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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량 Jul 21. 2019

알러지에 대하여

어떤 알러지가 있나요?

알러지 :어떤 물질이 몸속으로 들어갔을 때, 그 물질(항원)에 대한 항체가 생기게 되는데, 그 물질의 과민 반응으로 나타나는 여러 가지 신체 현상


누구에게나 알러지가 있다. 없는 사람도 있겠지만, 내가 아는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은  하나 이상의 알러지를 가지고 있다.


난 메탈 알러지가 있다. 어느 날부터 청바지를 입으면 몹시 가려웠다. 특히 배꼽 부위가 미치도록 가렵고 두드러기가 났다. 알고 보니 청바지 안쪽에 붙어있는 쇠 부분이 피부에 닿으면서 알러지가 생겼던 것이었다. 그래서 지금은 청바지 안쪽으로 노출된 쇠 부분을 반창고로 붙인 후, 입고 있다.

귀걸이, 목걸이, 팔지, 반지도 금이 아니면 가렵다.

어렸을 적에는 가려워도 약을 발라가며 액세서리를 하고 다녔는데 지금은 만사 귀찮아 아무것도 몸에 걸치지 않는다.


남편은 동물 털 알러지가 있다.

몇 년 전, 방글라데시에 살 때 길고양이를 한 마리 입양했었다. 태어난 지 3개월 정도 된 고양이는 너무 사랑스러웠다. 그런데 남편의 알러지가 점점 심해졌다. 집에만 오면 기침을 하고, 콧물을 흘리고, 눈은 빨개지고.....

고양이보다 남편이 더 소중했다.

결국, 다른 집으로 입양을 보내고 말았다.

아이들은 여전히 그 고양이를 그리워하지만, 이제 내 인생에 애완동물은 없을 예정이다. 다시는 책임질 수 없는 일은 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며칠 전, 마트에서 키위를 사 왔다. 새콤한 맛을 좋아하는 소은이는 키위를 몹시 좋아하는 편이다. 방글라데시에서는 비싸서 많이 먹지 못했었는데, 인도에서는 저렴한 가격에 살 수 있어 부담 없이 즐기고 있다.


어젯밤.

과일이 먹고 싶다는 아이들에게 키위를 반으로 잘라 작은 스푼과 함께 내놓았다. 소은이는 혼자서 내 조각을 거뜬히 먹어 치웠다.  반면 지안이는 반쪽만 먹고는 더 이상 못 먹겠다며 스푼을 놓았다.


“엄마, 갑자기 목 안이 가려워.”

가끔 키위를 먹으면 목이 따끔하고 가려운 증상이 있었기에 그러려니 했다.

“엄마, 혀가 아파.”

아이에게 물을 많이 마시도록 했다. 입 안에 남아있는 키위의 잔재를 씻겨내도록.

“엄마, 갑자기 몸이 이상해.”

지안이는 갑자기 목이 아프고, 혀가 아프고, 몸이 이상하다며 눈물을 글썽거렸다. 그제야 사태의 심각성을 파악했다.


급하게 약을 찾았다. 다행히도 좀 오래되긴 했지만 알러지 약이 하나 있었다. 얼른 약을 따라 먹였다.

지안이는 눈을 계속 비비고 있다.

“엄마 눈이 가려워.”


순간 겁이 났다.

급성 알러지가 무서운 것은 아나필락시스 때문이다.

알러지에 대한 전신 증상으로 목숨이 위태로울 수 있다. 특히 목 안이 부어 기도가 막히면 응급상황이 된다.


자꾸 목이 아프다는 지안이의 말에 겁이 덜컥 났다.

집에서 할 수 있는 것은 물을 많이 마셔 빨리 알러지 성분(키위)을 몸 밖으로 배출시키는 일(소변보는 일)이다.

“배가 불러서 더 못 마시겠어.”

아이를 침대에 눕히고 목이 아픈지 계속 물어보았다. 다행히도 전신 증상은 없어 보였다. 그런데.....

십분 뒤 아이의 얼굴을 보고 경악을 금치 못했다. 왼쪽 눈이 밤탱이가 되어 있었다.


알러지 약을 조금 더 먹였다. (페니라민)

내가 쓰던 안약을 눈에 넣어 주었다.

아이는 눈을 제대로 뜨지도 못하고 끙끙거렸다.


(그 와중에 소은이는 오빠가 너무 걱정되었는지 오빠 손을 잡아주고, 기도해주고, 엄마 심부름해주고, 오빠 등도 긁어주었다.)


회식 중이던 남편은 놀래서 달려오고, 알러지 약을 두 번이나 먹고 졸렸던 지안이는 코를 골며 잠들어 버렸다.(알러지 약이 좀 졸려요.)


다행히도 푹 자고 아침에 일어나니 밤탱이던 눈이 가라앉아 있었다.



해외에서 아이가 갑자기 아프면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다. 한국처럼 바로 소아과로 달려가기가 힘들다. 그래서 항상 비상약을 구비해 두어야 한다.

다행히도 간호사였던 엄마 덕분에 아이들이 아플 때 적절히 대응하며 지내고 있다.

(학교에서 배우고, 임상에서 배운 지식을 집에서 아이들에게 사용하고 있어요. 토닥, 토닥)


이제 키위는 절대 사지 않을 것이다.!!!!



그나저나 최근에 새로운 알러지가 하나 생겼다.

“말과 행동이 다른 사람”에 대한 알러지인데....

한번 생기니 쉽게 가라앉지 않는다.

무슨 약을 먹어야 하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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