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은 소리를 내지 않는다
빛이 많은 계절.
모든 것이 자라나고 있다는 걸 눈으로 알아차릴 수 있는 나날들.
“그늘도 자라나고 있어.”
누군가 그런 말을 했던 것 같았다. 햇살이 길어질수록 그 반대편도 따라 자란다는 말이었다.
나는 요즘 그런 장면만 보게 되었다.
꽃보다 잎. 열매보다 줄기.
눈에 띄는 것보다 그 아래쪽.
자라나는 소리를 들은 적이 없어서 그 성장은 늘 조금 늦게 인식된다. 지금 이 순간도 어딘가에서는 무언가가 조용히 자라고 있을 것이다. 누군가의 마음일 수도 있고, 지워지는 감정일 수도 있다.
계절은 겉으로만 화려했다.
모든 것이 빠르게 움직이는 듯했지만 나는 오히려 멈춰 있는 감각에 가까웠다. 햇빛이 유리컵을 통과할 때 그 안의 초록 그림자가 물 위에 잠겼다.
나는 그걸 바라보다 문득
“이건 여름이구나." 하고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