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선량 May 18. 2019

프랑스 학교, 어때요?

처음과 경험


며칠 전, 교장 선생님이 날 보자마자 뛰어왔다. 순간, 얼음이 되었다. 평소엔 그냥 인사만 하는 사이인데, 내가 뭐 잘 못했나??


“며칠 뒤에 한국 가족들이 학교에 방문할 거예요. 함께 와서 좀 도와줄 수 있나요?”

“오, 물론이죠. 뭘 도와드리면 되나요?”

“통역을 해주세요.”

“아... 네... 알겠어요..”


통역이라니, 내 짧은 영어로 통역을 해달라고?

짧긴 하지만 말은 통하니, 해달라는 말인가?

“쏘냐는 프렌치도 못하지만 아이 둘을 프랑스 학교에 보내고 있잖아요. 아이들도 잘 다니고요. 그래서 조언을 해줄 수 있을 것 같아요. 학교에 대해 설명도 해줄 수 있을 거고요.”

“아, 알겠어요.”

그녀는 통역이 아닌, 학교에 대해 설명하고 잘 말해줄 사람이 필요한 것이었다.



지안이 소은이가 뭄바이 프랑스 학교에 입학하기 전에는 이 학교는 그저 넘사벽이었다. 한국 아이가 프랑스 학교에 입학이 가능하다는 사실도 다들 몰랐고, 알았어도 프렌치를 못하니 엄두를 내지 못했다. 두 아이의 프랑스학교 입학 후, 조금씩 관심을 보이기 시작하더니, 최근에는 학교 투어를 하러 오는 한국 사람들이 꽤 많아졌다.


프랑스 학교에 대한 장점도 많지만 영어와 프렌치, 두 개를 해야 하기에 아이의 스트레스도 만만치 않다. 물론, 엄마의 노력도 많이 필요하다. 그렇기에 무턱대고 “학교가 좋으니 꼭 입학시키세요.”라고 말하지 못한다.


우리 아이들을  포함해 전교생 중 한국 아이 세 명.


조금 자신감이 생긴 것인지, 아니면 학생 수를 늘리려는 것인지 모르겠지만, 학교에서 매우 적극적으로 한국 학생 유치에 힘을 쏟기 시작했다. 하긴, 아시아 학생이 전무했던 작년에 비하면, 많이 늘긴 했다.


뭄바이의 미국 학교, 독일 학교, 다른 국제 학교에는 한국 아이들이 넘쳐난다. 한국 아이들 뿐 아니라 일본, 중국 아이들이 많이 다니고 있다. 하지만 프랑스 학교에는 없다.  

이제 프랑스 학교도 문을 활짝 열고, 아시아 아이들을 기꺼이 받아들여야 할 때가 된 것이다.


뭄바이  프랑스학교는 뭄바이 시내 한 복판에 새로운 학교 건물을 짓고 있다. 지금은 월세를 내고 있는데 해마다 인상되는 월세로 인해 해마다 학비도 인상되었다. 자체 건물을 가지고 있는 좋은 국제 학교가 하나, 둘 늘어나는 시점에서 프랑스 학교도 많은 고민을 했을 터.

드디어 공사를 시작했고, 다음 10월이면 입주가 가능하다고 한다. 인도에서 건물을 짓는 일은 정말 쉽지 않다. 건물 한 층을 올릴 때마다 퍼미션을 받아야 하고, 검사를 받아야 한다. 교장선생님은 5층까지 모두 다 짓지 못해도 다음 학기부터는 새 건물에서 공부를 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드디어 어제, 약속 시간에 학교로 향했다.

뭔가 막중한 임무를 맡은 것 마냥 설레었다. 경력단절 8년 차에게는 사소한 일 하나도  마음이 쉽게 설레는 법.


학교의 guard station에는 이미 두 가정이 도착해 security permit을 받고 있었다. 가볍게 인사를 하고 학교 오피스로 향했다.

교장선생님을 만나 인사를 하고 가벼운 농담을 나누었다.

“내가 무슨 일을 해야 할까요? 저들에게 좋은 말만 할까요? 아니면 솔직하게 말할까요?”

“글쎄요, 어떻게 말하고 싶어요? 호호호.”


드디어 그들을 만났다.

6살 여자아이와 9살 여자아이.

한국에서 온 지 이틀밖에 되지 않은 아이들은 너무 예뻤고, 귀엽다.

인도에서 산 지 9개월이 된 우리 아이들은 인도 아이들처럼 새까맣고, 꾀죄죄하고......


내가 처음 프랑스 학교에 아이들 보내기로 한 날, 엄청나게 많은 궁금증이 있었지만 물어볼 수 없었다. 그저 직접 부딪혀 보고 스스로 알아내야 했다.

그들도 분명 엄청나게 많은 궁금증을 가지고 있을 터이다. 뭐든지 물어보면 말해줄 참이다.


함께 아이들 교실을 둘러보러 갔다. 소은이 교실에 가니 아이들은 모두 간식을 먹고 있었다. 예상 못한 엄마의 등장에 소은이는 함박웃음을 지으며 달려왔고, 소은이 옆에서 함께 간식을 먹던 다른 한국 아이는 갑자기 엄마가 보고 싶다며 눈물을 글썽거렸다.

운동장에 가니 초등학생 아이들이 놀고 있었다. 지안이는 한쪽에 앉아 혼자서 팝콘(오늘 싸준 간식)을 먹고 있다가 엄마가 보이자 씩 웃었다.

2층의 초등학교 교실까지 보여주고, 설명을 해준 다음 다시 1층으로 내려왔다.

부모님들이 가장 궁금한 것은 당연히 아이들이 학교에 적응할 수 있을까? 하는 것이다.

영어와 프렌치, 두 가지를 정말 할 수 있을지?

왕따를 당하지는 않을지?

놀림감이 되지는 않는지?

도시락은 어떻게 싸야 하는지?

공부를 어떻게 도와줘야 하는지?


처음에 나도 가지고 있었던 궁금증들.

내가 겪은 것들을 말해 주었다. 그리고 다음 주에 일주일 동안 trial week(일주일 동안 학교를 다녀보고 결정할 수 있음)를 하기로 했다.


한번 경험해본 경험자로써 해주고 싶은 말은 많지만,  나의 말 때문에 그들의 결정을 방해하지 않을까 하는 조심스러운 마음이 든다.

결정은 오로지 부모님과 아이가 해야 하고, 그 결정에 따른 결과도 스스로 인정해야 한다..

아이를 프랑스 학교에 입학하기로 결정한 순간,

아이와 부모의 도전은 시작된다.

아이뿐만 아니라 엄마도 공부를 해야 하고, 힘들지만 다른 부모들, 선생님과 소통해야 하며, 프랑스 사람들이 나를 모른척해도 그러려니 넘어가야 한다.


난 이미 도전했고, 날마다 하고 있으며, 가끔 힘들지만 후회하지 않는다.


뭄바이 프랑스 학교에 다닌 지 곧 1년이 되어간다.

우리는 다음 학기에 또 다른 곳으로 이사를 갈 것이고, 아이들은 다른 지역의 프랑스 학교로 전학을 갈 것이다. 이미 익숙해진 이곳을 떠나야 한다. 다시 새롭게 시작해야 한다. 새로운 학교에 적응해야 하고, 새로운 친구를 만들어야 한다.

과연 잘할 수 있을까?

모르겠다. 그저 부딪혀보는 수밖에.

새로운 곳에 가서 또 새로운 이야기들을 쓸 있기를 기대한다.






이전 18화 반 대표가 된 소심한 아이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