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2월 14일 토요일

우리 집만의 설 풍경

by 박온유

한국의 가장 큰 명절인 설 연휴가 시작되는 토요일 아침이다.

밖은 고향으로 향하는 차들로 북적이고 전통적인 제사 준비로 분주하겠지만,

우리 집의 시간은 조금 다르게 흐른다.


기독교 신앙 안에서 자란 우리 자매들에게 설날은 조상에게 절을 올리는 유교적 의례의 날이 아니다.

그저 하나님 앞에서 온 가족이 모여 감사의 예배를 드리고,

서로의 안녕을 축복하는 정갈한 시간일 뿐이다.


복잡한 친척 집 방문이나 격식 차린 차례상 대신,

우리는 오로지 우리 가족의 연결에 집중한다.

흩어져 살던 네 명의 딸이 한자리에 모여 앉아 우리가 진짜 좋아하는 음식들을 준비한다.


전통적인 전이나 나물보다 젓가락이 먼저 가는 갈비찜,

그리고 갓 튀겨내 바삭함이 살아있는 오징어와 새우,

고구마튀김이 우리 집만의 '명절 특식'이다.

기름 냄새 속에서 피어오르는 자매들의 수다 소리가 거실을 가득 채운다.


누군가에게는 쓸쓸해 보일지 모르는 단출한 모임일 수도 있겠지만,

우리 자매들에게는 이 정도면 충분하다.

선교사의 딸들로 태어나 서로를 깊이 이해하고 아끼며,

각자의 자리로 돌아가기 전 마음껏 웃고 떠들 수 있는 이 시간이

진정한 명절의 본질이라 믿는다.


형식에 얽매이지 않고 우리만의 방식으로 채워가는 이 토요일이 참 평온하고 따뜻하다.



새해 복 많이 받은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