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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량 Jun 04. 2020

내 책이 잘 팔리지 않는 이유가 이거라고?

행복일까? 아닐까?

어느 유명한 인문학 작가님의 블로그에 새로운 글이 떴습니다. 그 글의 제목은 바로 이것이었어요.

“당신의 책이 팔리지 않는 이유는?”

엄청 궁금했어요. 책이 팔리지 않는 이유, 바꿔 말하면 책이 잘 팔리는 이유가 궁금했습니다.  

다들 궁금하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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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작가님이 말하는 이유는 바로 이것이었습니다.

“이유는 단 하나, 그냥 당신의 글이 팔리지 않을 뿐이다.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그저 책이라는 결과만 내려고 쓴, 당신의 글만 팔리지 않을 뿐이다.”

그 글의 결론은,

“이유를 다른 곳에서 찾으면, 자꾸 변명만 늘어난다. 키울 것은 변명이 아니라, 당신의 사랑과 실력이다.”

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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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치로 머리를 한데 맞은 기분이 들었습니다.

다른 사람들의 반응이 궁금해 댓글도 읽어 보았어요. 좋은 글 감사하다, 충고 감사하다는 말만 있었습니다…….


그분의 의도는 사랑과 실력을 키우라는 충고와 동기부여였을 것이라 짐작됩니다. 그 말이 자기 자신에게 했던 말이라고도 했고요.

하지만 잘 팔리지 않은 글을 쓰고 있는 저에게는 그 말이 날카로운 칼처럼 느껴졌습니다.




브런치에 글을 쓰시는 분들 대부분은 글이 좋아서 쓰시는 분들이죠. 작가가 되고 싶다는 소망을 가지고 특별한 기회가 나에게도 찾아오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글을 씁니다.

다른 작가들에게 찾아오는 출간의 기회, 강연의 기회, 작가로 설 수 있는 기회가 언젠가는 나에게도 올 것이라는 희망이 있습니다. 그런 실낱같은 희망이 없다면 브런치에 글을 쓸 이유가 없죠.


처음엔 글 쓰는 게 좋아서 쓰기 시작합니다. 저도 그랬고요. 브런치에 글을 쓰고 구독자가 생기고, 조회수가 올라가고, 포털 사이트에 내 글이 올라가는 그런 경험이 글을 꾸준히 쓰게 만드는 원동력이 되어주었어요. 하지만, 1년 2년 써도 출간의 기회가 오지 않는다면 좌절할 수밖에 없습니다.


브런치 작가님들 글 중에 구독자는 적지만 좋은 글, 유익한 글, 공감이 가는 글을 쓰시는 분들이 많다는 것을 압니다. 그분들의 구독자가 적은 이유는, 그분들의 글이 나빠서가 아니라는 것도 알고 있습니다. 그저 기회가 없었을 뿐입니다.

독자에게 다가갈 수 있는 기회.


책도 똑같다고 생각해요.


단지 책이라는 결과만 내려고 글을 쓰는 사람이 몇이나 있을까요?

독자를 사랑하지 않는 작가가 있나요?

전 없다고 생각합니다.

기획 출간이든, 독립 출간이든 책을 한 번이라도 만들어 본 사람이라면, 그 과정이 얼마나 지난한지 알 것입니다. 그렇게 세상에 나온 책이지만, 독자의 선택을 받지 못하는 책도 부지기수이지요.


“내 영혼이 따뜻했던 날들” 책을 쓴 작가 포레스트 카터는 그 책이 나왔을 당시에는 주목을 전혀 받지 못했다고 합니다. 그는 1979년에 세상을 떠났습니다. 그런데 10년이 지나고 난 후부터 주목을  받았다고 합니다. 웃긴 것은, 이 책이 우리나라에서 출판된 해가 1991년이라는 사실입니다. 그가 세상을 떠난 지 12년이 지난 후였습니다. 그리고 지금까지 큰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그 작가님의 글을 읽고 처음엔 기분이 몹시 나빴습니다. 좌절했습니다. 그 글에 의하면 내 글이 좋지 않아서, 내가 독자를 생각하지 않고 써서, 내 사랑이 부족해서 내 책이 팔리지 않는다는 결론이 나니까요.


하지만 워낙 회복탄력성이 강한 저는 다시 오기가 생겼습니다. “ 당신의 말은 틀렸다.”라고 말하고 싶어 졌어요.



그분은 인문학 분야에서 많이 유명한 작가님이십니다. 책도 사십 권 넘게 쓰셨고, 베스트셀러가 된 책도 여러 권 있습니다. 저 역시 그분의 책을 사서 읽었었어요. 그분의 명성이 하도 자자하여 기대를 많이 하며 읽었습니다. 하지만, 그 책을 읽는 내내 의문이 들었습니다. 이 책은 아이를 위한 책인지, 부모를 위한 책인지 알 수가 없었거든요. 아이와 부모를 위한 책이라고 나와 있는데, 솔직하게 말하자면, 나에게도 아이들에게도 도움이 될 것 같지 않았습니다.  그럼에도 유익한 내용이 있어서 밑줄도 긋고 필사도 해 두었습니다.


 글은 글 대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글이 내 감정을 호소하는 글이라면, 나를 치유해 줄 것이고, 정보를 전달하는 글이라면 그 글을 읽는 독자에게 유익한 글이 될 것입니다.


책 역시 마찬가지라고 생각해요. 책은 그 자체로 가치가 있습니다.

글을 쓰고, 끝없이 퇴고를 하고, 투고를 하고 계약을 하고, 책 디자인을 하고…..

그런  과정을 거친 후에야 한 권의 책이 만들어집니다.

더욱이 책 한 권을 만들기 위해서는 여러 사람의 손이 필요합니다. 작가의 손, 편집자의 손, 디자인의 손, 책을 찍어내는 손, 책을 배송해주는 손…..

이런 손들이 모여 한 권의 책이 완성되는 것이죠. 책이 잘 팔리지 않는다고 해서 이런 손들의 수고도 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내가 해가 떴다고 믿는 것은 해를 보고 있기 때문이 아니라 해 덕분에 다른 모든 것을 보고 있기 때문이다. “(C.S. 루이스)


우리가 글을 쓰는 이유는 우리가 작가가 되었기 때문이 아니라 글 덕분에 다른 모든 것을 볼 수 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내 글이 잘 팔리든, 팔리지 않든 그 글의 가치를 정하는 것은 바로 저자 자신이 아닐까 싶습니다.

글 한 편을 쓰면서 세상을 바라보는 눈이 변하고, 내 감정이 변하고, 꿈이 변했다면 그것으로도 충분하지 않을까요?


꼭 내 글의 조회수가 오르고, 책이 잘 팔려야 가치 있는 것일까요?

저는 아직 잘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더 글을 써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제 글은 아직 잘 팔리지 않으니까요, 더 잘 팔리는 글을 쓰면 다시 생각해봐야겠습니다. 그 후에 당신의 생각은 틀렸다고,

 다시 한번 말해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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