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오늘은 봄비가 내린다.
음악 소리, 책 넘기는 소리만 가득한 날이다.
나는... 이 시즌을 참 좋아한다.
따뜻해지는 봄이 되면
도서관을 찾는 이용자수도, 머무는 시간도 줄어든다.
거뭇했던 나뭇가지가 초록색, 분홍색으로 변해가듯
도서관 내부도 다른 색이 입혀진다.
3월이 되면
몸집보다 유난히 큰 가방을 등에 메고 들어오는 아이들을 자주 만난다.
혼자 어색하게 앉아 있는 모습.
1학년이다.
시간을 알려달라고 부탁하거나 전화를 쓸 수 있는지 물어본다.
얼굴을 가까이 마주해야만 목소리가 들려서 느낌으로 알아챈다.
이름을 물어보고 적어둔다. 아이가 불편해하지 않도록 자주 이름을 불러준다.
약을 바르러 오는 아이들도 많다.
축구하다가, 농구하다가, 달리다가.
잘 닦아주고 약도 발라주고 밴드도 붙여준다.
-또 뛰어놀 거야?
-네
-그래 신나게 뛰어놀아.
손 씻고 붙일 밴드를 하나 더 챙겨준다.
뛰어놀면 목이 마르다. 음료수 병을 들고 들어오는 아이들도 자주 만난다.
-이게 열리지 않아요. 따주세요.
-선생님도 한 컵 줄 거야?
-네!
굳게 닫힌 뚜껑을 열었다가 아이가 편하게 열 수 있을 정도로만 살짝 잠근다.
친구들과 나누어먹을 수 있도록 종이컵도 몇 개 챙겨준다.
-선생님, 저 너무 졸려요.
소파에 가방을 내려놓고 그대로 누워버리는 아이들도 있다.
그래도 잠은 오지 않나 보다. 근처에 누가 보고 내려 둔 만화책 한 권 슬쩍 가져다가 읽는다.
독일에서 온 인턴 언니가 점심 먹고 누워있는 자리.
아이들도 꼭 그 자리에 눕는다. 왜 저 자리일까?
나도 한 번 누워보았다.
아! 시계가 잘 보였다.
창문으로 운동장과 운동장을 둘러싼 나무들이 보인다.
푸릇해진 나무,
발그레진 아이들 얼굴에서 봄을 느낀다.
봄기운을 머금고 온 아이들이
이곳을 가득 채울 때
비로소 도서관에도 봄이 찾아 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