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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량 Jul 06. 2020

자판기 커피와 스타벅스 커피

바람이 머물다 간 자리에서

“너 , 무슨 고민 있니?”

“어머, 언니  어떻게 알았어요?”

“네 얼굴에 쓰여 있는데?”

“정말요?”

그녀는 작은 핸드백에서 콤팩트를 꺼내 자기 얼굴을 비춰보였다.


“아이고, 얼굴이 나쁘다는 게 아니라, 그냥 아줌마의 직감이랄까?

그거 알아? 아줌마에겐 일반인들에게 있는 오감 말고 한 가지가 더 있다는 거? 그걸 일반적으로 “촉”이라고도 하고, 좋은 말로 하면 직감이라고 하지.”


그녀가 놀란 눈으로 날  쳐다보았다.

“언니, 진짜 저 고민이 하나 있었는데..... 아니 뭐, 그렇게 큰 고민은 아니지만, 그래도 고민이 돼서... 누구한테 물어볼 사람도 없고.....”


소심한 그녀의 성격이 딱 보였다. 그럴 땐 내가 당겨줘야 한다.

“남자 문제구나?”

“헐.... 언니 진짜 귀신이다.....”

“귀신이 아니라 아줌마의 촉, 아니 직감이라니까.

뭔데? 얼른 말해봐.

뭐, 내가 해결은 못해주겠지만, 고민을 말하다 보면 스스로 해결 방법을 찾게 되기도 하거든.”


그녀는 잠시 주저하더니, 이내 결심을 한 듯 입을 열었다.



“언니, 그게....

최근에 좀 만나는 사람이 있어요. 그 사람을 만나는 게 좋기도 한데, 고민이 돼서요.”

“그래? 어떤 부분이 좋았는데?”

“그냥.....  느낌이 좋았어요. 외모가 좀... 내 스타일이기도 하고요.”

“근데? 뭐가 걸리는데?”

“그게.....

사실, 그 사람이 지금 특별한 직장이 없어요. 있었는데 그만두고 잠시 쉬고 있대요. 그래서 그 사람에게 부담 주기가 싫더라고요.

가끔 만나서 저녁 먹을 때도 내가 자주 밥을 샀어요. 난 돈을 버니까요.

그리고.....

자판기 커피를 마셨어요....

언니, 내가 자판기 커피 좋아하잖아요. 달달한 믹스 커피도 좋아하고. 그래서  처음엔 그게 싫지 않았어요. 자판기 커피 홀짝이면서 같이 공원을 걷는 것도 좋았고요.

그 사람이랑 처음 밥 먹고 공원을 걸을 땐, 정말 너무 좋았어요. 자판기 커피 맛이 그렇게 좋은 거 있죠. 또 우리 취향이 잘 맞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그걸  한 달 동안 하다 보니까 자꾸 의심이 생기는 거예요. 다른 사람들은 스타벅스 커피 들고 걸어 다니고, 그게 또 비교가 되고.....

근데 그 사람한테 말을 못 하겠는 거예요.

처음에 내가 카페 커피보다 자판기 커피를 더 좋아한다고 말해버렸거든요.

그게 사실이기도 했어요.

근데....

지금은 모르겠어요. 그 사람을 계속 만나야 할지, 말아야 할지.

아직 사귀자는 말도 없어서, 그냥 안 만나면 되긴 해요.

언니 저, 어쩌죠?”


“어쩌긴 뭘 어째, 만나지 마!”

“만나지 마요? 별로... 에요?”

“자기가 이미 결정한 거 같은데?”

“제가 뭘 결정해요?”


“일단, 비교하기 시작했다는 건, 마음에서 멀어졌다는 거야.

그거 알아? 애들 키울 때 가장 힘든 게 비교하지 않고 키우는 거라는 거. 그래도 내 자식은 비교가 돼도 참을 수 있어.

하지만, 남자 친구는 다르지.

아직 사귀지도 않았는데, 자판기 커피와 스타벅스 커피가 비교된다면, 만나지 마.


자판기 커피만 마셔도 그 사람이 좋다면 당연히 사귀어야지. 그 사람을 기다려 줄 마음이 있고, 진짜 좋아하는 마음이 있다면 그런 조건은 아무것도 아닌 게 돼.

문제는 그 사람이 아니라, 저울질하고 있는 자기 마음 같아.

만나지 마. 그게 서로에게 좋아.”


“역시 언니는 사이다~~~”



“어, 난 그런 남자랑 결혼했거든.

물론 지금은 스타벅스 커피도 잘 마시고.”




유튜브에 발을 넣었다, 뺐다, 구경만 하다,

다시 시작해 봤습니다.


시작은 미미하지만^^;;


뉴델리 이야기와 글과 그림 이야기를 영상으로 만들어 보았어요.

코로나로 밖에도 못 나가고,

한국도 못 가고, 휴가도 못가고....

그래서 방구석에서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샤브작 샤브작 해보고 있어요.


힘들수밖에 없은 상황에서 글과 그림은 저에게 큰 힘이 되어주고 있습니다.

제 글을 읽고, 그림을 봐주시는 분들 덕분에 날마다 힘을 내고 있어요.


열심히 쓰고, 그리겠습니다.

제 글을 읽어주시는 모든 구독자님들,

정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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