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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량 Mar 02. 2019

인도에서도 Why책은 사랑입니다.

아이의 why책 사랑


초등학생 아이가 있는 집이라면 why책이 전집으로 있는 것을 쉽게 볼 수 있다. 재미있는 만화를  통해 과학이나 역사 등을 알려줄 수 있으니 딱딱하고 글이 많은 과학 책을 읽히는 것보다 훨씬 유용하다고 생각한다.

 why책을 보며 키득키득 웃다 보면, 어느새 새로운 지식도 아이들의 웃음소리만큼 쌓여가고 있다.


다카 한글학교에는 작은 도서관이 있다. 그곳에서는 매주 토요일에 책을 빌려볼 수가 있었다. 여러 좋은 책들이 많았지만, 그중에서도 why책은 가장 너덜너덜했다. 쉬는 시간마다 아이들이 죽치고 앉아서 why책을 읽는다. 모든 책들이 대출 가능했지만 워낙 인기가 많은 why책은 대출 불가 도서였다.


학습만화에 대한 여러 가지 견해가 있지만, 난 긍정적인 입장이다. 만화만 보면 문제가 되기도 하겠지만, 내가 설명하지 못하는 여러 개념들이 그림과 함께 잘 설명되어 있는 것을 보고 꽤 괜찮다는 생각을 했다.


우리가 처음 why책을 접하게 된 곳은 한국 언니네 집에서이다. 작은 언니 집에도, 셋째 언니 집에도 why책이 있었다. 글자도 모르던 지안이는 그 책을 넘기며 그림을 보고 놀았다. 그리고 방글라데시  다카에서 살 때, 아는 언니 한분이 이미 중학생이 된 아이들에게 더 이상 why책이 필요 없다며 여러 권의 책을 넘겨주었다. 그렇게 우리 집에도 why책이 생겼다.


7살이던 지안이는 글자를 잘 읽지 못했다. 떠듬떠듬 글자 하나하나는 읽을 수 있었지만, 다 읽고 나면 그 말이 무슨 말인지 이해하지 못했다. 눈으로 보고, 뇌에서 받아들이는 과정이 원활하게 이루어지지 않았다. 그래서인지 책을 스스로 읽는 것도 싫어하고 힘들어했다. 하지만 책 읽는 것은 좋아했다. 그래서 매일 밤 엄마가 책을 읽어줘야 했다.


간혹 이런 말을 듣는다.

“자기 싫어서 책을 자꾸 읽어달라고 해요.”

나도 처음엔 아이들이 자기 싫어서 책을 읽어달라고 하는 것인 줄 알았다. 하지만 지나고 생각해보니 아이는 정말 책을 읽고 싶었던 것이었다. 가장 편안한 시간, 가장 안정된 시간에 책을 찾는 것이었다. 그 시간이 바로 잠자기 전 시간이다.



7살이던 지안이는 가끔 why책을 꺼내 들고 왔다. 그리고 엄마에게 읽어달라고 했다.


대화와 설명으로 구성된 학습만화를 읽어주기는 여간 힘든 게 아니다. 그리고 책 한 권이 두꺼워 한 시간 동안 읽어도 다 못 읽을 때도 있었다. 처음엔 잘 읽어주다가도 한 번씩 화가 났다.

“지안아, why책은 네가 읽었으면 좋겠어. 이건 진짜 엄마가 읽어주기가 힘들어.”

“그래도 읽어줘. 제발, 이것만 읽어줘. 엄마 제발.....”

아이의 간곡한 부탁을 뿌리치지 못하고 다시 책을 들고 읽어 주었다. 그러다 목이 쉬어 말하기조차 힘들어지기도 했다.

아이들에게 why책을 읽어준다는 소문이 저학년을 키우는 엄마들 사이에 자자하게 나기도 했다. 매일  저녁 1시간에서 2시간씩 읽어 주었으니, 내가 생각해도  참 대단했던 것 같다.



지난주에 아는 분이 why책을 가지고 오셨다. 이미 집에 있는 책들도 있었고 새로운 책도 있었다. 우리 집에 있는 것들에 비해 꽤 깨끗한 책을 보고 지안이는 주섬주섬 책 정리를 시작했다. 좀 찢어지고 더러워진 책을 책꽂이에서 모두 빼고 새책으로 바꿔 놓았다. 그러더니 그날부터 why책을 손에서 놓지 않는다.

집에 있는 동안에도, 밖에 나갈 때도, 길을 걸을 때도 책을 들고 다닌다. 이제 9살이 되어 더 이상 엄마한테 읽어달라고 하지 않아 정말 다행이다.


Why책을 읽고 알게 된 개념은 프랑스 학교의 과학시간에 도움이 된다. 가령 식물의 생애를 배울 때, 뿌리에서 물과 양분을 흡수해서 줄기를 통해 잎으로 보낸다는 모든 말을 영어나 프렌치로 배우게 되는데, 이때 이미 책을 통해 알고 있는 한글 개념이 나오기 때문에 root이 뿌리라는 것, water와 food가 stem(줄기)을  통해 지나간다는 것 등을 이해하게 된다.

이처럼 why책은 아이들에게 재미와 학습, 두 가지를 모두 제공해준다.



오늘도 아이들을 데리고 근처 카페로 나들이를 갔다. 지안이는 why책을, 소은이는 다른 책을 손에 들고 집을 나섰다. 카페에서 차를 마시며 아이들은 책을 읽는다. 그리고 끊임없이 질문을 해댄다.

“엄마, 별자리는 누가 만든 거야?”

“북두칠성이 뭐야?”

“카시오페아 자리가 뭐야?”

“명왕성은 어디 있어?”

사실 엄마인 나도 잘 모르는 것들이 대부분이다. 어려운 것을 물어볼 때마다 할 수 있는 말은,

“엄마도 잘 몰라. 그 책에 뭐라고 쓰여있니?”



해외에서 학교를 다닌다고 해서 영어책만 봐야 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먼저 모국어인 한글 개념이 우선시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광합성이 무엇인지도 모르는 아이가 photosynthesis를 백날 외워봤자  아무 소용없는 것과 같다.


집에서 제대로 된 한글 공부를 시키지 못하는 나 같은 엄마에게 why책은  너무나도 고마운 책이다.


누군가가 해외에 갈때 꼭 가져가야 하는 것이 무엇이냐고 물어본다면 난 주저하지 않고 말할것이다.

why책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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