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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량 Aug 07. 2020

뭣도 모르고 한 일이 경험이 되기까지

꿈을 찾아 떠나는 길, 아티스트 웨이


4월 말에  출간한 두 번째 책, “당신도 골방에서 혼자 쓰나요?”는 혼자서 끙끙대며 글을 쓰고, 편집하고 부크크로 독립 출간한 책입니다. 출판사가 없으니, 당연히 홍보도 혼자서 해야 했죠.


그때 저는, 책아이책엄마라는 밴드에서 글작가 활동을 하고 있었어요. 그곳은 책을 좋아하는 엄마와 아이들의 커뮤니티인데요, 책을 소개하기도 하고, 책놀이 모습을 올리기도 했죠.

그 밴드에서 파생된 “마미킹”이라는 플랫폼이 있어요. 바로 엄마들을 위한 공동체이죠. 코로나로 오프라인 모임이 힘들어지면서 마미킹도 온라인 모임을 만들었어요. 저도 그 모임에 별생각 없이 참여하게 되었고, 매주 화요일 밤, 줌을 통해  아티스트 웨이 책을 읽고 나누는 모임을 하게 되었습니다.


엄마들의 열정은 대단했어요. 10시 반에 시작해서 자정이 넘도록 삶을 나누었어요. 처음 해보는 온라인 책 모임이 억눌려있던 엄마들의 성장욕구를 자극하기 시작했죠. 거기서 저는 온라인으로 글쓰기 강의를 하기도 했습니다  급기야 엄마들끼리 사진과 글을 모아서 책을 만들어보자고 으쌰 으쌰 하게 되었어요.



사실 저는 멍~한 상태였어요. 별 생각이 없었다고나 할까요. 인도에서 혼자 샤브작 거리며 글 쓰는 제가 뭘 할 수 있을까 싶었어요.

그런데, 그런데…. 그 모임의 멘토가 되어버렸습니다. 책을 출간해본 경험과 책을 만들어 본 경험이 있는 사람이 저뿐이었거든요.


사실, 어렵게 생각하진 않았어요. 한 사람당 한 편의 글만 쓰면 되니까 쉽게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죠.

물론 처음 글을 써보는 분들이 많아서 무슨 글을 어떻게 써야 할지 모르겠다고 힘들어하기도 하셨어요.

저는 그분들께 이런저런 내용을 추가할 것과 빼야 할 내용, 주제에 맞는 글을 쓰시도록 안내하는 역할을 했습니다.  


그때, 프랑스에 사시는 선미님께서 합류하게 되었어요. 북커버와 내지 디자인을 해주기로 하셨죠. 디자인에 관해서는 문외한이었던 저는 천군만마를 얻은 기분이었어요.


그런데,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한국과 인도와 프랑스.

시차도 다르고, 환경도 다르고. 게다가 선미님은 프랑스에서 일을 하고 계셔서 주말에만 일이 가능했어요. 성격이 급한 저는 일정이 점점 늘어지니 조바심이 났습니다. 두 달이면 끝날 것 같았는데, 점점 더 길어지는 것이었어요.

급기야 교정을 다 봤다고 생각했던 원고에서 오타가 계속 발견되고 오류가 생겼어요. 사진 해상도에 문제가 생겨 처음부터 다시 작업해야 하는 일도 생겼어요.


포토샵도 모르고 디자인도 모르고, 인디자인은 더욱 모르는 저는 정말, 후회가 되었어요.


‘능력도 없는 내가 괜히 이걸 한다고 했나 보다…. 이 프로젝트가 잘 못 되면 어떡하나….. 진짜 책이 되긴 할까? 왜 이렇게 꼼꼼하지 못할까? 내가 뭘 안다고 이걸 했을까? 다시는 하지 말아야지… 이제는 내 글만 써야지… ‘



하지만 끝까지 해야 했어요. 열 세명의 정성스러운 사진과 글이 담겨있었거든요. 그분들의 꿈을 모른 척할 수가 없었습니다.



이번 주 월요일, 드디어 표지와 내지가 완성되어 부크크에 도서 신청을 했어요. 그런데…. 그런데… 또 생각지 못한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내지 사이즈가 조금 달라 인쇄하면 글이 잘린다는 것이었어요.

미리 사이즈를 정확하게 확인하고 전달하지 못한 제 자신이 한없이 부끄러웠습니다. 하필, 프랑스에 사시는 선미님은 휴가를 가는 중이었죠.

할 수 없이 휴가를 떠나고 있는 선미님이 차 안에서 내지를 다시 편집해 주셨어요.

휴…. 멀미 안 하셨는지요…


그렇게 하여 다시 책 신청을 했습니다.

그리고 결국, 책이 되어 나왔습니다.


처음엔 소장용으로 만들 생각이었어요.

그런데 그동안 들인 노력과 정성이 너무 아까워서

ISBN 번호를 받고 판매용으로 바꿨습니다. 수익금은 좋은 곳에 기부하기로 했죠.


책이 나오니, 그동안 힘들고 어려웠던 마음이 싸~악 사라졌어요.

보람이라는 것이 바로 이런 것이었군요!!


어제는 전자책으로도 만들어 유페이퍼에 신청을 했습니다. 그리고 오늘부터 전자책으로도 판매가 시작되었어요.


혼자서 샤브작 거리던 경험이 저에게 커리어가 되는 순간이었습니다. 골방에서 혼자 글을 쓰던 제가 다른 사람들과 소통하며 세상으로 또 한 걸음 나아갔습니다.



그래서 생각했어요.

나에게 더 이상 나올 이야기가 없다면, 내가 직접 이야기를 만들자고요.


힘들었다, 좋았다, 후회했다, 다시 기뻤다… 일주일 동안 저는 다중이가 되었답니다. ^^


소중한 경험을 할 수 있게 기회를 준 마미킹,

감사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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