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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량 Mar 13. 2019

갑작스러운 공포감을 느낀 순간 뭄바이 택시

뭄바이 7개월 차

뭄바이에는 여러 종류의 교통수단이 있다.

도로에는 자동차와 오토릭샤, 오토바이가 뒤엉켜 달린다. 오래된 버스와 지하철도 있지만 한 번도 타보진 않았다.  대부분의 외국인들은 차와 드라이버가 있다. 하지만 우리처럼 드라이버가 없는 경우, 난 주로 택시를 이용한다.


 이곳에서 사용하는 우버택시는 매우 편리하다.

우버 앱을 실행시키고 목적지만 지정하면 알아서 택시가 온다. 정확한 위치를 몰라도 구글맵과 연동된 우버 앱에서 목적지 이름만 서치하면 된다.

그리고 어느 택시기사가 어디에서 오고 있는지, 금액은 얼마인지, 심지어 기사의 프로필과 운행 횟수, 그가 받은 평균 별 평점까지도 확인할 수 있다. 그리고 택시에 올라타서 어디로 가자는 말을 하지 않아도 된다. 우버 택시 기사는 우버 앱을 실행시켜 내가 지정한 목적지로 말없이 이동을 한다. 이 역시 구글맵과 연결이 되서 내비게이션 역할을 한다.

난 가끔 로컬 블랙 택시를 타기도 한다. 주로 집으로 돌아올 때는 로컬 택시를 이용하는데, 지나가는 택시를 잡아 타고 오는 것이다. 우버택시에 비해 매우 저렴하다. 대신 에어컨이 되지 않아 창문을 활짝 열고 달려야 한다.



며칠 전 남편의 생일을 맞아 케이크를 사러 가기로 했다. 어느 분이 알려준 베이커리는 집에서 가깝지 않았다. 역시나 우버 앱을 실행시켜 목적지를 지정했다. 택시는 금방 잡혔고 이내 출발을 했다. 길이 조금 막히긴 했지만 생각보다 금방 도착했다. 처음 가본 그 베이커리에는 한 낮인데도 사람들이 바글거렸다. 난 블루베리 치즈케이크와 아이들을 위해 마카롱 몇 개를 사서 들고 나왔다.

집에 갈 때는 로컬 택시를 탈 생각이었다. 집의 위치가 현지인들은 다들 아는 지역이라 쉽게 갈 수가 있다. 마침 베이커리 앞에 택시가 한대 서있었다.

"go to police camp?"

 "worli police camp? yes yes."

난 차 문을 열고 택시에 올라탔다.

그런데 아뿔싸.......

택시의 좌석에서는 찌들고 찌든 냄새가 풍겼다. 그 시트는 한 번도 닦은 적이 없는 듯한 얼룩이 여기저기 묻어 있었다. 심지어 기사의 얼굴은 파킨슨병 환자처럼 좌우로 움직이고 있었고, 그의 옷 차림새는 길거리 생활을 하는 사람의 행색이었다. 순간, 그냥 내려야 하나? 하는 생각을 했지만 차는 이미 출발을 해버렸다. 기사의 머리가 떨리는 것만큼 택시도 덜덜 떨렸다.

'오 마이 갓!!!!'

내 입에서 나지막이 신음소리가 흘러나왔다.

기사의 목에서는 그렁그렁 가래 끓는 소리가 났고 심지어 기침을 해댔다. 신호대기를 위해 잠깐 멈춘 사이에 시동이 꺼졌다. 그는 차 문을 열고"쿠에액, 퇘~"하고 가래침을 뱉었다. 가래침이 입가에 묻었는지 옆에 있던 물로 얼굴을 훔쳐냈다.

신호가 바뀌었다. 그는 시동을 걸었지만 한 번에 걸리지 않았다. 겨우 시동이 걸려 다시 달렸다. 시속 10 km/s로 달리는 택시 안에서 오만가지 상상을 했다. 뒤에서는 다른 차들이 빵빵 거리고 있었다.

' 어떡하지? 그냥 내릴까? 너무 도로 한가운데인데, 어떡하지? 무사히 집에 갈 수 있을까? 병균에 감염되는 거 아니야?'

두려움이 엄습해왔다. 뒤통수가 저려오는 느낌을 받았다.

"can you drive to my place?"

"worli police camp? yes. I know"

그는 너무 확신에 찬 목소리로 대답했다.

여전히 시속 10km/s로 달리고 있었다. 뒤에서는 계속 빵빵 거렸다. 그의 머리는 여전히 좌우로 흔들리고 있었다. 그리고 한 번 더 시동이 꺼졌다.

" stop here. i want to get down here, now"

순간 큰소리로 말을 했다.

"stop here? okay"

그는 순순히 나를 내려주었다. 잔돈이 없어 100루피를 내밀었다. 그는 거스름돈을 주려는지 옷깃을 들추었다.

"I don't need change money."

어서 그곳을 빠져나가고 싶었다. 택시에서 내려 낯선 길을 한참 걸었다.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 쉬었다. "휴~~"

우버 앱을 실행시키고 집으로 목적지를 지정했다. 택시는 3분 만에 왔고 난 무사히 집으로 돌아왔다.



이제는 조금 익숙해진 도시 여기저기를 싸돌아 다닌다. 하지만 방심은 금물이다.

이제 좀 익숙해졌다고 생각하는 그 순간에 가장 많은 사건사고가 일어난다.

그 택시를 그냥 타고 왔다면 어떻게 됐을까? 집에 무사히 올 수 있었을까? 택시비보다 세배나 많은 요금을 받은 그는 오늘 운이 좋았다고 생각할까?

그는 정말 택시 기사였을까? 이 모든 게 그의 계획이었던 것은 아닐까? 오만가지 망상을 했다.

무사히 집에 돌아온 것에 그저 감사했다.


그 택시 안에서의 5분, 그 짧은 시간이 뭄바이에 살면서 가장 공포스러운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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