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3

by 온우






나는 무슨 말을 하려다 말았고 당신은 웃었다.


그 웃음이 너무 느리게 퍼져서

나는 그 안에 잠시 갇힌 것 같았다.


당신이 나를 바라보는 장면을 나는 바깥에서 보는 기분이었다.


거기 내가 있었고

그 사람은 나를 보며 예쁘다고 했다.

그 말을 믿기 어려워 한 번은 못 들은 척했고

두 번은 그 말을 외웠다.

세 번 째엔,

정말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사람의 손끝은 내가 부서질까 봐 종이 넘기듯 나를 다뤘고, 그 눈빛은 나보다 나를 더 오래 바라봤다. 가끔은 내가 그 사람의 마음 안에 살고 있는 기분이었다. 말도 없이 그 안에 눌러앉아 숨 쉬고, 웃고.

그날 이후로

나는 거울보다 당신의 얼굴을 자주 봤다.

당신의 눈 안에 있는 내가 더 괜찮은 사람 같아서.


내가 말하지 않은 것들까지 다 알아채곤 했고 아무 일도 없는 얼굴로 내가 좋아하는 온도를 만들어내곤 했으니까.​


지금도 가끔 내가 어떤 사람인지 헷갈릴 때면 그날 당신의 눈을 떠올린다. 그 안에는 내가 사랑할 수 있을지도 모르는 내가 있다.


당신이 웃을 때마다

내 하루가 조금씩 다시 그려졌다.​

나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는데

사랑이 나를 가득 채웠다.


당신이 웃는 장면이 자꾸 나를 구했다.

눈을 감으면 그 장면만 반복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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