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선량 Jul 01. 2020

답장을 기다린다.

바람이 머물다 간 자리에서


여전히 새로운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내가 직접 무슨 일을 저지르지 않는다면, 몇 년이 지나도 나에게는 아무 일이 일어나지 않을 것이 분명하다.

 


며칠 전에 받았던 내용의 메일을 또 받았다. 이번 발신인은 낯선 이름이었다. 이 사람은 메일을 랜덤으로 보내는 것일까? 아니면 어디선가 내 정보를 얻어서 보내는 것일까? 그것도 아니면 진짜 어디에선가 만났던 사람들 중 한 사람일까?

 


그 사람이 궁금해졌다. 어떤 방법과 과정을 거쳐 나에게 메일을 보낸 것인지 알고 싶어 졌다.


 

사실, 그의 글에서 언급한 자신감을 찾고 싶긴 했다.


책을 두권이나 출간했지만, 잘 팔리진 않았다.


이런 결과의 이유가 내가 열심히 하지 않았기 때문이 아니지만, 그럼에도 과정보다 결과가 우선시 되는 사회에서 살다 보니, 형편없는 결과는 내 모든 수고를 수포로 만들었다.

과연 글을 계속 써야 할까?

 


내가 진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잘 모르겠다.

책이 더 잘 팔리길 원하지만, 유명해지고 싶진 않다.

매일 글을 쓰지만, 글쓰기 모임에 들어가고 싶진 않다.

구독자가 더 늘었으면 좋겠지만, 구독자가 늘어날수록 글쓰기가 두렵다.


내 글과 내 자신에 대한 자신감이 많이 떨어져 있을 때 받은 그의 메일은 궁금증을 일으켰다.

그는 정말 내 자신감을 되찾아 줄 수 있을까?

 





“안녕하세요. 메일 받은 사람입니다. 사실 요즘, 자신감이 많이 떨어졌어요. 책을 두권이나 출간했는데 잘 팔리지 않았거든요. 그래서 계속 글을 써야 하나….. 고민입니다. 브런치에도 글을 매일 쓰는데요, 구독자가 천명이 넘었어요.

처음엔 천명만 넘으면 좋은 일이 막 생길 줄 알았어요. 글도 막 써질 것 같았고요. 하지만, 아니더라고요. 글을 쓰면 쓸수록 자신감이 사라져요.

뭘 모를 땐 모르니까 그냥 썼는데, 이제 좀 알아서 그런지 글 쓰는 게 두려워요.


혹시, 이런 자신감도 되찾을 수 있을까요? 독자들 앞에만 서면 작아지는데......



그리고 혹시, 절 아시는 분인가요? 아니면 이메일을 어디서 구하셨나요? 이건 개인적으로 정말 궁금해서 물어보는 거예요.

답장, 기다릴게요.”

 

 



이제 기다리는 일이 하나 생겼다.

그의 답장을 기다린다.





연결되는 이 전 글

https://brunch.co.kr/@onyouhe/504


 

 

 

작가의 이전글 비밀번호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