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나푸르나 BC 트레킹 7.

by 류성철의 작은여행

4월 18일. 9일차

출렁다리와 당나귀

히말라야에서 출렁 다리를 건너는 것은 최고의 재미진 일이다.

대개의 경우 아주 깊은 협곡이고, 저 아래 물살이 세차게 흐른다. 다리가 흔들리면, 사람들은 휘청 댄다.

촘롱강 출렁 다리에서 당나귀를 만났다. 당나귀가 오면 빨리 건너 오던지, 뒤돌아 서든지 해야 한다.

다리가 출렁일 때면, 주춤거리고, 겁먹은 당나귀 표정이 너무 재미있다.

주인의 호통 소리가 들리면, 선두 당나귀가 앞장을 선다. 그러면 줄지어 출렁대며 떨렁 대며 한 줄로 다리를 건너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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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00 계단을 넘다.

시누와에서 올라가건 내려오건, 촘롱강을 건너는 양 언덕 까지는 3,000 계단이다.

ABC로 올라갈 때(3,000 계단은 내려 가는 길) 가만히 보아하니, 경사가 그리 급하지 않고 잘 만들어 진 계단이다.

히말라야를 내려가는 길이지만 지금은 오르는 3,000 계단이다.

그렇다면 3,000 배 하듯 3,000 계단을 넘어볼까?

NON STOP , NO Speaking, On Counting ….

촘롱강 구름 다리를 건너자마자, 나는 입을 닫았다. 쉬지 않고 올라간다. 100 계단 오를 때마다 팔목에 작은 줄을 그렸다.

뛰는 것이 아니니까, 충분히 가능하다. 3,000 배 하고 있다 생각하니 별 어려움은 없었다.

건너편 언덕 내려 오는 거 빼면 2,200 계단이었다. 선두 가이드 스닐이 엄지 손라락을 세워 준다.

무슨 고집인지, 아집인지, 수행인지, 잘난 체인지…. 나 스스로는 기쁘고 대견하다.

지루하고 힘든 트레킹 중에 그저 즐거운 해프닝이라고나 할까?

촘롱 롯지의 캐치프레이즈는 “Heaven View”이다. 하늘의 View ? 당장 수직으로 400m 가는 오늘 목적지는 물론 뉴브릿지며

란드락, 간드락 까지 까마득한 골짜기 아래가 다 조망되기 때문이다.

눈부신 롯지의 계단 턱에 앉아 나는 오랫동안 이 폼 좋은 멋진 뷰를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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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햇 살을 흠뻑 맞으며 수직의 벽을 내려오고 있다. 발 끝 아래던 지누단다 롯지가 제법 멀다.

약속이나 한 듯 춘천팀, 대전팀이 뒤섞여 같이 내려온다. 사실상 트레킹의 종점?

많은 사람들이 급한 빨래도 하고, 젖은 옷도 말리고, 기념품도 사고, 왁짜한 공간이다.

저 아래 계곡. 2~30분 내려가면 노천 온천이다. 옛 빨래터 같은 곳. 50 루피 내고, 다 보일 듯한 탈의장서 옷 갈아 입고

따스한 온천욕. 이 보다 더 달근한 휴식이 있을까. 반바지,긴바지, 그냥 팬티 다 입고, 포터 가이트, 트레커 다 들 동네 강 가 같은 목욕이다.

수영복 입은 사람은 100% 한국 단체 아주머니, 팬티 수준은 서양 여성들이다.

히말라야 트레킹 기간 동안 만나는 외국인들은 대략 2명 정도의 개별 트레킹이다. 무거운 짐을 포터와 나누어 메고, 천천히 오래 다닌다.

옷차림도 긴 바지, 민소매 티셔츠 이고, 우비도 컬러색을 보지 못했다.

바로 옆에는 희뿌연 계곡의 빙하 녹은 물이 세차게 흐른다.

저기 몸을 담그고 싶다. 조심스레 강가로 내려가 몸을 담근다. 시원 시원-나는 빙하 수에 몸을 담근 두 사람 중의 하나이다.

사실” 여기서 이러시면 안됩니다“ 소리 들을 일이다.

염소 수육에 술 한잔.

그리고 숙소 옥상에 올라 밥 하늘을 본다. 지나온 세월, 안나푸르나, 마차푸차례, 심지어 어제일 까지, 아득한 꿈이다.

은하, 별들의 강물이 보인다. 나는 어디에 있나….

아주 시원한 바람이 불었다. 에베레스트의 정점에서 발원하여 숫한 봉우리를 넘고, 롱다와 타르쵸를 세차게 흔들고, 닐리구라스 꽃 향기를

담고, 언덕을 지나온 바람이다. 나도 느디게 걸었을 뿐, 바람이다. 포카라, 힐레, 고레파니, 츄일레, 강을 건너고 촘롱과 밤부, MBC, 그리고

안나푸르나 BC 를 올랐다. 아니다. 아니? 그보다 더 높고 깊고 긴 바람이다.

청군 백군 모자를 쓰고, 만국기 밑에서 소꿉장난 같은 운동회 부터, 호크를 채운 단정한 교복 부터, 철의 삼각지 깊은 전방의 이등병 부터,

제법 고뇌가 많았던 대학 시절, 그리고 30년이 후딱 지나간 직장 생활….. 나는 산 굽이 굽이의 산맥이고, 저 은하수 같은 강물이며,

히말라야 바람을 닮은 세찬 바람이다.

안나푸르나 빙하의 강 언덕에 기도문을 걸었다.

내가 늘 사용하던 푸른 손수건에 적은 기도문이다.

기도는 절대자에 대한 시혜의 구원이기 보다

내 자신에 대한 다짐이요, 격려이며

경책이다. 더 겸손해 지기를 , 더 용기 있는 사람이기를

그리고 더 행동주의자 이기를 안나푸르나 높은 언덕에

아니 내 마음 속에 걸어 두고 다짐하고, 격려하고,

깊이 새기고 왔다. 그렇게 살아가자. 진짜로 말이다.

山에서의 밤은 오늘이 마지막이다.

내일은 새벽에 산을 내려가 어느 마을에서 지프를 타고 나야폴로 이동한다.

거기서 출발 했으니 그 곳으로 돌아 간다. 버스를 타고 포카라에 갈 것이고, 다시 작은 비행기를 타고 카투만두로 간다.

다시 하룻밤을 자면 한국으로 돌아간다.

한국? 직장? 원래의 나?

조금은 실감이 나지 않는다.

롯지의 옥상에서 느릿 느릿 내려와 짐을 챙긴다. 옹색하고 비좁은 공간에서 잠자는 것, 짐 챙기는 것. 이 소소한 것들도

만만치는 않다. 긴장을 풀어 헤친 사람들의 노래 소리가 아직도 시끄럽다.

절제된 팀의 뒷 풀이는 30분이었고, 그렇지 못한 팀은 밤을 샐 지경. 시끄럽고 요란하고, 화가 나고, 추해 보인다.

롯지는 내일을 위한 휴식처이다. 자기들은 끝났다지만, 내일 부터 오르는 사람도 많고, 우리들도 새벽 다섯 시 부터 내려 가야 한다.

어제 동료 한 사람이 헬기로 실려 내려간, 히말라야의 경고를 받은 팀 아닌가.

무슨 흥에, 무슨 기분에 저리 난장판인가. 한국 아줌마들의 극성을 그대로 보여 주고 있는 것이다.

저들은 히말라야에 올 자격이 없다. 돈과 체력만으로 올 곳이 아니다.

맑은 정신으로, 이 신령한 땅의 엄숙함을 깨닫고, 마음을 단정히 하고 겸손 할 수 있는 사람들만이 올 수 있어야 한다.

저 깊고 높은 빙하의 언덕의 신비를 인정하고 받아들일 줄 알아야 한다.

가슴 깊이 울리는 인간 본연의 심장 박동 소리를 느껴 보려고 와야 한다.

깊은 골짜기의 적막한 잠에 빠져 든다. 시끄러운 무리들의 노래 소리가 아득히 들려온다.

시끄러워도 단 잠을 잘 수 있는 것도 히말라야 트레킹의 매력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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