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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량 Apr 27. 2019

비누에 미백효과는 없나요?

예뻐지고 싶어서

12살.

엄마 아빠를 도와 논과 밭에서 일을 했기 때문인지, 햇볕 아래에서 신나게 뛰어놀았기 때문인지, 내 피부는 햇빛에 그을린 까무잡잡이었다.


어느 날, 나에게도 호르몬이라는 친구가 찾아왔다. 그 호르몬은 까무잡잡 내 피부에 여드름을 안겨주었다.

이마에 오돌토돌 올라온 여드름. 언니는 가끔 내 이마의 여드름을 짜주겠다며 덤벼들었다.


하얀 피부가 갖고 싶었다. 아니, 하얗지 않더라도 좋으니 여드름이 제발 사라지길 바랬다.

내 피부에 세균이 너무 많나? 소독을 해야 하나? 어떻게 소독을 하지?

마침 좋은 생각이 떠올랐다.


학교 끝나고 집에 오니 아무도 없었다. 지금이 기회다. 수돗가로 달려가 물로 얼굴을 씻었다. 옆에 놓여있는 세숫비누를 집어 들고 열심히 거품을 만들었다. 두 손 가득 비누거품이 넘칠 때 쯔음, 드디어 그 거품을 내 얼굴에 발라주었다. 얼굴에 세숫비누 마사지를 시작했다.

비누가 내 얼굴을 깨끗하게 소독해줄 거야.

비누를 얼굴에 오래오래 바르고 있으면 더 좋지 않을까?

눈과 입만 빼고 얼굴에 비누거품을 바르고 방으로 들어갔다. 씻어내지 않은 채로.......

그리고 1시간 후 드디어 물로 씻어냈다. 왠지 내 피부가 깨끗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그렇게 비누거품 마사지를 여러 번 했지만, 내 피부는 깨끗해지지 않았다. 하얗게 되지도 않았다. 비누 광고에 속았다. 세숫비누로 잘 씻으면, 아니 마사지를 하면 좋은 피부가 되는 줄 알았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여드름은 더 심해지기만 했다.


다른 방법을 써봐야겠다.

엄마 방 서랍에 있던 콜드크림이 눈에 들어왔다. 엄마의 크림에서는 항상 향긋한 향기가 났다.

그래, 저거야.


엄마가 없는 틈을 타 콜드크림을 듬뿍 얼굴에 처발라주었다.

이제 내 피부는 좋아질 거야. 크림을 발랐으니까. 이번엔 분명 좋아질 거야  

하지만 여전히 내 피부는 좋아지지 않았다. 비누도 엄마의 크림도 전혀 효과가 없었다.


가장 좋은 것은 역시 레이저.

20대 후반에 알게 된 레이저 덕분에 어릴 적에 생긴 여드름 흉터와 자국을 그나마 제거할 수 있었다.

이제는 40대. 레이저가 절실히 필요한 나이.

그런데 인도의 레이저는 믿을 수가 없다.


자글자글 늘어나는 내 주름에

레이저 한방 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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