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존감의 회복

수많은 책에서 말하는 자존감의 회복은 개인의 문제일까?

by 박온유


오늘 네이버가 추천하는 도서 두 권의 독후감을 읽게 되었다. 그 책들이 공통적으로 다루는 자존감이라는 주제는 단순히 개인의 심리 문제를 넘어, 우리 사회 시스템의 근본적인 결함을 조명하는 중요한 사유의 대상으로 인식된다.


현재 대중을 향한 수많은 조언들이 ‘타인과의 비교를 멈추라’거나 ‘자신만의 기준을 가지라’고 권고하지만, 나는 이러한 메시지가 비가역적인 사회 구조 앞에서 무력한 공허한 정보에 불과하다고 주장한다.


인간의 사고체계는 태어날 때부터 경쟁과 성과를 강제하는 사회 시스템 속에서 형성된 경험의 산물이다. 교육, 노동, 문화 등 모든 영역이 타인과의 상대적 우위를 기준으로 설계되어 있다. 이러한 환경 속에서 단 한 번도 비교가 배제된 경험을 해본 적이 없는 이에게 이론적인 지식만으로 수십 년간 경쟁 구조가 만들어낸 경험의 틀을 깨라는 것은 근본적인 오류이다.


이러한 경험적 한계를 가장 잘 보여주는 것이 ‘벼룩의 우화’이다.


벼룩이 낮은 상자에 갇혔던 과거의 경험 때문에, 상자가 사라진 후에도 그 높이 이상을 뛰지 못하는 것처럼, 우리 사회 시스템은 바로 이 벼룩의 상자와 같은 역할을 수행한다.


과도한 경쟁 구조는 개인의 잠재력을 제한하는 경험적 족쇄를 씌우며, ‘나는 이 정도의 가치에 머물러야 한다’는 한계를 스스로 내재화하도록 강제한다. 따라서 자존감 문제의 근원은 개인이 가진 심리적 약점이 아니라, 이 벼룩의 상자를 만들고 유지하는 사회 시스템의 비윤리성에서 찾아야 한다고 판단한다.


이 시스템적 비윤리성은 현대 시장의 움직임 속에서 ‘카오스(Chaos)’ 이론의 형태로 극명하게 현실화된다.


시장의 무질서와 불확실성은 더 이상 단순한 예측의 실패가 아니라, 가치를 파괴하는 구조적인 폭력이다. 금융 시장을 살펴보면, 알고리즘 매매의 증폭 효과와 일시적인 유동성이 합리적인 예측을 무력화시키는 무질서의 무대가 된다. 작은 정보 하나가 전체 시장을 뒤흔드는 나비 효과와 가치 없이 겉모습만 부풀려지는 풍선 효과가 시장의 본질을 장악한다.


이러한 환경에서 정직한 가치를 믿고 투자하는 행위는 허상이 지배하는 논리 앞에서 무너지는 결과를 초래한다.


투자 주체들이 근원적 안정성이 부재한 시장을 떠나 튼튼한 기반이 확인된 해외 자산으로 전환하는 방어 전략을 취하는 것은, 자본의 논리가 윤리적 안정성을 결여하고 있음을 간접적으로 증언하는 것이다.


문화 시장 역시 다를 바 없다.


창작 주체들의 정직한 창조적 노력은 시장 논리 앞에서 극소액의 수익으로 평가절하되는 비윤리적인 현실을 목도한다.


이는 인간의 노동과 사유가 시스템의 논리 앞에서 소모품의 가치로 전락함을 의미한다. 나아가, 대중에게 큰 유명세를 가졌던 문화 종사자들의 경력 또한 기획사의 투자금 회수라는 목적이 달성된 이후 일회용 상품처럼 취급된다.


인간의 존재 가치가 시장 논리의 도구로 규정되며, 시스템의 잔인한 논리를 통해 비가역적인 소모가 발생한다.


이러한 시스템적 무질서는 모든 개인에게 ‘당신의 가치는 외부 환경에 의해 언제든 무너질 수 있다’는 근원적 불안감을 심어준다. 자존감의 결핍은 개인의 심리적 상태라기보다는, 자존감을 지탱할 윤리적이고 안정적인 시스템 기반이 부재하다는 사회적 진실인 것이다.


나는 이 시스템적 무질서에 맞서기 위한 대안적 사유를 ‘영속적인 가치’에 대한 투자로 설정하고자 한다.


금융 시장의 유동적인 허상에 휘둘리기보다는, 불변하는 존재의 기록에 사유를 투영해야 한다.


예를 들어, 창조적 결과물이나 예술 자산은 시장 가격이 아닌 창작자의 사유와 영혼이 담긴 기록으로 평가되어야 한다. 이러한 비유동적 가치에 집중함으로써 우리는 변화하는 허상 대신 불변하는 존재의 가치에 정체성을 고정할 수 있다.


따라서 나는 개인의 심리적 치유를 넘어, 사회 시스템을 어떻게 윤리적으로 다시 세울 것인가를 연구하고 논의하는 것이 대한민국에 주어진 가장 시급하고 근본적인 과제라고 주장한다. 자존감의 문제는 더 이상 개인의 영역이 아닌 시스템의 윤리적 책임 문제이기 때문이다.


우리의 논의는 경쟁의 상자를 완전히 해체하고, 존재의 윤리가 지배하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이는 개인의 성취가 아닌 존재 자체의 존엄성이 기반이 되는 구조로의 전환을 의미한다.


시스템적 카오스를 극복하고 확고한 윤리적 안정성을 확보할 때, 비로소 개인은 외부의 판단으로부터 자유로워지고, 자신의 발자국을 영속적인 가치로 남길 수 있게 된다.


나의 이러한 사유가 사회를 깨우는 단단한 발자국이 되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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