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안함의 습격, 불편함의 방어
서울 둘레길 21개 코스 중에 접근성이 뛰어나고, 이 무더위에 그나마 시원한 곳이 봉산, 앵봉산 16코스이다.
계곡물이 있어서가 아니라, 해발 200 m 남짓의 뒷 동산에 숲이 무척 울창하기 때문이다.
은평구청의 산림욕장에 대한 욕심이 좋아서인지, 서울에서 보기 드물게 편백나무 던지와 팥배나무 군락지가
유명하고, 또 이 곳에 무장애 나무 데크길을 잘 만들어 놓아서 아주 편하게 산책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16코스는 9.1m 의 제법 긴 거리와 오르내리막이 있어, 둘레길 여행자들에게는 조금 힘들기도 하다.
서울시 안내책과 스탬프북에는 난이도 上. 4시간 15분 소요로 적혀 있다.
지하철 6호선 증산역과 응암역을 들머리 날머리로 하고 , 작게 나누어 다니면 아주 좋을 것 같다.
특히 이 두 산을 등뒤에 지고 사시는 동네분들에게는 축복이겠다.
여행자는 준비를 잘 해야 하고, 욕심을 내지 않아야 한다.
출발지를 디지털미디어시티역에서 6호선 환승을 안하고, 5출구로 나와 15구간 일부를 걸은 것은
사전 준비 부족 - 들머리를 잘 못 잡아 증산 체육 공원까지 많이 헤맸다.
폭염 속에 16구간 전체를 한번에 마치려는 것은 욕심 일 수 있다. 그 좋은 편백나무 숲에서
많이 놀지 못했다. 응암역 쪽으로 나오거나 최소 앵봉산을 다음으로 미루고 서오릉 고개에서
나오는 것이 좋았을 것이다.
증산 체육공원에서 13시. 구파발역 16시 였으니 무척 빠르게 달린 셈이다.
16코스의 달달함은 당연 편백나무 숲과 그 사이의 끝없는 무장애 데크길이다.
이 쪽 사는 주민들에 대한 최고의 서비스 일 것이다.
솔 숲이 아니면 사실 나무향은 진하지 않은데, 편백나무 숲은 단연 코를 뚫는 박하향이 훅~ 가슴으로
밀려들어온다. 이 숲에서 한나절 그냥 무료하고 심심한 시간을 보낸다면, 아마 머리가 맑아지고,
코로 뷰터 허파까지 아주 시원해 질 것이 틀림없다.
봉산 정상에는 봉산정과 미니 봉수대가 있다.
그래서 봉산이다.
어디 압록강 의주 쯤서 시작된 급한 신호가 여기로 오고, 인왕산 아래 궁궐로 전해졌을까?
수색, 구파발, 삼송 등 이제 도심으로 넓어진 서울,
그 사이로 이렇게 깊은 숲이 이어지는 것도 신기한
일이다.
봉수대 지점이 16코스의 대략 중간지점이다.
조금 내려가면 서오릉 고개이다.
서오릉 고개 무지개 다리 옆에 "윤동주 시비"가 서 있다.
그의 새로운 길.
내를 건너서 숲으로
고개를 넘어서 마을로......
숲 속에서 느닷없는 거북을 만난다.
토끼와 경주를 하고 있나보다.
앵봉산 어디쯤, 전망대
북한산의 유장한 용트림을 본다.
백운대, 만경대 그아래 노적봉, 원효봉과 염초봉
또다른 의상능선, 비봉능선.... 저 산자락에 터 잡고 살아가는 무수한 생명들...
카메라의 시선을 조금 낮추면
바로 어마 어마한 아파트와 사람들의 숲.
거대한 서울시의 모습이 보인다.
중산 체육공원에서 걷고 쉬고 오르고 내리며 도착한 곳은 구파발 생태공원.
3시간이 걸렸다. 산에서 내리니 햇살이 따갑다.
최근의 서점 베스트 셀러 " 편안함의 습격"을 재미있게 읽었다.
저자의 장황한 이야기의 결말은 알겠다.
펀안함의 습격은 불편함으로 막아야 한다는 ...
인간은 편안함을 얻는 대신 무엇을 얻었는가.
불편함을 감수할 때,
인간은 원초적인 건강과 평안한 마음을
얻는 것이다.
저자는 알래스카에서의 순록 사냥을 하면서
극도의 고립, 배고픔, 생존의 본능을 경험한다.
저자의 최종 결론은 RUCKING 이다.
이는 "배낭을 메고 행군하는 것 " 을 말한다.
때로 아주 힘들어야 한다. 그러나 죽지는 않아야
한다.
극도의 무료함, 경험하지 못한 배고품... 그런 속에서 마음 세계를 들여다보고, 삶의 연장선에서
부정할 수 없는 죽음을 생각하라는 것.
그렇게 힘들고, 불편할 때
이를 극복하고 행복을 찾는 삶의 방식이 필요하다.
RUCKING. 사전적 의미보다 "배낭을 메고 행군하는 삶의 한 방식" 으로 사용되는 단어이다.
배낭을 메고 ~ 황금 빛 태양,,, 축제를 여는 ....광야를 향해서 ...
오늘 무더위 속에 에어컨 바람을 피해 이 길다란 숲 속을 돌아치는 여행자의 모습이
지극히 합리적이 되는 책이어서 많은 위로가 된다.
여행메모 1. 여행일정 : 2025년 8월 25일
2. 여행 구간: 디지털미디어시티 역 ~ 3호선 구파발
3. 트레킹 거리 : 약 12KM
4. 기타 6호선 증산역.응암역으로 적당히 나누어 트레킹
(편백나무 숲 에서 한나절 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