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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량 Jun 03. 2020

모든사람이 완벽할 필요는 없잖아요?(허술한 사람의변명)

행복일까? 아닐까?

드디어 오늘, 새벽 5시에 일어났습니다.

밤에 잘 때마다 새벽에 일어나야지, 하며 잠들지만 매번 늦잠을 잤어요. 아, 그렇다고 9시, 10시까지 자는 건 아니고요, 6시에서 7시 사이에 일어나긴 하지만, 그게 꼭 늦잠처럼 느껴졌어요.


아침시간은 하루 중 다른 때보다 더 짧게 느껴집니다. 금방 해가 뜨고 금방 오전이 돼버려요. 그러면 마음이 분주해지죠. 아침 준비도 해야 하고, 아이들도 깨워야 하고, 거실 정리도 해야 하고, 아이들 온라인 수업 준비도 해야 하고요. 그래서 되도록이며 더 일찍 일어나고 싶은데 마음처럼 쉽지가 않더군요.


인스타그램을 보면요, 다들 정말 열심히 살아요. 5시 기상은 기본이고 4시에도 일어나더라고요. 일어나자마자 저처럼 핸드폰을 보고 헛짓거리를 하지도 않아요. 새벽에 일어나서 책을 읽고, 필사를 하고, 영어 공부를 하고….. 한두 분이 아니었어요. 정말 많아요. 와~ 진짜 대단해 보였어요.



저도 아침에 뭘 하긴 해요.

글도 주로 아침시간에 쓰고 있어요. 유일하게 방해받지 않고 글을 쓸 수 있는 시간이, 아이들이 자고 있는 그 시간이거든요.


예전엔 올빼미였어요. 아이들이 잠들길 기다렸다가 살며시 일어났죠. 그런데 요즘은 아이들이 저보다 늦게 잡니다.  학교를 안 가니, 생활 패턴이 이상해졌죠.

암튼, 오늘은 5시에 일어났습니다. 일어나자마자 글을 쓴 건 아니에요. 핸드폰을 켜고 sns를 한 바퀴 뛰었어요. 요즘 sns에 중독이 되었거든요. 책 홍보와 글쓰기라는 명백한 핑계를 장착하고서 당당하게 sns 속을 돌아다닙니다. 그러다 또 열심히 살고 있는 사람들을 보면, 아….. 대단하다. 그러고 있어요.

(동네 한 바퀴를 좀 뛰어야 하는데, 너무 더워서 엄두가 안 납니다...)


사실 전, 마음먹은 것을 꾸준히 실천하는 그런 사람이 아니에요. 항상 후회를 안고 살죠. 좀 더 일찍 일어났어야 했는데, 그걸 샀어야 했는데, 그런 말은 하지 말았어야 했는데, 그건 꼭 했어야 했는데….

후회는 끝이 없습니다.


후회 없는 삶을 살자고 다짐한 건, 2년 전이었습니다. 마흔을 앞두고 그런 다짐을 했죠. 후회 없는 마흔을 살자고요. 그렇게 살았냐고요?

절반 정도는 성공한 것 같아요. 마흔에 브런치 시작해서 1년 넘게 열심히 글을 쓰고 있으니까요.

그런데 글쓰기 외의 분야에서는 아니에요. 후회 안 되는 게 없을 정도예요. 하다못해 바로 어제 일도 후회가 되는 걸요.  후회 없는 삶을 살자고 다짐한 것 자체가 잘못인 것 같아요. 어떻게 그렇게 살겠어요?


(일어난 지 한 시간 반 밖에 안 되었는데, 졸린 건 왜 그럴까요? 일찍 일어난 게 갑자기 후회가 됩니다. 아무래도 오늘 하루 종일 하품하며 졸게 생겼네요.)



마음먹었지만, 몸이 따라주지 않거나 생각했던 데로 되지 않으면 후회를 하죠. 전 꼭 그게 나쁘다고 생각되지 않아요. 후회가 없다면 발전도 없을 테니까요. 오늘의 경험이 내일의 교훈이 될 테니까요.


가끔 이런 생각이 듭니다.

내가 너무 완벽하지 않아서 참 좋다고요. 실수하고, 후회하고, 넘어지고, 다시 일어나고. 이런 제 모습이 참 인간적으로 느껴질 때가 있어요. 좀 웃긴가요?


전 자기 계발서를 잘 읽지 않는데요, 그런 책 읽으면 시무룩해져요. 동기부여는 되지만 그러고 말거든요. 행동이 따라주질 않아요. 의지가 약한 것일 수도 있겠네요.

자기 계발서 읽고 실천하시는 분들이 정말 대단하게 느껴져요. 저도 여러 번 시도해 봤는데요, 안되더라고요. 오히려 자신에게 실망하고, 자책하게 되더라고요. 그래서 잘 읽지 않아요.


미라클 모닝을 하지 않아도, 자기 계발하지 않아도, 부동산 하지 않아도, 주식투자하지 않아도, 완벽하지 않아도 그냥 이렇게 살려고요. 남들이 하는 거 따라 하지 않고, 그냥 내 방식대로 살자고 생각했어요. 그렇게 마음먹으니 오히려 편해졌습니다. 스트레스도 안 받고요.

부럽기는 해요. 하지만 부러운 감정으로 끝냅니다. 질투하거나 나 자신을 비하하진 않아요.



누군가 저에게 물었어요. 아이들과 온종일 집에 함께 있으면 정말 바쁠 텐데, 언제 글을 쓰고, 언제 그림을 그리느냐고요.

저희 집에서 제 공간은 없습니다. 제가 거실에 있으면 아이들도 거실에서 놀고, 방으로 들어가면 방으로 따라와 놀아요. 그래서 그냥, 마음을 비웠어요. 아이들이 게임할 때 그 옆에서 글을 쓰기도 하고, 아이들이 온라인 수업할 때, 맞은편에서 그림을 그리기도 합니다. 두 아이가 인형놀이할 때, 그 옆에서 글을 쓰고, 지금처럼 아이들이 자고 있을 때 글을 씁니다.


대신, 집안일을 완벽하게 하지 않아요. 설거지도 몰아서 하고, 청소도 대충 빗자루로 쓸고요. 요즘 남편이 집에 있으면서 빨래와 설거지를 잘해주기도 해요.

어제는 안방 책장을 봤는데 먼지가 소복이 쌓여 있더군요. 흠…… 또 반성을 하면서 걸레를 들고 여기저기 닦고 다녔습니다. 아마 제 눈에 띄지 않은 곳엔 여전히 먼지가 쌓여 있겠죠.

좀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지 않을까요? 생명에 지장만 없다면요.



그런데, 글을 쓸 땐 좀 완벽해지고 싶어요. 워낙 성격이 허술하다 보니, 글에도 허술함이 많이 묻어나더군요. 오타도 많고, 띄어쓰기를 잘 못한 것도 많고….


최근에 부크크에서 만든 독립 출간물에서도 오타가 여러 개 발견되었어요. 원래 저자가 책을 미리 받아보고 오타 수정을 한 후 판매해야 하는데, 제가 그러질 못했죠. 다행히 독자 한 분이 오타가 있는 부분을 자세히 알려 주셔서 수정할 수 있었어요.

부크크에서 pod 출간하면 그게 좋아요. 한 달에 두 번 원고를 수정할 수 있거든요. 오타를 알려주신 분에게 정말 감사했어요. 다른 분들은 제가 기분 나쁠까 봐, 또는 실례가 될까 봐 말을 안 하더라고요. 심지어 저희 언니들도요. 그게 오타인지 몰랐을 수도 있겠네요.


암튼, 전 많이 허술합니다. 완벽하지 않고요, 실수를 많이 해요. 그런데 그게 싫지 않아요.

내가 실수를 해봤기 때문에 다른 사람의 실수도 이해할 수 있으니까요. 내가 완벽하지 않기 때문에, 상대방에게 완벽을 기대하지 않아요.



허술한 우리, 실수하는 우리, 완벽하지 않은 우리, 더 이상 자신을 탓하지 맙시다.

이런 사람들 덕분에 세상이 좀 더 편안하게 돌아가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https://brunch.co.kr/publish/book/2717



https://brunch.co.kr/publish/book/22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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