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산 대국 프랑스
며칠 전, 지안이 친구, 옥성의 생일 파티에 다녀왔다. 옥성스는 어린 여동생과 함께 학교를 다녔는데, 매일 아침 그들의 아빠가 아이들을 등교시켜 주었다. 그래서 저 부부에게는 두 자녀가 있나 보다 하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 아이의 집에 갔더니 웬걸, 옥성스와 닮은 두 명의 형이 더 있었다. 그 집에는 아이가 네 명이 있었다. 위에 두 명은 다른 영어 학교를 다니고 있었고, 우리 학교에는 옥성스와 그의 여동생이 다니고 있었다.
"너에게 아이가 네 명이 있는지 오늘 처음 알았어."
그들의 엄마에게 넌지시 놀라움을 전해주었다.
지안이와 가장 친한 친구, 벱티스트에게도 동생이 두 명이 있다. 벱티스트는 막냇동생 사라를 끔찍하게 아껴주고 잘 챙기는 자상한 큰오빠이다. 둘째인 노아는 귀여운 여동생 때문에 조금 스트레스를 받는 듯 보였다.
이 아이들의 등교를 책임지는 사람도 그들의 아빠이다. 아침이면 귀여운 사라를 안고 노아의 손을 잡고 학교 정문으로 향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그 앞으로 장남 벱티스트가 당당하게 걸어가고 있다.
최근에 지안이 반에 새로 입학한 루이스라는 여자 아이에게도 오빠와 동생이 있다. 그들의 엄마는 바람 불면 날아갈 것 같은 가녀린 몸매의 소유자인데, 전혀 아이들 엄마처럼 보이지 않는다. 그런데 며칠 전, 그녀의 배가 볼록하게 나와있는 것을 보게 되었다. 넷째를 가진 것이다. 저 가녀린 몸으로 세 아이를 돌보고 또 넷째를 가졌다니.......
아이 두 명으로도 버거운 나에게는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었다.
형제자매가 많은 집은 이들뿐이 아니다. 지안이 반의 식스틴이라는 아이에게도 언니가 2명, 오빠가 한 명 더 있다. 도대체 이들은 왜 이렇게 아이를 많이 낳는 것일까?
출산율 최하위의 나라 출신인 나에게 2명은 소수이고, 3명은 기본이며, 4명 또는 5명까지도 아이를 낳는 이들의 나라가 도대체 뭐가 다른 것인지 너무 궁금했다.
몇 달 전 나의 아시아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었다. 그녀들의 남편들은 프랑스 남자였고, 아이를 더 낳기를 원한다는 것이다.
"프랑스 사람들은 애를 너무 많이 낳아. 우리 홍콩에서는 많이 낳는 걸 싫어해. 우리 남편도 한 명 더 낳기를 원하지만 내가 싫다고 했어." 아이가 둘인 홍콩 출신 번번은 외동딸이다.
"우리 남편도 아이를 또 낳기를 원해. 둘째가 딸이라면 또 아이를 갖자고 하는 거야. 그래서 싫다고 했어. 다행히 지금 뱃속 아이가 아들인 것 같아." 필리핀 출신 멜로디 역시 아이를 더 이상 낳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그거 알아? 프랑스에서는 아이를 낳으면 국가에서 돈을 엄청 줘, 학교도 거의 공짜야. 아이를 셋 낳으면 돈도 엄청 받고 학교도 공짜로 다니고, 대학 학비도 엄청나게 싸. 아이를 넷을 낳으면 받는 돈이 어마어마해. 아마 그래서 아이를 많이 낳을 거야.”
우리나라에서도 아이를 임신하면 바우처 카드를 주고, 출산 장려금을 준다. 또 어린아이들을 키울 때는 보육료를 주는데 어떤 시스템이 틀린 것일까? 우리나라에서는 아무리 돈을 준다고 해도 다들 아이 낳기를 싫어하고, 결혼조차도 하기 싫어한다. 그래서 너무 궁금해졌다. 무엇이 다른 것인지.......
프랑스에서는 아이가 태어나면 936유로(약 120만 원)의 출산지원금을 받고 이후 2세까지 185유로(약 24만 원)의 기초 수당을 받는다. 2세부터 20세까지의 자녀가 두 명 이상 있는 가정은 가족수당을 지급받는다. 자녀가 둘인 경우 1인당 130유로(약 20만 원), 셋인 경우 1인당 약 200유로(약 30만 원)의 가족수당이 지급된다. 자녀가 열네 살이 넘으면 1인당 64유로(약 8만 5000원) 가량이 추가 지원된다. 특히 자녀가 셋 이상인 경우에는 거의 모군 공공요금에 할인율이 적용되어 음악원, 무용원, 국립 문화예술 레저시설, 공공 교통수단 까지 가족 모두가 할인을 받는다.
-칼리의 프랑스 학교, 39p-
학기 초에도 자녀당 약 400유로(약 52만 원)씩 학용품 구입 보조금이 지급된다. 유치원부터 고등학교까지 학비는 무료인 데다가 대학교 등록금도 우리나라에 비하면 거의 무료라는 생각이 드는 수준이다. 지난해 프랑스 대학의 연간 등록금은 184유로(약 24만 원) 이였으니, 자녀 교육에 드는 돈은 부담이 되지 않은 셈이다.
-칼리의 프랑스학교, 40p-
(*한 독자분께서 말씀해 주셨는데요, 언급된 아동 수당은 저소득층에 해당된다고 합니다. 저소득층도 수입에 따라 혜택 내용이 조금씩 다르다고 합니다.)
프랑스에서 자녀를 낳으면 국가로부터 전폭적인 지원을 받는다고 한다. 가장 마음에 드는 것은 대학 등록금이다. 대학 등록금 때문에 허리가 휘청하는 한국의 부모들에게 프랑스 등록금은 정말 부러움 그 자체인 것 같다.
나 또한 대학 다닐 때, 장학금을 받지 못하면 학자금 대출을 받아야 했다. 시골에서 농사를 짓고 있는 부모님에게 내 대학 등록금을 달라고 차마 말할 수 없었다.
학교 졸업 후, 다행히도 바로 병원에 취직이 되었다. 월급을 받은 그 날부터 은행에서는 알아서 돈을 빼갔다. 그렇게 몇 년간 대학 학자금을 갚아야 했다. 아마도 정말 많은 사람들이 나와 비슷할 것이다. 대학 등록금만 싸도 삶의 질이 조금 달라지지 않을까? 등록금을 갚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하고, 또 빚을 갚기 위해 일을 하고....... 빚만 갚다 집도, 연애도 결혼도 이미 먼 나라 이야기가 되어버리는 삶이 멀리 있지 않다.
국가에서 출산 장려금을 많이 준다고 해서 아이를 많이 낳는 것은 아닌 것 같다. 한 나라의 사회적인 전체 분위기가 다른 것이 아닐까?
탄탄한 의료보험 제도와 무상에 가까운 교육제도, 자유로운 형태의 결합을 허락하는 사회적 분위기, 거기에 더욱 넉넉해진 자유시간, 이 세 가지 요소가 충족되자 프랑스 여자들이 평균 두 명 정도의 아이를 낳는 시절로 진입하게 된 것이다.
-칼리의 프랑스학교, 41-
아침마다 아이들을 학교에 바래다주는 사람은 엄마, 아빠 또는 드라이버, 내니이다. 그중에서도 단연 인상 깊은 것은 아빠들이 바래다주는 모습이다. 그 아빠들은 출근 복장을 하고, 아이들의 손을 잡고 학교에 온다. 아이들과 아침마다 비쥬 비쥬를 하며 작별인사를 하고 다시 직장으로 향한다. 그들에게 이러한 삶은 매우 자연스러운 모습이다. 하지만 한국 사람인 나에게는 생소하면서도 부러운 장면이 아닐 수 없다.
아침마다 아이들과 눈도 못 마주치고 회사에 달려가기 바쁜 아빠들, 그들의 학교는커녕 선생님과도 인사 한번 나눠보지 못한 아빠들....
아이들을 학교까지 바래다주고, 여유 있는 미소로 아이들에게 볼뽀뽀를 나누고 직장으로 향하는 한국 아빠들이 몇이나 있을까?
만약 한국 학교에 그런 아빠가 있다면 아마도 자자하게 소문이 날것이다. 대단히 자상한 아빠 또는 뭔가 문제가 있는 아빠로.......
그들의 삶의 여유가 부럽다. 아이들과 부모가 함께 할 수 있는 그 시간이 부럽다. 일 년에 쓸 수 있은 휴가가 많아서 언제든지 원할 때 휴가를 쓸 수 있는 회사, 아이를 많이 낳아도 아무도 손가락질하지 않는 분위기, 이혼한 가정의 아이에게는 더욱 많은 혜택을 주는 국가, 싱글맘에게는 여러 사회보장제도가 있어 소외되지 않고 아이를 키울 수 있는 사회적 제도가 부럽다.
너무 이상적으로만 보이는 이런 모든 것들이 프랑스에서는 이루어지고 있다고 한다. 과연 가능한 일인가?
부러우면 지는 것이라는데, 난 지고 말았다.
난 아이를 더 낳고 싶지 않다. 두 아이로 충분히 넘친다. 아이들의 교육비 걱정과 학비 걱정을 해야 한다. 노후를 걱정하고, 집을 걱정한다. 이러한 삶 또한 우리의 일반적인 삶이기에 뭐라고 할 수 없지만, 저들이 부러운 것은 어쩔 수 없다.
우리 아이들이 크면 어떤 세상이 올까?
제발 더 힘든 세상이 오지 말기를.......
어른들 때문에 힘든 세상이 되었다는 비난을 받지 않기를.......
우리나라도 아이를 많이 낳아도 살기 좋은 나라가 되기를 진심으로 기도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