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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량 Aug 09. 2020

16. 삶으로의 여행

[소설] 셀 게스트하우스의 비밀



설화는 통영으로 가는 버스에 올라탔다. 이번 여행에도 검은색 백팩과 크로스백을 챙겼지만, 인도에 갈 때보다는 한결 가벼운 몸과 마음이었다. 주위를 두리번거리지도 않았다. 핸드폰으로 미리 예약해 놓은 지정좌석에 가서 자리를 잡고 앉았다. 평일 아침에 통영으로 가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고속버스 좌석에서 풍기는 특유의 냄새를 맡으니, 고등학교 때 수학여행을 가던 때가 생각났다. 아빠가 있을 때는 고속버스를 탈 일이 없었다. 휴가를 갈 때도 아빠가 운전사가 되어 어디든 가면 됬었다. 하지만 아빠가 갑자기 돌아가신 후, 설화와 엄마는 멀리 여행을 가지 않았다. 여행을 갈 마음의 여유도, 돈도, 그리고 운전해줄 사람도 없었기 때문이었다.

아빠가 돌아가신 후 가게 된 수학여행에서 설화는 고속버스를 처음 타보게 되었다. 그때 처음 맡아본고속버스 좌석 냄새는 속을 울렁거리게 만들었다. 멀미를 참느라 슬픔도 눈물도 떠올릴 겨를이 없었다.



통영으로 가는 버스 안에서 설화는 그 어느 때보다 편안한 마음이었다. 버스 냄새도 더 이상 그녀를 울렁이게 만들지 못했다. 인도에 다녀온 이후, 그녀는 그 어느 때보다 단단해진 자신을 느꼈다.

차에서 읽으려고 가져온 책을 꺼냈다. 하지만 흔들리는 차 안에서 책을 보는 건 쉽지 않았다. 창밖으로 눈을 돌렸다. 집과 차와 들판과 산들이 빠르게 뒤로 달음질을 쳤다. 그리고 지긋이 눈을 감았다.

그때 설화의 핸드폰이 요란하게 울렸다. 무음으로 바꾼다는 걸 깜빡했던 모양이었다.


그녀는 발신인이 미영인 것을 확인하고 통화버튼을 눌렀다.

“어, 나야.”

“야, 버스 잘 탔어? 잘 못 탄 거 아니지?”

“내가 애니? 잘 탔어. 지금 가고 있어.”

“알겠어. 너 온다니까 너무 설렌다. 여기서 친구도 없고 너무 심심했는데. 빨리 와, 기다리고 있을게.”

“응, 곧 만나자.”

설화는 미영과의 전화를 끊고 두 눈을 감았다.

미영은 2년 전에 통영으로 내려갔다. 회사일을 힘들어하던 그녀의 남편이 고향으로 가고 싶어 했기 때문이었다. 미영은 서울 토박이었지만, 남편의 뜻을 꺾을 수는 없었다. 그리고 한 번쯤은 그런 여행지에 가서 살아보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제주도는 아니지만, 통영도 제주도와 비슷한 삶일 거라 생각했던 것이었다. 미영이 통영으로 내려간 후, 전화통화만 했던 설화는 미영의 삶을 짐작할 수 없었다. 인터넷에서 본 통영은 뭔가 여유로워 보이기도 했고, 시골처럼 정겨운 모습처럼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미영은 항상 힘들다는 말을 했다. 여행지가 삶이 되면 그 또한 일상이 되어버리는 모양이었다. 일상이란, 특별한 이벤트가 생기지 않는 한 지겹게 느껴지는 법이니까.


미영의 남편 대수는 고향으로 내려가 펜션을 차렸다. 서울 전셋값과 부모님이 주신 돈, 그리고 대출을 끌어 모아 조금은 한적한 장소에 펜션을 차렸다. 여행객이 몰리는 중심가는 이미 땅값이 어마어마하게 올라 있었다. 중심가를 벗어난 곳은 땅 값은 쌌지만, 잘 알려지지 않은 곳이었기에 사람들이 많이 모여들지 않았다. 그래도 대수는 전재산을 걸고 하는 일이었기에 불평하지 않고 펜션을 꾸려 나갔다. 주중에는 손님이 없었지만, 주말이면 한, 두 팀씩 찾아오곤 했다. 대수는 이게 다 자신이 sns를 잘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미영은 그게 불만이었다. 항상 핸드폰을 손에 놓지 않고 있는 남편이 서운하게 생각되었기 때문이었다.



설화가 통영으로 잠시 여행을 가기로 결정한 이유는 친구 미영이 말고도 하나가 더 있었다. 그건 바로 아빠와 함께 인도에서 일했다는 강성진이라는 사람을 찾기 위해서였다.


아빠의 수첩 속에서 찾은 명함에 적혀 있는 김수찬이라는 사람에게 전화를 했을 때, 그가 알려준 이름이 바로, 강성진 대리였다. 모두 같은 회사에서 일했다고 했다. 김수찬 씨는 한국 본사에서 일했고, 미영의 아빠 이세훈 대리와 강성진 대리가 인도에 파견 근무를 갔었다고 했다.

인도에서 사고를 당한 후, 설화의 아빠 이세훈 대리는 회사에 남았지만, 강성진 대리는 회사를 그만두었다고 했다. 그리고 통영인지 거제도로 내려간다는 말을 했다는 것이었다. 미영은 그 말을 듣고 미영이를 만나러 가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설화는 깜빡 잠이 들었다. 눈을 떠보니 고속버스는 통영 시내로 들어서고 있었다. 설화는 이곳에서 무엇을 해야겠다는 아무런 생각이 없었다. 목적이 뚜렷한 여행은 인도 여행으로 족하다고 생각했다. 통영에서는 실컷 놀고먹겠다고 다짐했다. 하지만 설화의 이런 생각 뒤에는 강성진 대리를 꼭 만나고 싶다는 간절한 소망이 함께 있었다.



설화는 버스를 내려 터미널을 빠져나왔다. 경상도 사투리가 어색하게 귀에 들려왔다.  하지만 외국어는 아니었기에 안심이 되었다.

바로 앞 택시 승강장에서 깨끗해 보이는 택시를 잡아탔다.


“산양읍에 있는 파란 하늘 펜션이요.”

설화는 파란 하늘처럼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셀 게스트 하우스의 비밀을 다시 꺼냈습니다.^^

이번엔 끝까지 잘 마무리해보고 싶어요.

혹시나 기다리신 분이 계셨을까요????

계셨다면 정말 정말 감사드립니다.


셀 게스트 하우스의 비밀은 저의 첫 소설이에요.^^


1편부터 다시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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