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9 들키기 전에 숨겨줘
밤은 이상하게 너그러웠다.
허락한 적 없는데도 자꾸만 고개를 든다.
숨죽여 있던 것들이 틈 사이로 흐른다.
빛이 없어 오히려 선명해진다.
너는 고백처럼 시작되지 않고, 묻듯 다가오지도 않는다. 그저 조용히 자리를 차지하고 앉아 열릴 듯 말 듯한 내 입술만 바라본다.
그건 다정이라기보단 무해한 침묵에 가까웠고,
그 침묵은 때때로 마음보다 앞서 말을 건넨다.
나는 가끔 너에게 대답하지 않는다.
너는 모든 걸 숨기지만,
나는 줄곧 그 어둠 안에서 피어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