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금슬 좋은 비둘기 부부
약 5년 전.
저희 가족은 방글라데시, 치타공이라는 도시에 살고 있었어요. 그때, 저희는 한국으로 돌아갈 것인지, 이직을 해서 방글라데시에 머물 것인지 심각하게 고민을 하고 있었죠.
전, 더 있고 싶었어요. 2년 정도 살면서 아이들 돌보는 일만 한 게 너무 억울했거든요.
남편은.... 돌아가고 싶어 했어요. 일이 많이 힘들었고, 몸이 아팠거든요.
그러던 어느 날.
남편이 꿈을 꾸었어요.
사실, 남편은 꿈을 잘 꾸지 않아요. 아니, 꿈은 꾸겠지만 기억을 못 해요.
반면 전, 잠만 지면 꿈을 꿉니다. 그것도 날마다, 2개 이상의 꿈을 꾸고 아침마다 그 꿈이 생각나서 힘들어요. 밤에 푹 자지 못하고 꿈속에서 헤매다 깨면, 그렇게 피곤할 수가 없어요.
아무튼, 그날은 제가 아니라 남편이 꿈을 꾸었어요.
집 안으로 비둘기가 날아 들어왔대요. 도망도 가지 않고 남편 주위에 있더래요.
그 꿈을 꾸고 왠지 좋은 일이 있을 것 같았죠. 그리고 저흰 이직을 해서 방글라데시에 남는 것을 선택했어요. 그리고 5년이 흘렀네요. 그동안 우리 가족은 다카를 거쳐 뭄바이를 지나 델리로 왔답니다.
며칠 전, 자꾸 푸드덕 거리는 소리가 들렸어요. 뭔 소리인가.... 하고 집안을 둘러보았죠. 그리곤 아주 경악을 금치 못했어요.
세탁실, 그러니까 세탁기가 놓여있는 베란다에 비둘기 두 마리가 앉아있는 거예요. 세탁기에는 비둘기 똥이 있고요.
전 새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아요. 특히 인도의 비둘기는..... 마치 까마귀 같달까요....
비둘기가 평화의 상징이라는데, 전 그냥 싫었어요. 가끔 비둘기가 벼룩 같은 벌레들을 데리고 오거든요.
베란다에는 버드 넷(모기장처럼 생긴)이 있는데, 그 사이로 어떻게 들어왔는지 모르겠어요.
아주 작은 틈이 있었는데, 거기로 들어왔나 봐요
빗자루를 들고 쫓아냈어요.
그런데 이 녀석들이 또 들어오고, 또 들어오는 거예요. 세탁실이 비둘기 똥으로 가득해지기 전에 뭔가 조치를 취해야 했어요.
그래서 아예 베란다와 버드 넷 사이를 막아버렸어요. 다행히 그 뒤로 세탁실 안으로 들어오진 못하는데, 그 버드 넷 사이의 빈 공간에서 푸드덕 거리네요.
오늘은 조용히 세탁실로 가서 작은 구멍으로 그 녀석들의 동태를 살폈어요.
비둘기가 원래 금실이 좋은가요?
두 녀석이 서로 목을 크로스하고, 서로의 날개를 부리로 다듬어주고 있네요. 그리고 막 포옹을 하는 거예요.
동물도 으슥한 곳을 좋아하나 봅니다. 왜 저 작은 구멍으로 들어와서는, 좁은 곳에 있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는데, 이제야 이해가 되었어요. 그건 본능인가봐요. 우리도 저럴때가 있었....나???
아무튼, 저러다 알까지 낳는 건 아닌지 모르겠어요.
비둘기를 쫓아내고 또 쫓아내도 다시 날아옵니다.
남편의 꿈은 예지몽이었을까요???
금슬 좋은 비둘기 커플이 제발, 알은 낳지 않기를 바라고 있어요. 알은 더 좋은 곳에서 낳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