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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량 Apr 29. 2019

뭄바이의 뜨거운 여름

여행자 같은 하루

뭄바이에도 사계절이 존재한다.

따뜻한 여름, 죽도록 더운 여름, 비가 오는 여름, 시원한 여름.

우리는 작년, 비가 오는 여름에 인도에 와서 따뜻한 여름과 시원한 여름을 지나 죽도록 더운 여름을 보내고 있다.

인도의 4월, 5월은 1년 중 가장 더운 계절로 현지 학교들은 이때 여름방학을 한다. 국제학교는 이맘때 짧은 방학을 하는데 프랑스학교도 역시 이번 주부터 2주간 방학을 시작했다.


가만히 있어도 땀이 주르륵 흐르는 날씨.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지치는 날들.

야외 공사장에서 일하고 있는 사람들이 대단해 보인다.

4월29일 날씨

현재 기온은 31도, 체감온도는 38도.

뜨거운 햇빛에  피부가 타들어갈 것 같은 날씨.

비올 확률 0%, 그러나 습도는 76%.

시원했던 바닷바람이 텁텁하게 느껴지는 이유이다.


이런 날, 아이들을 이끌고 뭄바이 남쪽으로 향했다.


원래는 뭄바이 남쪽에 위치한 National museum에 가서 놀고 오려고 나섰다. 그런데, 미술관 관람이 20분 만에 끝나버렸다.

National Museum

어느 인도 작가의 작품이 전시 중이었다. 매우 인도스러운 그림들을 감상하고 나오니 갈 곳이 없다.  마침 가까운 곳에 평소에 가보고 싶었던 곳이 있었다.


바로 “Gateway of India”


영국이 인도를 지배하던 시절, 영국 메리 여왕의 뭄바이 입성을 기념하기 위해 만들어 놓은 문이다.


그런데 미술관에서 게이트웨이 오브 인디아로  걸어가는 그 길이 내가 알던 뭄바이의 모습이 아니었다. 왠지 내가 여행자가 된 기분이랄까.


“엄마, 도대체 어디 가는 거야? 더워 죽을 것 같단 말이야.”

“엄마 발바닥이 뜨거워서 걸을 수가 없어.”

아이들의 아우성에도 아랑곳없이 걸었다. 뜨거운 햇빛으로 피부가 타들어가는 듯했지만, 여행자가 된 이 기분을 만끽하고 싶었다.


드디어 도착.

토요일 오후, 현지 사람들로 붐빈다. 아이들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랐다. 신이 난 엄마와 다르게 아이들은  울기 일보직전이다.

옆에서 몇몇 아저씨들이 사진 찍으라며 호객행위를 한다. 필요 없다고 여러 번 거절했지만 그중에 끈질길게 따라다니는 아저씨 한 명. 결국 사진을 찍었다.


기념품을 파는 아저씨가 따라붙었다. 결국, 냉장고에 붙여놓을 자석도 하나 샀다.

완벽하게 여행자 같다.

근처 카페

얼굴이 벌겋게 달아오른 아이들 손을 잡고 근처 카페에 들어가 시원한 음료수를 마셨다. 그리고 아저씨가 찍어준 사진을 보는데.....

너무 합성사진처럼 나왔다.


무더운 뭄바이의 여름을 보내고 있다.

너무 더워 하루 종일 멍을 때리지만,

가끔 여행자 같은 일상이 이 더위도 잊게 만든다.


매 번 이렇게 여행하면서 살면 얼마나 좋을까?


아니, 평범한 일상을 여행자처럼 살아보자.

누군가가 그토록 오고 싶어 하는 곳에 살고 있으니.

누군가는 그토록 하고 싶어 하는 해외생활을 하고 있으니.


그런데 너무 덥다. 누진세가 없어서 정말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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