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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실 속 민주주의

학생 참여재판

by 선량


국민참여재판 :
민주적 정당성과 투명성을 강화하고, 국민으로부터 신뢰를 받는 사법제도의 확립이 필요하다는 인식하에 일반국민도 일정한 요건을 갖추어 재판절차에 참여하도록 하는 재판 [출처 : 다음 백과]



며칠 전, 프랑스학교 2학년( CE2) 교실에서는 작은 재판이 있었습니다. 아이의 입을 통해 듣는 교실 속 재판 모습이 꽤나 흥미로웠어요. 두 건의 재판이 있었는데요, 두 사건의 주인공은 모두 안드레아와 주아킨이었습니다.

이 일을 재판이라고 말하는 이유는, 아이들 스스로가 재판이라고 인식하고 말을 했기 때문입니다.

지안이의 입을 통해 들은 사건을 엄마의 손으로 재해석해보았습니다.



사건 1. 주아킨의 가방 사건
원고 : 주아킨
피고 : 안드레아
배심원 : CE1 반 아이들
재판관 : 무슈 베이(Monsieur. Bey)

고소내용

주아킨은 뒷자리에 앉은 안드레아가 자신의 가방을 건들고 장난을 친다며 이를 막아달라고 재판을 요구 하였음.


배심원 1. 주아킨이 앞자리에 앉아 있는데, 어떻게 뒷모습을 볼 수 있는지 모르겠다.

배심원 2. 안드레아가 주아킨의 가방을 만지는 것을 보았다. 하지만 장난을 친 건 보지 못했다.

배심원 3. 안드레아가 주아킨의 가방을 만졌다고 해서 장난을 친 건 아닌 것 같다.

배심원 4. 주아킨이 불편하다면, 안드레아의 잘못이 맡다.


피고의 항변

나는 주아킨의 가방이 바닥에 떨어져 있기에 가방을 들어서 의자에 올려 준 것이지, 절대 장난을 친 게 아니다.


재판 결과

이는 안드레아가 장난을 친 것이라고 볼 수는 없다. 하지만 주아킨이 계속 신경 쓰인다면, 자리를 바꾸도록 한다.



결국, 두 아이의 자리는 멀리 떨어지게 되었다고 합니다.




사건 2. 축구 시간에 일어난 사건
원고 : 안드레아
피고 : 주아킨
목격자 : 기안
배심원 : CE 1 아이들
재판관 : 무슈 베이(Monsieur. Bey)

고소내용

방과 후 액티비티, 축구 클래스 중에 일어난 일로, 안드레아가 골을 넣을 때마다 상대편인 주아킨이 나쁜 표정과 제스처를 사용해 안드레아를 놀림. 이를 막아달라며 재판을 요구함


배심원 1. 어떤 표정과 제스처를 사용했나?

배심원 2. 이건 무조건 주아킨이 잘못한 것이다. 축구는 페어플레이다.

배심원 3. 하지만 안드레아의 말만 듣고 단정할 수는 없다. 목격자의 말을 들어보자.

목격자. 함께 축구 클래스에 참여하고 있는데, 주아킨이 나쁜 표정을 하는 모습을 여러 번 보았다.

배심원 전체. 이건 무조건 주아킨이 잘못한 것이다.


피고의 항변

할 말이 없다.


재판 결과

이는 목격자도 있고, 안드레아가 몹시 속상해하고 있으므로 주아킨이 잘못한 것이다. 다음 축구 액티비티 시간에 재판관이 직접 참관하여 주아킨의 행동을 주시한다.



결국, CE1 담임 선생님인 무슈 베이는 축구 시합을

참관하여 아이들의 행동을 직접 주시했다고 합니다.



이 두 사건의 해결 과정을 들으면서 너무 신기했습니다. 만으로 7살인 아이들이 다 함께 모여 친구의 잘잘못을 따지고, 선생님 또한 아이들의 이야기를 경청한다는 사실이 놀라웠어요.

교실에서 문제가 발생하거나 억울한 아이가 있으면 언제든지 재판을 요구할 수 있다고 합니다.


요즘 우리나라의 초등학교는 어떤가요?


제 어릴 적에는 교실 안에서 민주주의는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선생님의 말이 곧 규칙이고 법이었죠.

제가 처음 초등학교에 입학하고 얼마 안 되었을 때, 옆 짝꿍이 자꾸 책상에 줄을 그어놓고는 절대 넘어오지 말라고 했어요. 웃긴 건 내 쪽은 정말 좁고, 자기 쪽은 정말 넓게 해 놓았다는 것이었죠. 너무 억울해서 손을 들고 선생님께 말을 했습니다. 하지만 선생님은 별다른 반응이 없었어요. 친구에게 하지 말라는 말도 하지 않았고, 해결도 해주지 않았습니다.

그때의 기억이 아직도 남아있는 걸 보면, 제가 꽤나 억울했었나 봅니다.



아이의 교실에서 일어나는 일들은 저에겐 무척 생소한 모습입니다. 하지만 아이는 그걸 당연하게 생각하더군요.

이러한 교실 안 민주주의 모습은 프랑스 학교라서 가능한 걸까요? 아니면, 담임 선생님의 재량일까요?


아니면, 요즘 학교는 모두 이런 모습인가요?

문득 궁금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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