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읽기. 어떤 방법이 좋을까요?
저는 다독가가 아닙니다. 책을 좋아하지만, 많이 읽는 편은 아닙니다. 소설은 좋아해서 밤을 새우며 읽지만, 에세이나 교육서, 인문학 등 일반 도서 같은 경우에는 시간이 꽤 오래 걸리는 편입니다.
그것도 동시에 여러 권을 읽는 습관이 있어요. 그래서 책 한 권을 읽는데 어느 정도 걸리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현재 읽고 있는 것은 “보통의 존재, 세계 지리를 보다, 퇴근길 인문학 수업”을 종이책으로 읽고 있고, “말 그릇, 라틴어 수업, 쓰기의 말들”을 이북으로 읽고 있습니다. 이렇게 한꺼번에 여러 권을 읽게 된 이유는, 그때그때 읽고 싶은 책이 다르기 때문이에요.
보통의 존재라는 책은 한국에 갔을 때, 아빠의 제자이시자 브런치 작가님이신 김영배 님께서 주신 책인데요. 이 책은 카페에 갈 때나 공원에 갈 때 가볍게 들고 가서 읽기에 좋았습니다.
반면 퇴근길 인문학 수업 책은 가볍게 읽기가 어려워서 생각하고 찾아보고 밑줄도 그으며 읽게 되더라고요.
세계 지리를 보다는 아이들이 책을 보는 시간에 주로 읽는데요, 책을 읽다가 아이들에게 읽어 주기도 하고, 보여주기도 하면서 읽게 되더군요.
이북 중에 라틴어 수업은 읽기 시작한 지 꽤 되었는데 끝내질 못했어요. 내용이 너무 좋아서 되새기며 읽고 있습니다.
말 그릇은 최근에 시작했는데요, 책을 들고나가기 힘들 때 휴대폰을 꺼내 읽고 있습니다.
쓰기의 말 책은 필사를 하면서 더 천천히 읽고 있고요. 이러니 책을 빨리빨리 읽어나가기가 힘드네요.
최근에 슬로 리딩이라는 개념을 접하게 되었어요. 한참 속독법이 유행했었는데, 그것보다 슬로 리딩을 해야 한다더군요.
좀 더 자세히 들어가 보면, 책을 그냥 천천히 읽는 게 슬로 리딩이 아니라 책 속에 나오는 배경을 찾아보거나, 모르는 단어를 직접 찾아보고 그림 그려보고 적용시켜 보면서 아주 천천히 읽는 방법이라고 해요. EBS 다큐 프라임에서 슬로 리딩을 집중 조명하며 인기가 많아진 것 같습니다.
이렇게 책 한 권을 읽는 동안 직접 찾아보고, 개념을 연구하다 보면 책 한 권을 다 읽는 데 까지는 수개월, 또는 1년이 거리기도 한다고 합니다. 책 한 권을 완전히 파헤치는 거죠. 그렇게 하면 생각하는 힘이
길러진다고 해요.
https://youtu.be/IC-bLd2 dums
오늘 우연히 이런 영상을 보았어요.
“슬로 리딩, 절대 하지 마세요.”
요즘 유행하는 슬로 리딩에 반기를 들며 다독, 속독의 중요성을 말하고 있었어요. 책을 일만 권 읽었고, 책을 읽는 데도 방법이 있어서 아무렇게나 그렇게 읽으면 안 된다고 하더군요. 바로 저처럼 읽으면 안 된다는 말 같았어요.
다독도 못하고 속독도 못하는 제가 평가할 수는 없지만, 독서를 꼭 이렇게 원리원칙을 따져가며 해야 하는 걸까?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전 날마다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 주고 있는데요, 요즘은 그림책을 벗어나 조금 긴 장편 동화를 읽어주고 있어요. 그래서 한 권을 다 읽는 데 길면 5일이 걸리기도 하고, 빠르면 이틀 정도 걸립니다. 하루에 읽어주는 시간은 약 1시간 정도입니다.
두 아이 모두 스스로 책을 읽을 수 있고, 한글을 다 아는데 왜 읽기 독립을 시키지 않는지 궁금하실 것 같아요.
그 이유는, 책을 읽어 주지 않으면 아이들이......... 울어요. 그래서 반 강제적으로 읽어주고 있어요.
아이들 재우려고 습관적으로 읽어 주는데요, 안 읽어 주는 것보다는 좋겠지.. 하는 마음으로 읽어주고 있습니다.
그런데 슬로 리딩을 접한 후, 저도 한번 해보고 싶었어요. 몇 달에 한 권 읽기는 힘들겠지만, 책에 나온 개념을 직접 찾아보고 그림을 그려보면 뭔가 더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책을 읽다 모르는 단어를 직접 인터넷으로 찾아보고, 동물은 사진을 검색해 보면서 책을 읽어 주었어요. 읽다가 의문점이 생기면 다시 앞으로 넘어가서 찾아보기도 했고요.
결론부터 말하자면, 아이들은 엄청 좋아합니다. 엄마가 읽어주는 것만 듣는 게 아니라 직접 핸드폰으로 찾아서 보여주니, 이건 영상이 가미되어 흥미를
유발하는 효과라고 할까요?
이야기를 많이 하면서 읽다 보니, 아이들도 적극적으로 참여하게 되어 단지 엄마가 책 읽어주는 시간만은 아닌 같았습니다.
단점은 아이들이 자꾸 휴대폰에 검색해 달라고 요구하는 부작용이 있다는 것이었어요. 그리고 말이 너무 많아져서 책 읽는 속도가 현저히 느려졌어요. 진짜 슬로 리딩이 되더군요.
낮에는 아이들 스스로 책을 읽는데요, 만화책을 읽기도 하고 그림책을 읽기도 해요. 그럴 땐 또 엄청 빨리 읽더군요. 눈으로 휘리릭 읽어버려요. 그게 속독이겠죠? 아이들이 속독으로 책을 읽으면 조용해서 좋아요. 엄마를 귀찮게 하지 않아서 좋기도 하고요. 대신, 내용을 다 이해하고 읽는지는 확신할 수 없습니다.
슬로리딩과 속독, 어느 것이 더 좋을까요?
책을 소리 내어 읽는 것과 조용히 눈으로 읽는 것, 어느 것이 더 좋을까요?
밑줄 긋고 필사하며 책을 읽는 것과 앞부터 뒤까지 차근차근 눈으로 읽어 나가는 것, 어느 것이 더 좋을까요?
저는요,
책을 읽은 방법 보다도 책을 좋아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자신에게 맞는 방법을 찾으면 되지 않을까요? 사람마다, 아이들마다 성향이 다르듯, 독서 방법도 사람마다 다른 것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고등학교 3학년 때, 같은 반 친구 중에 수업시간마다 책을 읽는 아이가 있었어요. 소설책, 만화책 가리지 않고 읽는 아이 었죠. 공부는 그다지 하지 않았어요. 중간고사 기말고사 때는 점수가 높지 않았어요. 그런데 모의고사만 보면 점수가 엄청 잘 나오는 겁니다. 전 그 반대였거든요. 시험 범위가 정해져 있는 중간고사와 기말고사는 잘 봤지만, 모의고사는 매 번 못 봤어요. 그 친구에게 물어보았어요. 그 친구가 이렇게 말했습니다.
“모의고사에 나오는 문제들이 내가 책에서 읽은 게 많아.”
그때 그 아이를 보면서 책을 많이 읽으면 모의고사를 잘 보게 되고 수능도 잘 보게 되겠구나!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저도 책을 읽었어요. 고3 때 읽은 책이 바로 ‘1984, 안나 카레니나, 두 도시 이야기, 전쟁과 평화, 카라바조프네 형제들 등등...” 고전을 읽었습니다. 결과는 어땠을까요? 맞아요. 제 모의고사 점수는 오르지 않았어요. 물론 수능도 잘 보지 못했죠. 쩝!!!!
그때 알았습니다. 책을 많이 읽는다고 해서 똑똑해지는 게 아니라는 것을요!!! (아마도 제가 잘 못 읽은 것이었겠죠.)
전 아직도 책이 좋습니다. 제 아이들도 좋아합니다. 슬로 리딩도 다독도 하지 못하겠지만, 그냥 좋아한다는 것 하나만 가지고 살아갈래요.
어제 제 큰 아이가 이렇게 말했습니다.
“엄마, 나도 나중에 커서 글을 써 볼래. 제목은 ‘프랑스 학교에 다니길 잘했어.’ 이렇게 하면 어떨까? 내용은 ’ 난 매일 동생과 집에서 싸웠다. 싸우기 놀이를 하다가 동생이 울었다.’ 이렇게”
장난스럽게 말 하긴 했지만, 아이가 커서 꼭 글을 썼으면 좋겠어요.
책을 읽는 이유가 바로 이게 아닐까요?
해외에서 평생을 산 두 아이가 어떻게 책을 좋아하게 되었는지 궁금하시다면 #프랑스학교에 보내길 잘했어./마더북스를 검색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