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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량 Mar 26. 2019

난 네가 제일 좋아!

학습장애 친구의 고백


무시타파라는 친구는 학습장애가 있는 친구이다. 한순간도 집중하지 못해 학습에 방해가 되는 친구이다. 가끔 폭발적으로 과잉 행동을 해 주위 친구들을 다치게 하기도 한다. 그래서 항상 도우미가 따라다니며 그를 돌봐준다.

무시타파를 돌봐주는 도우미는 지금 세 번째 바뀌었다. 그것도 그런 것이 하루 종일 아이를 따라다니며 돌봐야 하고, 같이 초등학교 1학년 교실에 앉아서 수업을 들어야 하며 무시타파의 행동을 억제해야 하고, 공부할 때 도움을 주어야 하기에 쉽지 않은 일임에 틀림없다.


지안이가 처음 이곳 학교에 왔을 때, 프렌치를 잘하지 못했다. 말도 잘 못하고, 동양 아이이고, 성격도 소심해 친구들과 잘 어울리지 못하는 지안이는 종종 무시타파의 공격 대상이 되곤 했다. 여러 번 지안이를 밀거나 찌르거나 꼬집기도 했고, 한 번은 얼굴에 상처를 입히기도 했다. 진지하게 선생님께 말씀드릴까 생각했다가 지안이의 절대 말하지 말라는 부탁에 그냥 모른 척 넘어가곤 했다.




우리 아이들은 학교 끝나고 집에 오면 오늘 무슨 일이 있었는지, 어떤 친구가 어떤 행동을 했는지, 수업 시간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종알 종알 이야기를 한다. 그중에는 꼭 무시타파의 에피소드가 들어있다.


오늘은 무시타파가 도시락을 떨어뜨려서 엉망이 됐어.

오늘은 수업시간에 짜증을 엄청 내고 교실 밖으로 나가버렸어.

오늘은 무시타파가 여자 아이들을 놀려서 선생님한테 혼났어.



매일매일 에피소드의 주인공이던 무시타파가 어느 날부터 등장하지 않기 시작했다.  어느 날부터 지안이는 무시타파에 관한 말 보다 다른 친구들 이야기를 더 많이 했다. 너무 궁금해서 물어보았다.

“그런데 요즘 무시타파 잘 지내? 왜 이렇게 조용해?”

“응 요즘 잘 지내. 쉬는 시간에 애기반 애들이랑 잘 놀아주고, 또 여자 아이들이랑 같이 잘 놀아. 짜증도 덜 내.”

“그래? 많이 좋아졌네.”

“엄마, 무시타파가 영어 한마디도 못했는데 요즘 영어로 말도 해.”

“정말? 진짜 점점 좋아지나 보다.”

그렇게 힘들기만 하던 아이가 조금씩 좋아진다는 말을 듣고 참 신기했다. 그 아이도 학기 초에 많이 힘들었었나 보다. 그리고 이제 꽤 적응을 한 듯 보였다.





최근에 지안이의 이야기 속에 그 아이가 다시 등장하게 되었다.


“엄마, 무시타파가 자기 생일 때 나보고 올 거냐고 물어봤어.”

“그래? 생일이 언젠데?”

“근데 생일이 언젠지 모른데.”

“헐, 생일이 언젠지 물어봐야지. 그리고 초대를 해 줘야 가지.”

아마도 얼마 전 다른 친구의 생일 파티에 다녀온 후에 그 아이도 생일 파티를 하고 싶었었나 보다. 그 아이의 순수한 마음이 너무 귀여웠다.


“엄마 요즘 자꾸 무시타파가 같이 놀자고 그래.”

“그래서 놀아줬어?”

“응. 놀아줬지. 숨바꼭질 같이 해줬어.”

“와, 우리 지안이 멋지네. 다른 친구들은?”

“다른 친구들은 싫다고 가버렸는데 난 그냥 놀아줬어.”

“잘했네. 멋지다. 지안이.”



“엄마, 오늘 무시타파가 나보고 뭐래는 줄 알아?”

“뭐라고 했는데?”

“내가 제일 좋대.”

“뭐라고? 하하하하 정말?”

“응. 내가 제일 잘 놀아준다고  제일 좋대.”

“와, 우리 지안이 멋지네. 친구한테 고백을 다 받아보고.”


“엄마, 영어 시간에 우리가 스토리를 만들고 있거든. 이야기의 배경을 어느 나라로 할지 정해야 했어. 그런데 코리아로 했다.”

“정말? 어떻게 그런 거야?”

“선생님이 코리아로 하고 싶은 사람 손 들으라고 했는데 나, 마에라, 안나 그리고 무시타파가 손들어서 코리아로 하기로 했어.”

“무시타파기 코리안을 진짜 좋아하나 봐. 네가 잘 놀아줘서 그런가?”

“그런가 봐 내가 요즘 잘 놀아 주거든.”



친구에 대한 편견 없이 함께 놀아주는 지안이가 너무 대견하고 멋지다.

자신도 친구 없이 혼자 놀아 본 경험이 있기 때문에 무시타파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었던 것이 아닐까?

무시타파의 낯간지러운 고백에 쑥스러운 미소를 지었을 지안이의 표정이 자꾸 떠오른다.

아이는 이렇게 자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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