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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량 Jun 08. 2019

수다쟁이 아이들

Good bye Alek!!


소은이와 같은 또래 친구는 알렉과 다니엘이다. 한국 나이로 7살인 이 아이들은 같은 GS class라는 이유로 서로를 매우 챙긴다.

6살, 7살 아이들이 합반을 하고 있기 때문에 종종 Ms, Gs아이들이 한 교실에서 서로 다른 테이블에 앉아 공부를 한다.


알렉은 다음 주에 프랑스로 돌아간다.

뭄바이에 산 지 4년이 넘었기에 임기가 끝났다고 한다. 우리는 다음 학기엔 델리로 이사를 간다. 그래서 이 아이들을 위해 자리를 마련했다.


차를 타고 다니엘 집으로 향하는 길.

세 아이는 시끄럽게 떠든다. 여자 아이 셋인 줄....

그중에 가잘 말이 많은 아이는 소은이다. 쉬지 않고 말을 한다. 동생들의 대화를 조용히 듣고 있던 지안이는 혼자 피식 웃고 있다.

“제내들 뭐라는 거야? 통역 좀 해줘 봐.”

“별 말 아니야. 이상한 말 하는 거야.”

ㅜㅜ.....

나도 알고 싶다. 그 이상한 말들을....


다니엘 집에 모여 함께 마리오 카트 게임을 했다.

게임을 처음 해보는 알렉은 계속 꼴등을 했다. 하지만 속상해하지도 짜증을 내지도 않는다. 아이는 해맑게 웃으며, 이거 정말 어려운데? 하고 말하고 있다. 결국 다니엘에게 도움을 청하는 알렉.


아이들은 다 같이 놀이방으로 가서 레고를 만들며 논다. 함께 웃고 떠들고 있다. 남자들끼리 놀 때 소은이는 다니엘의 동생 안러와 놀고 있다. 평화로운 이 시간. 난 다니엘의 엄마 번번과 소파에 앉아 이야기를 나누었다.


이 학교에 다닌 지 1년이 되어간다. 이제 곧 여름 방학을 한다. 그리고 우리는 이곳을 떠난다.

일 년 동안 뭄바이 프랑스 학교에 다니면서 너무 감사했다. 아이들이 눈부시게 성장했고, 낯선 친구들과 좋은 친구가 되었다. 좋은 선생님들이 있었고 좋은 교장선생님이 있었다.


떠나는 것이 아쉽지만, 또 새로운 곳의 프랑스 학교를 기대하고 있다.

프랑스 학교에 아이들을 보낸 것은 무모했고, 큰 도전이었다. 하지만 이제 정말 잘 한 결정이었다고 말하고 싶다.


지난주에는 교장선생님과 인터뷰를 했다. 지금 쓰고 있는 원고에 넣기 위해서였다.

교장선생님은 우리 아이들에 대한 애정을 한없이 보여주셨다. 그리고 어렴풋이 느끼고 있었던 프랑스 교육에 대한 확신을 주셨다.

(무엇보다 내가 인터뷰를 결심하고 부탁하고, 질문을 만들고, 대화를 했다는 사실이 내 스스로에게 큰 자부심을 느끼게 해 주었다. 영어 한마디도 못하던 내가 이렇게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내 아이 지안이와 소은이가 프랑스 학교에 간 덕분이다.)


뭄바이 프랑스학교에서 만난 친구들, 선생님들을 잊지 못할 것 같다. 그래서 이 학교에 대한 이야기들을 쓰고 있다.

여러 번 고치고 또 고치며 쓰고 있다.

내 아이들이 경험했던 것들을 많은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싶다.


앞으로 가야 할 길이 아직도 많다. 그 길에 여러 어려움도 만날 것이고, 힘든 일도 있을 것이다.

그때마다 지금을 생각하며 나아가고 싶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

알렉과 소은이는 여전히 시끄럽다. 지안이는 이 두 아이들을 보며 킥킥대고 있다. 난 여전히 무슨 말인지 모르고 있다.

이런 엄마에게 아이들은 한글로 통역을 해주고 있다.

달리는 차 밖으로 해가 지고 있다. 뭄바이 바닷가가 붉게 물들었다.

이 아이들은 지금을 기억할까?

서로를 기억할까?

시끄럽게 떠드는 아이들이 반짝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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