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강의를 했습니다.
공헌한다는 실감은 인생의 행복과 깊이 관련되어 있습니다. 그것은 인생의 양식이자, 행복의 초석입니다.
마흔에게 / 기시미 이치로
작가가 책을 출간하면 강연 할 수 있는 자리가 종종 생긴다.
지난해 12월, 첫 책을 출간했지만, 나는 그런 자리를 기대할 순 없었다. 출간된 책도 몇 달이 지난 후에야 받아 볼 수 있었다. 두 번째 책을 과연 쓸 수 있을까? 망설여졌다. 공간적 제약은 생각보다 크게 다가왔다.
내가 사는 이곳에서 의식주는 큰 문제가 아니다. 하지만 먹고 살기 위해 하는 일 말고, 나를 현재 상태에 묵어두지 않고 성장시킬 수 있는 일을 하고 싶었다. 한국 사람이 한국이 아닌 곳에서 한국에 사는 사람처럼 성장하려면 배의 노력이 필요했다. 예를 들면 이런 것 들이다.
대형 서점에 간다. 관심 가는 책을 고른다. 책 뒤 페이지를 보면 출판사 이메일이 있다. 그 이메일을 모아 투고 메일을 쓸 수 있다.
해외에서는 그게 어렵다. 난 오프라인 대형서점 대신 온라인 서점에 들어갔다. 관심 가는 분야의 책을 검색한 후, 출판사 이름을 주욱 적었다. 그다음 포털 사이트에 출판사 이름을 하나씩 검색했다.
어떤 곳은 홈페이지가 있었고, 어떤 곳은 블로그만 있었다. 일일이 들어가 투고 메일 주소를 모으고 기록했다.
이 일은 정말 귀찮은 일이었다. 출판사의 메일을 많이 가지고 있다고 해서 내 책이 만들어지는 것도 아니었다. 하지만 투고를 위해서는 꼭 해야 하는 일이기도 했다.
무지의 상태에서 글을 쓰고 책을 만드는 일을 하면서도 지치지 않고 끝까지 할 수 있었던 이유는, 이 경험들이 언젠가는 나에게 쓰임이 될 거라는 생각 때문이었다. 사소한 경험은 아무것도 없다고 생각했다. 지금은 비록, 아는 게 없어서 이런저런 시행착오를 겪고 있지만, 이 경험들이 쌓이고 쌓이면 나만의 소중한 자산이 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두 번째 책을 POD로 출간한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었다.
원고를 모두 써 놓은 상태에서 마음을 저울질했다. 투고를 한 번도 해보지 않고 POD로 만든다면, 후회할 것 같은 마음이 들었다. 그래서 딱 세 곳에 투고 메일을 보냈다. 그중 한 곳에서 연락이 왔다. 하지만 내가 기대했던 조건이 아니었다. 그때 결심했다. 새로운 경험을 해보기로. 이번 경험이 나에게 소중한 자산이 되어줄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부크크를 통해 POD출간을 했던 바로 그 날, sns에 소식을 올렸다. 그걸 본 마미킹 대표님이 출간 강의를 해달라며 연락을 했다.
그때 난, 마미킹이라는 엄마들의 모임을 하고 있었다. 코로나 때문에 오프라인으로 만나기 힘들어진 엄마들이 매주 화요일에 온라인 줌에서 만나 책을 읽고 나누고 있었다. 책을 따로 구입하거나 미리 읽을 필요가 없어서 좋았다. 줌을 통해 책 내용을 공유해 주었고, 함께 돌아가며 읽었다. 책을 읽고 떠오른 생각을 나누는, 많이 무겁진 않지만 가볍지도 않은 모임이었다.
강의 부탁을 받고 잠시 망설여지긴 했지만, 나에게도 좋은 기회일 것 같았다.
강의 부탁을 받은 그 날 바로 강의안을 만들었다. 이상하게도 해야 할 일이 생기면 망설이지 않고 하는 편이다. 좋은 말로 하면 집중력이 뛰어난 것이고, 나쁜 말로 하면 성격이 매우 급하다.
그렇게 준비한 강의를 드디어 어제저녁에 하게 되었다. 총 12명이 참석하였고, 한국 시간으로 10시부터 자정까지 진행되었다. 처음 글을 쓰기 시작한 이야기부터 어떻게 글을 썼는지와 부크크, 유페이퍼로 책 만드는 법을 간단하게 알려 주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나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불러일으켜 주는 일이었다. 아주아주 평범한 나도 했으니, 누구나 다 할 수 있다고, 일단 자기를 위한 글을 쓰기 시작하라고, 그리고 점점 독자를 위한 글을 써보라고 말했다.
강의가 끝난 후, 참석자들의 피드백이 이어졌다. 다행히도 다들 좋은 말만 해주었다.
이때 난, 공헌감이 무엇인지 알아버렸다. 내가 누군가에게 도움이 된다는 그 느낌, 내가 쓸모 있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드는 것이었다.
‘미움받을 용기’ 책에서 말하길, 공헌감은 가장 큰 행복을 가져온다고 했다.
“큰 도움이 되었어요.”
“저도 용기가 생겼어요.”
“선량님 덕분에 궁금했던 걸 알게 되었어요.”
“어떻게 시작할지 막막했는데, 이제 좀 알 것 같아요.”
“도전이 되었어요.”
내 입에서 나갔던 아주 작은 속삭임이 강한 바람이 되어 되돌아왔다. 정말 행복했다. 이게 바로 “공헌 감”이구나. 왜들 그렇게 인플루언서, 인플루언서 하는지 알 것 같다.
인플루언서가 별건가? 블로그 이웃도 얼마 없고, 인스타 팔로워도 얼마 안 되지만, 사람들이 내 말과 글에 공감하고 긍정적인 영향을 받는다면, 그 사람이 바로 인플루언서 아닐까?
공헌감에 취해 강의를 마쳤다. 안방에서 거실로 돌아오자마자 현실의 삶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엄마가 바쁜 틈을 타 휴대폰을 손에 들고 있는 아이들, 어지럽혀진 테이블, 치워지지 않은 주방.
“야!! 휴대폰 안 내려놔!!”
인플루언서는 개뿔, 난 그냥 지극히 평범한 엄마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