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과 커피는 어울리나?
깊은 가을. 찌푸린 날씨가 낙엽과는 꽤 좋은 궁합이다. 도봉산역쪽 버스 회사에 왔다가 잠시 샛길로 새서 산기슭 커피집에 들렀다. 창밖 자운과신로봉 그리고 포대능선이 엄청 반갑다.
커피는 깊고 따스하고 달다.
도봉산을 담는 길가의 화가 두분은
얼핏봐도 80 세 가까워보인다.
자알 그리시네요.
그냥 시간 보내는거지.
단풍과 저녁, 흐린 안개가 두툼한 물감을 통해 작은 화폭으로 스며든다.
유화의 질감이 화폭의 원근과 굴곡을 잘 보여 준다.
느닷없는 가을 소나기.
나는 우산을 찾아 들뛰는데
화가 분들은 그냥 큰 우산을 펼치실 뿐이다.
빠른 시간을 느리게 보내시는 두분의
노년은 여유있게 멋스럽다.
도봉산 역에서 공원 족으로 건너오니
저기 올려다보이는 도봉산 주봉의 강렬한 끌어당김을 못이기는체.
나는 탐방로. 초입으로 들어선다.
만월암에 가고 싶었다.
그 바위속의. 손바닥만한. 법당에서
바라보이던. 넓은 세상VIEW도. 생각나고,
눈썹같은. 바위 아래의. 간절함도. 그리웠다.
지난 밤의 소나기로. 계곡물은 요란하고 오를수록. 가을이 깊다.
가파른 계단을 허위대고 오르니. 툇마루에서 스님께서 기다렸다는듯 따스한 차를. 따라 주신다.
마가목 좋은 향기에. 땀식는 등줄기가. 따스해진다.
그 넓은 아래세상을 보며, 차를 마신다.
만월은 꽉 찬 보름달이다. 부처님 가르침
가득한 곳이. 만월세상이라고 스님이. 말씀 하신다.
향기와. 기쁨이 가득해야할 내 세상은 요즘
혼돈과 상처가 그득하다.
그래서 나는 오늘 만월암을 찾은 것이다.
찬이슬 냉기가 삼엄할 이곳에서 심야에 솟을 만월을 만나고 싶다.
저아래 하얀구름은 모두 아파트 바다이다.
저기가 인간세상이면 여기 는 구름위 만월세상이다.
바윗돌. 위에 앉아. 내가 가지고 온 혼돈과
상처를 하나 하나 꺼내 저 아래로. 던지고 있는 중이다.
어마어마한 자운봉을 개미같이 들러붙어
오르는 사람들을 보면, 부럽기보다 좀 안타까운 느낌이다.
만월세상은 그렇게 치열하게 오르지 않아도
있을테고 있어야 하지 않을까.
나는 만월암 뒷쪽 미로를 따라 Y자계곡으로 오르지 않고, 갈림길 까지 왔다가 석굴암으로 다시 올랐다.
석굴암은 하늘을 가린 도봉산 주봉 바로 아래이다.
저기 잠실벌 유리성같은 롯데 타워의 전망이 여기에 비하면 주눅들것 같은 곳이다.
석굴암의 작은 평상에 앉아 코끝의 내 숨소리와 바람소리를 헤아 려 본다.
넓은 세상, 넓게 살아야 한다.
좋은 마음,즐거운 마음, 행복한 마음으로
사는것이 넓게 사는것.
그래서 여기 오는거다.
그걸 되새기러 숨 헐떡이며 여기 오른 것이다.
2024, 11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