너 또 오른다.

깨끗하고 분명 할 설산의 봉우리는 가까이 온 듯 하다가 다시 멀어지고 멀어진 듯 다시 가까워 짐을 반복하고 있다.

히말라야- 그래서 히말라야에 왔다.

순일한 일상을 깨고 좀 더 다른 곳, 다른 모습의 나.

어쩌면 주변의 타인과 구별되는 나, 그래서 선연한 존재감을 드러내고 싶은 욕심으로 지금 이 히말라야 언덕을 넘고 있는 것이다.

허 허 … 애당초 저 설봉에 서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고 또 목표점도 아니다.

그것을 모를 리야 있겠는가. 그래도 좀 더 가까이 더 높이 오르고 서 보는 것이다.

저 아래로부터 저 위까지의 중간에서 내가 서 있는 곳이 어디인지를 분명히 하고 어느 쪽으로 가고 있는지, 가야 하는지를 가늠하는

과정인 것이다.

사실, 잠시 돌 터기에 앉아 숨을 고르다 보면 지나온 길과 앞으로 가야 할 길을 더듬고 재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싶어

허망하고 허탈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그럴 때면 에라! 여기 앉아있음, 지금 여기 있음의 분별이 더 중요함을 자각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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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 있으면 어떻고 어디로 가고 있으면 또 어떠랴

서둘러 가도, 더디게 가도 히말라야의 산 속은 끝이 없고, 오늘 해 떨어져 멈추어야 할 그 곳은 어차피 정해진 것 아니겠는가.

트레킹 둘째 날,

세상에 해 뜨는 전망이 최고라는 푼힐 전망대를 포기하고 척척히 쏟아지는 빗속을 걷고 걸어 온 하루였다.

곳곳의 날리구라스 꽃들은 햇 살처럼 피었는데, 정작 햇 살은 한 줌도 없이 3,000 미터 봉우리에서 내려오고 또 내려온다.

내일 다시 고도를 높일 것이언정, 오늘은 계곡 속으로 밀림 속으로 숨어 들기만 했다. 빗속에 높은 벽 물 줄기는 세찬 소리를 내고

어느 지점에선가는 배하얀 원숭이가 우리를 보고 끽끽 댔다.

환전하러 간 은행 창구에서 직원이 물었다. 어디로 여행 가세요? 히말라야요.

히말라야요? 산악회서 가나요? 아니요, 혼자….. 혼자요?

나를 드러내고 어설픈 자랑질에 나도 어지럽다.

비가 그치면 저 아래의 구름이 위로 올라간다.

아래 깊은 계곡은 구름에 가렸는데 위의 마차푸차레 봉우리는 의연하다.

츄일레. 여기가 오늘 우리가 발 길을 멈추어야 할 목적지다.

어둠이 하늘에 드리우기 전, 길지 않은 시간에 우비를 털고, 사진을 찍고,

하늘을 보고…. 분주하다.

구름이 봉우리 위로 솟아 오른다.

깊숙한 골짜기를 헤집고 나온 지금, 지나온 길과 내일 갈 길을 가늠하는

저녁 시간이 자유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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