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좋아하는 포스트잇이 있었다.
낡은 서랍장 맨 아래. 남들의 발걸음이 잘 닿지 않는 오래된 재고들 사이에.
색이 묘하게 바랜, 조금은 낡은 연노랑.
끈적임이 덜해서 메모를 적을 때 펜촉이 종이에 살짝 밀리는 느낌이 좋았다. 그걸 나는 아끼면서 썼다. 그날도 딱 두 장만 꺼내 쓰고, 다시 서랍 맨 뒤에 고이 넣어두었다.
근데, 오후쯤 누가 그걸 썼다.
대충 찢은 자국. 책상 위에 덩그러니 붙어 있는 익숙한 연노랑 포스트잇. 글씨체는 대충 알아봤다. 별 의도는 없었을 것이다. 그 사람에게는 그냥 노란 포스트잇이었을 테니까.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별것도 아닌데, 괜히 기분이 이상했다.
내가 아껴둔 것들을 누가 내 아낌없이 꺼내 쓴 것 같았다. 그게 뭐든지 간에, 조금은 내 마음 같기도 해서.
그날은 이상하게 모든 종이의 질감이 달라 보였다. 까끌거리고 기록하기 싫어지는 표면. 내가 뭘 남기든, 누군가 쉽게 떼어갈 것 같은 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