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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nya Mar 09. 2019

프랑스 학교의 체육시간

스포츠만큼은 치열하게

학습에 있어서는 경쟁이 없어 보이지만 스포츠만큼은 경쟁이 치열하다. 특히 쉬는 시간마다 축구를 하는 남자아이들의 세계에서는 엄연한 경쟁이 존재한다.


큰아이 지안이는 작년 9월에 뭄바이 프랑스 학교에 입학을 했다. 방글라데시 다카에서 1년 반 동안 프랑스 학교를 다녔었지만, 2달간의 긴 여름방학을 한국에서 보내면서 아이의 머릿속에 있던 프렌치는 손에 잡히지 않는 물처럼 모두 흘러가 버렸다. 잊어버리지 않도록 유지시켜주고 싶었지만, 즐길거리가 넘치는 한국에서 특히 사촌 형들과 노는 것이 너무 좋은 아이를 앉혀놓고 공부를 시키는 것은 쉽지 않았다. 두 달 동안 열심히 논 결과 한글이 많이 늘긴 했지만, 정작 프렌치도 영어도 퇴화돼버렸다.


다카에서 뭄바이로 옮기게 되면서 학교에서는 새로운 학교에 추천서를 써주었었다. 분명히 칭찬과 좋은 말들을 잔뜩 써 놓았을 텐데 걱정이 되었다. 다카 프렌치 스쿨을 다녔을 때의 아이들 상태와 방학이 끝난 시점의 아이들 상태가 확연이 달랐기 때문이다. (한국 아이들이지만 프렌치를 잘한다고 자랑스럽게 써 놓았었다.)

이미 엎질러진 물이기에 애라 모르겠다 부딪혀 보자. 하는 심정으로 새로운 학교에 입학을 했었다.


아니나 다를까 아이들은 프렌치도 영어도 선뜻 말하지 못했다. 선생님은 아이들이 정말 프렌치를 할 수 있느냐며 물어보았고, 과외가 필요해 보인다고까지 했다. 나와 남편은 이 아이들을 어떻게 해야 할까 고민 고민했었다. 정말 선생님을 구해 과외를 해야 하는지, 집에서 붙들고 공부를 시켜야 하는지.......

다행인 것은 다카 프랑스 학교의 분위기와 뭄바이 프랑스학교의 분위기가 비슷했다. 건물의 모습도, 교실 분위기도 비숫해서 아이들은 금방 적응을 해갔다. 첫 일주일 동안은 아이들이 학교가 재미있다며 즐겁게 다니기까지 했다. (물론 지금은 아침마다 학교 가기 싫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산다. )


큰아이 지안이는 특히 적응하는데 시간이 많이 걸리는 아이이다. 영어도 프렌치도 입에서 나오지 않아 쉽게 친구를 사귀지 못했다. 그래서 쉬는 시간, 친구들이 모두 축구시합을 할 때 그 옆에서 바라만 보았다. 선생님들이 너도 함께 하라고 권유했지만 지안이는 꾿꾿히 벤치에 앉아 구경만 했다. 아이가 선뜻 축구를 못했던 이유는, 그 축구 경기의 리더라고 할 수 있는 죠죠라는 아이가 너무 거칠게 축구를 해 무서웠기 때문이었다. 시합에 지면 소리를 지르고, 화를 내는 모습에 지안이는 잔뜩 겁을 먹었다.

2달 동안의 관찰기간이 끝나고, 드디어 지안이도 그 아이들 무리에 끼어 축구를 하게 되었다. 그리고 6개월이 지난 지금까지도 죠죠와 한 팀이 되어 축구를 한다. 축구와 함께 친구를 사귀게 되었고, 어울릴 수 있게 되었으니 당연히 축구는 아이의 모든 것이 되었다.


며칠 전 2주간의 방학이 끝나고 학교에 간 날, 점심을 다 먹지도 않았는데 grade 4 쯤 되는 에이단이라는 아이가 빨리빨리 축구하러 가자고 저학년 아이들을 재촉했다고 한다. 방학 동안 축구를 하지 못해 몸이 근질근질했던 모양이었다. 지안이 같은 저학년 아이들은 형들의 재촉에 점심을 다 먹지 못하고 결국 도시락 뚜껑을 닫았다. 그리고 운동장으로 뛰어갔다. (전교생 학생수가 워낙 적어서 고학년과 저학년이 함께 어울려 축구를 하고, 초등학생 언니들이 유치원생 동생들을 데리고 놀기도 한다.)


지안이는 학교가 끝나고 엄마를 만나면 꼭 오늘의 축구경기 이야기를 한다.

"오늘은 우리가 이겨서 너무 좋아. 오늘은 져버렸어. 그래서 죠죠가 막 화를 냈어. 내가 골을 넣었더니 에이단이 잘했다고 해줬어. 오늘은 누가 반칙을 했는데, 심판이 레드카드를 먹였어. "

등등 끊임없이 재잘거린다.

"심판은 누가 봐?"

가끔은 선생님들, 가끔은 벤치에 앉아있는 예비 선수, 가끔은 축구하다 다쳐 쉬어야 하는 부상당한 선수 등, 심판은 그때그때 다양하다. 그들은 반칙하거나 거칠게 하는 아이들에게 옐로 카드나 레드카드를 주는데, 절대 퇴장은 없다. (학생수가 많지 않아 퇴장하게 되면 경기가 불가능해진다.)

이렇게 축구할 때는 누구보다 열심히 뛰고, 누구보다 경쟁을 한다.





아이들은 일주일에 2번 체육시간이 있다. 체육 선생님은 프랑스에서 새로 온 토마라는 남자 선생님인데, 체육을 전공으로 한 사람이다. 유치원 아이들은 주로 실내 스포츠 룸에서 체육을 한다. 아이들을 데리고 뛰고 달리고, 율동인지 스포츠인지 모를 무언가를 한다. 장애물을 사이에 놓고 뛰기도 하고,  "무궁과 꽃이 피었습니다."와 비슷한 놀이인 "앙,드, 트와, 쏠레이" 같은 놀이도 한다. 그 시간은 규칙을 알려주고, 규칙을 지켜야 한다는 것을 가르쳐주는 시간이다. 가끔은 그런 활동을 하기 싫어하는 아이들이 있다. 그럴 경우에는 강요하지 않고 몇 번 권유만 하다가,

"그래. 그럼 넌 하지 말고 다른 거 해."라고 말한다.

어제도 소은이는 스포츠 시간에 선생님과 함께 하지 않고 다른 친구랑 놀았다고 한다.

"그래도 돼?"

"응. 토마 선생님이 하기 싫으면 하지 말라고 했어."

원래 그런 것인지, 아이들 컨트롤이 힘들어서 그런 것인지는 알 수 없다.


반면 초등 1학년인 지안이는 체육시간마다 다양한 스포츠를 경험한다. 이 아이들은 미세먼지가 심하지 않은 한, 바깥 운동장에서 체육활동을 한다. 달리기는 기본이고 축구, 배구, 배드민턴, 훌라후프, 미식축구, 탁구 등 다양한 스포츠를 경험하고 있다. 아이의 반은 9명이 있는데 가끔 편을 나누어서 축구시합을 한다. 그럴 때는 토마 선생님과 아이 2명이 한 팀이고, 나머지는 모두 상대편이다. 한 번은 지안이와 무타파가 토마와 한 팀이 되었고 나머지 아이들이 상대편이 되어 축구시합을 했는데, 14대 3으로 져버렸다고 엄청 분노를 터뜨렸다. (타파는 ADHD 행동 장애가 있는 아이이다.)


가끔 학교에 갔을 때 중학교 이상 아이들의 체육시간을 구경할 수 있는 기회가 있다. 그 아이들은 땀을 뻘뻘 흘리며 미식축구를 하고, 팀을 나누어 인간 탑 쌓기를 하고 있다. 가끔은 음악에 맞춰 댄스인지, 체조인지 모를 뭔가를 하고 있기도 하다. 인상 깊었던 것은 무더운 뭄바이 날씨에도 땀을 뻘뻘 흘리며 그 시간을 즐기고 있다는 것이었다.



한국 학교에 비하면 체육실도 운동장도 매우 작고 보잘것이 없다. 한국에서 조카들의 학교에 갔다가 넓은 운동장과 멋진 체육실의 모습에 눈이 휘둥그레졌던 기억이 있다. 그것에 비하면 이 학교의 운동장은 정말 작다. 하지만 아이들은 이 좁은 공간에서 충분히 뛰면서 땀을 흘리고 있다. 조금은 부족하고, 결핍되어 보여도 그 공간을 충분히 즐길 수 있다면 아이들은 만족하는 것 같다. 그리고 더 좋은 것들을 마주했을 때, 비로소 감사하는 마음도 덩달아 생기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한국의 학교나 프랑스 학교나 체육활동을 하는 모습은 비슷할 것이다. 어느 나라든지 아이들의 체육활동은 중요한 활동 중에 하나이기 때문이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한국에서는 학년이 올라가고 나이가 들수록 체육활동이 줄어들고 공부에 더 집중하게 되는 경향이 있는 것이다. 

내가 고등학교에 다녔을 적에는 고3 체육시간은 체육시간이 아니었다. 그 시간에 바깥에 나가 뛰는 대신 의자에 앉아 국, 영, 수 보충수업을 듣거나 자습을 해야 했다. 지금은 그러지 않기를 진심으로 바래본다. 공부도 체력이 좋아야 잘할 수 있다는 것을 모든 어른들이 알았으면 좋겠다.

부디 지금은 그런 일이 없기를.......


아이들은 충분히 뛰고 땀을 흘리는 경험을 통해 몸도 마음도 지식도 한층 성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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