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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량 May 10. 2024

[심난영 작가 인터뷰 3] 밀라노에서의 삶 그리고 가족

[밀라노에 사는 사람들]  두 번째 인터뷰

(밀라노에 사는 사람들 시리즈 2. 심난영 작가님의 인터뷰 이어갑니다)



선량 : 저희는 해외에 산지 12년 차가 되었어요. 아이들이 자신의 인생 대부분을 한국이 아닌 해외에서 산 거나 다름이 없지요. 해외에서 아이들을 키우는 일이 쉽지 않았지만, 좋기도 했어요. 학원을 안 다니니까 한국에서 학교 다니는 아이들보다 시간이 더 많기도 하고, 비교할 대상이 없으니 그냥 아이들이 공부를 좀 못해도 그러려니.... 하게 되더라고요.

하지만 저희 아이들은 한국인이라는 정체성을 가지고 있어요. 왜 그런지는 모르겠는데 코리아부심이 좀 심한 편이죠.


작가님의 두 따님을 저는 교회에서 봤는데요, 두 따님이 정말 멋지더라고요. 활발하게 작품활동을 하시다가 가족과 꿈, 두 가지의 갈래길에서 주저 없이 가족을 선택하셨다고 했는데요, 거기엔 두 따님의 지분이 상당히 많을 것 같습니다. 첫째 딸은 미디어를, 둘째 딸은 마케팅을 전공했다고 하셨는데요.

너무나도 멋지게 자란 딸들. 어떻게 키우셨나요?



난영 : 제가 키운 건 아니고요. 애들이 알아서 큰 것 같아요. 사실 이탈리아에서도 아이들이 과외를 많이 하는데요, 저희 아이들은 과외를 한 번도 안 받았어요. 그런 걸 보면 알아서 잘 자란 것 같아요.

 

선량 : 아이들이 알아서 잘 컸겠지만, 그래도 부모의 영향은 무시할 수가 없잖아요. 작가님의 육아관? 자녀관? 그런 게 있나요?


난영 : 음... 아이들에게 이런 말을 많이 해요.

"너희와 내 관계가 부모와 자식 관계이지만,  부모라고 해서 모두 진정한 어른은 아니다. 너희 눈에 비치는 부모의 모습이 너희가 생각한 어른의 모습이 아닐 수도 있다."


즉, 부모에 대해 별로 기대하지 말라는 뜻이에요.


선량 : 결론은 기대하지 말고 알아서 해라?


난영 :네. 맞아요. ㅎㅎㅎㅎㅎ

그래서 딸들과 친구처럼 잘 지내는 것 같아요. 지금도 티격태격 하지만, 그래도 시시콜콜한 것까지 서로 이야기하고 나누면서 살아요.


선량 : 딸들과 친구처럼 지내는 모습, 너무 보기 좋아요. 딸 없는 사람들이 보면 엄청 부러울 것 같습니다.

 

이탈리아 한인 2세들은 이탈리아에서 태어나 자라다 보니 이탈리안 아이덴티티가 더 강하다고 들었어요. 두 따님은 어떤가요? 외모는 완연한 한국인인데 말이죠.


좌 (율라) 영상 사진 감독 , 우 (율리) 모델 및 마케터




난영 : 맞아요. 2022년에 저희 가족이 모두 함께 한국에 휴가를 갔다가 큰 아이만 한국에서 더 일해보겠다며 남게 되었어요. 그리고 1년 동안 한국에서 일을 했었었지요. 그때 딸아이가 한국에 대해 잘 알게 된 계기가 되었는데요, 한국 사회가 굉장히 피로한 사회라고 느꼈대요. 그리고 행복한 사람이 많지 않아서 좀 슬펐다고 해요. 그때 일을 하면서 20대의 한국 친구들을 많이 만났는데요, 돈이 많고 적음을 떠나서 우울증이나 공황장애가 있는 친구들이 너무 많았대요. 1년 후에 다른 엔터테인먼트 기획사에서 일이 들어왔었는데 그냥 안 하고 밀라노로 돌아왔어요. 일할 곳은 밀라노보다 한국이 더 많았다고 해요.

저희 아이들은 겉치레, 그러니까 남들에게 보이는 것에 치중하는 삶을 잘 이해하지 못하더라고요.


선량 : 그런 게 세계적인 추세이긴 하지만 한국이 유독 더 심한 것 같아요. 남들이 날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더 신경을 쓰죠. 여기 밀라노 사람들은 타인을 별로 신경 쓰지 않잖아요. 주차를 할 때도 다른 차를 배려한다기보다는 내가 편한 데로 주차하면 그만이더라고요. 처음엔 왜 저렇게 자기중심적일까.... 생각했었는데요, 지금은 오히려 그런 게 편하더라고요. 다른 사람이 하는 행동에도 그러려니.... 하게 되고요.

큰 따님은 밀라노에서 프리랜서로 일하나요?


난영 : 네. 저희는 취업을 해서 사회 경험을 좀 더 쌓았으면 하는데요, 여기 이태리 월급이 워낙 적잖아요. 그래서 취직을 하지 않더라고요. 아직까지는 프리랜서로 일하고 있어요.


선량 : 이탈리아의 한인 2세 가수인 빈치(VINCI)의 뮤직비디오를 봤어요. 거기에 두 따님의 이름이 모두 올라가 있더라고요. 첫째 딸 율라는 디렉터로, 둘째 딸 율리는 뮤직비디오에 직접 출연을 한 모습을 봤어요. 와.... 정말 멋지더라고요.


https://youtube.com/watch?v=9q-SnZFoYwo&si=n2LyfLC3KS4PHPWU

[song by VINCI(빈치)/ Video by NamHun(남훈)/ Directed by Silkkiin(율라) / 특별출연 Yulli(율리)]



난영 : 사실 다들 어렸을 적부터 교회에서 함께 자란 친구들이에요. 그래서 이것저것 함께하고 있지요.


선량 : 빈치의 노래 중에 "Dance with me"라는 곡의 앨범 그림이 작가님의 그림이더라구요.

https://youtu.be/YoAoNNvvsaM?si=wzpHkovt3cOEmXx4


와.... 지인찬스 같은 느낌적인 느낌이 들지만,  작가님의 작품 영역이 더더 넓어지시는 것 같아요. ^^

우리 한인 2세 친구들이 더 더 잘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둘째 율리의 활동도 정말 잘 보고 있는데요, 여러 브랜드의 모델로 활동을 하고 있더라고요.


난영 : 그냥 여기저기서 일이 들어오면 취미로 하고 있어요.


선량 : 취미라고 하더라도 본인이 그런 걸 좋아해야 가능한 일이잖아요. 타고난 끼도 있어야 하고요.

율리 @yulli_is_yuyu


난영 : 예전에 한국 어느 기업에서 여행광고를 찍었는데요, 저희 가족이 참여해서 촬영할 기회가 있었어요. 그때 피디 분께서 저희 둘째에게 원한다면 한국에서 모델로 활동할 수 있겠다고 하시더라고요. 그때 저희 둘째가 겨우 중학생이었는데요, 카메라가 돌고 있을 때 시선처리를 굉장히 잘하더래요. 처음이었는데도 말이죠. 근데 자기가 싫다고 했어요. 본인은 자기가 기획을 해서 다른 사람을 키워주는 사람이 되고 싶지, 자신에게 관심이 집중되는 건 싫다고 하더라고요. 이런저런 구설수에 오를 수도 있고요. 그동안 여러 제안이 들어왔었는데 본인이 다 거절했어요. 지금은 소소하게 아르바이트로 하고 있죠.


선량 : 아, 그럼 따님 사진을 올리면 안 되는 걸까요?


난영 : 아니요, 괜찮아요. 이미 여기저기 사진이 퍼져있어요. 어느 지인이 미국에서 가방을 수입하려고 들어가 봤는데 저희 딸이 그 가방 모델로 나오더래요. 그거 보면서 와.... 정말 무섭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지금은 연결, 연결되어서 이번에 화장품 모델을 했는데요, 독일 회사인데 한국에 공장을 두고 생산해서 한국 화장품으로 판매하는 곳이에요. 거기서 모델로 활동하고 있어요.


선량 : 둘째 율리는 동양스러운 외모에 신비스러움이 가미된 외모인 것 같아요. 거기에 당당한 모습이 더욱 매력적으로 느껴진다고나 할까요. 정말 멋진 것 같습니다.


난영 : 사실 둘째 율리가 고등학교 때 담임선생님한테 이유 없는 차별을 당한 적이 있어요. 친구들과는 사이가 참 좋았어요. 그런데 시험을 잘 봤었는데 결과가 너무 안 좋게 나온 거예요. 여기 이탈리아는 시험 점수가 모두 선생님들의 상대평가잖아요. 이해할 수가 없어서 교장선생님께 따지러 갔죠. 시험지를 보여달라고 했는데요, 끝까지 안 보여주는 거예요.

이탈리아 학교는 우리나라처럼 학년이 올라가면 담임 선생님이 바뀌는 게 아니잖아요. 다음 학년에서도 그 선생님을 만나야 하는 게 아이에게 너무 큰 상처고 스트레스였지요. 그래서 고등학교를 그만두고 한국으로 가서 검정고시 공부를 했어요.

 

선량 : 세상에나.... 제가 얼마 전에 밀리의 서재에 쓴 소설과 똑같은 일이 일어났네요? 전 그냥 상상해서 쓴 건데 그게 율리에게 있었던 일이었군요.... 그래서 검정고시는 어떻게 봤나요?


난영 : 한국사가 너무 어렵다고 하더라고요. 공부하는 기간이 너무 길어졌으면 서로가 힘들었을 건데, 다행히 몇 달 공부하고 합격을 바로 했어요. 근데 둘째도 한국으로 대학을 안 가고 다시 밀라노로 돌아와서 여기서 대학을 갔지요.


선량 : ㅎㅎㅎ 둘 다 한국에 갔다가 다시 돌아왔군요. 여기가 더 좋았나 봐요.


난영 : 그러니까요.


선량 : 그런 자녀의 마음을 이해해 주고, 자녀의 결정을 믿고 따라주는 부모님도 대단하신 것 같습니다. 그래서 더욱 두 따님과 작가님의 사이가 좋은 것 같네요.


밀라노에 30년을 사셨는데요, 밀라노의 삶은 어떠신가요?


난영 : 밀라노.... 음.... 전 좋아요. 다른 사람들은 이탈리아 정나미가 떨어진다고도 하고, 시스템이 너무 느리고 복잡해서 힘들다고 하는데 사실 전 여기서 좋은 사람들을 참 많이 만났거든요. 저는 이탈리아가 더 잘 되었으면 좋겠어요. 지금은 경제도 점점 더 어려워지고 해서 마음이 좀 아프죠. 그래도 이 나라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힘이 있는 것 같아요.



선량 : 밀라노에 대한 애정이 확~ 느껴집니다.

끝으로, 앞으로의 계획은 무엇일까요?



난영 : 전시를 조금 더 적극적으로 찾아다녀야 할 것 같아요. 사실 지금까지는 그러지 못했거든요. 여기 밀라노에서 전시를 할 수 있도록 제 포트폴리오도 좀 돌리고 해 봐야겠어요.


선량 : 꼭 해주세요. 작가님 작품을 갤러리에서 꼭 보고 싶습니다.

작가님께서 말씀하시길, 죽기 전에 이걸 안 하면 후회할 것 같아서 작품을 다시 시작하셨다고 하셨는데요, 그것 말고 또 다른 건 뭐가 있으신가요?


난영 : 작품을 다시 하는 거 말고, 그림책 만드는 일을 해보고 싶었어요. 그리고 제가 코로나 때 그림으로 다시 작품을 시작했지만 그전에는 도자기와 설치 예술을 했었거든요. 앞으로 여러 재료들을 사용하고 작품의 영역을 확장해서 해보고 작업해보고 싶어요.


선량 : 요즘엔 원데이 클래스로 회화나 도자기 같은 것도 많이 하더라고요.


난영 : 저도 그런 것도 해보고 싶어요. 커피 마시면서 그림도 그리고, 도자기도 만들고요.


선량 : 함께 뭐 좀 해볼까요? 글쓰기까지 함께 해서 문화센터처럼 하나 하면 좋겠어요.


난영 : 정말 그럴까요?

사실 적극적인 경제활동까지는 아니지만 그래도 이런 활동을 통해 작게나마 물질이 생기면 보람도 느끼고 삶에 활력이 생기는 것 같아요. 꼭 돈을 벌기 위한 게 아니라 지치지 않고 작업을 유지할 수 있는 힘이 되니까요.


선량 : 맞아요. 저도 마찬가지로 소소하게나마 온라인으로 글쓰기 모임을 하고, 글쓰기 코칭을 하는 이유가 바로 그런 이유 때문이에요. 저 혼자 글을 쓰는 것도 좋지만 남들과 함께 쓰고 적게나마 수익이 생길 때 조금 더 책임감이 생기고, 보람을 더 느낄 수 있는 것 같아요.






작가님의 밀라노에 대한  삶과 작품에 대해 듣다 보니 제 삶에 대해 좀 더 깊이 생각해 볼 수 있었어요.


"내가 오늘 갑자기 죽게 된다면, 뭐가 가장 후회가 될까?"


이 질문을 제 스스로에게 던지면서 살아있는 동안 꼭 해야 할 일을 한번 써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사실 저는 그 첫 번째가 소설 쓰기인데요, 다행히도 최근에 소설을 쓰고 있어요. 정말 감사한 일인 것 같아요.



독자 여러분도 스스로에게 한번 질문해 보시겠어요?


"오늘 당신이 죽게 된다면, 뭐가 가장 후회될 것 같나요?"



하루에 한 장의 그림,

하루에 한 페이지의 글,

하루에  한 걸음의 달리기,

하루에 한 페이지의 독서,

하루에 한 마디의 "사랑해"


그 일이 무엇이든지 지금 바로 시작하실 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긴 시간 동안 여러 질문에 답해주신 심난영 작가님께 진심으로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심난영 작가님의 작품은 인스타그램 @shimnanyoung 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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