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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량 Jan 21. 2019

다카에서 가장 힘든것은?

벌레 삼총사, 그리고 사람


방글라데시에는 모기가 정말 많다.


어디를 가나 모기가 있다. 심지어 자동차 안에도 모기가 날아다녀 차만 타면 모기를 잡느라 정신이 없다. (한번은 방콕에서 다카로 가는 비행기 안에서도 모기를 발견한 적이 있다. )

그래서 집집마다 필수품이 모기장과 전기 모기채다.  방글라데시에 올 때 모두들 한국에서 모기장을 사온다. 하지만 한국의 모기장은 금방 구멍이 나고 잘 찢어진다. 그래서 작은 재래시장에 가서 원하는 사이즈의 모기장을 주문하곤 한다. 현지에서 만드는 모기장은 더 촘촘하고 튼튼하다. 가끔 방글라 말을 못하는 친구들을 데리고 가서 모기장을 주문해 주고, 가격을 흥정해 주기도 했다. 그건 뱅골어를 할 줄 아는 나만의 특권이었다.

모기장을 치고 자도 가끔 모기가 그 안으로 들어오기도 한다. 그러면 전기 모기채를 들고 모기 사냥을 했다. 조용히 앉아 작은 불만 켜놓고 모기가 나타날때 까지 기다린다. “앵~”소리가 들리면 몸은 그대로 있되, 눈동자만 빠르게 움직인다. 드디어 모기를 발견하면 조용히 몸을 일으켜 모기채를 날린다.

“파바박”소리가 나면서 모기 타는 냄새가 나면 성공한것이다. 전기 모기채는 항상 충전을 잘 해 놓아야 한다. 그래야 급할때 당황하지 않고 사용할 수 있다.

모기장 안에서 자더라도 모기에 물리기도 한다. 모기장에 살을 대고 자면 모기장 바깥에 있던 모기들이 득달같이 달려와 피를 빨아재낀다. 꼭 두 아이들이 모기장에 손이나 발을 대고 자는 바람에 잔뜩 물려 있곤 했다.

모기만 없어도 삶의 질이 향상 될 것 같았다. 창문을 꼭꼭 걸어 잠그고, 모기약을 뿌리고, 모기채로 잡고 또 잡아도 밤만 되면 어김없이 모기가 나왔다. 정말 알 수 없는 노릇이었다. 급기야 모든 수채 구멍, 창 틀의 작은 구멍까지 다 막아 보았지만, 모기는 들어왔다.

모기가 무서운 것은 바로
뎅귀모기 때문이다.

방글라데시에는 말라리아 보다 뎅귀모기가 더 많다. 많은 사람들이 뎅귀 모기에 물려 뎅귀열에 걸렸다. 뎅귀열에 걸리면 꼼짝 없이 병원에 입원을 해야한다. 적절한 치료법이 없고 단지 증상에 따라 보존치료만 가능하다. 열이나면 해열제를 투여하고, 링거를 통해 수분공급을 한다. 뎅귀열이 무서운 이유는 탈수나 다른 합병증으로 인해 사망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온 몸의 면역력을 확 떨어뜨려, 열이 다 나았더라도 1년 동안은 몸이 힘들다고 한다. 주위에 여러 한인들이 뎅귀열로 고생을 했다. 다행히 다들 목숨이 위태롭지는 않았지만 많이 힘들어했다.

그래서 가장 중요한 것이 ‘모기에 물리지 않도록 예방’하는 것이었다. 외출할때 마다 여기 저기 모기 퇴치제를 뿌리고, 스티커를 붙였다. 그래도 너무 많은 모기를 피하기는 힘들었다.

감사하게도 우리 가족은 6년동안 사는 내내  뎅귀열에 걸리지 않았다.



개미와 바퀴벌레는 함께 살지 않는다.
하지만 방글라데시의 개미와 바퀴벌레는
서로 친구이다.


모기많큼 많은 것이 개미와 바퀴벌레이다. 온갖 종류의 개미와 온갖 사이즈의 바퀴벌레를 만날 수 있다. 개미와 바퀴벌레는 좋은 집, 안 좋은 집, 비싼 집, 싼 집 가리지않고 나타난다.


처음 치타공에 도착해 몇일 회사 숙소에서 지내게

되었다. 그 숙소에는 요리사도 있었고, 청소 해주는 아이도 있었다. 하지만 그 곳 부엌에서 커다란 바퀴벌레를 발견하고는 더이상 머물기가 싫었다. 그래서 며칠 뒤 짐을 싸들고 정리 되지 않은 집으로 들어갔다.


방글라 사람들은 바퀴벌레를 대수롭지 않게 생각한다. 그래서 현지인들의 집에는 그 수가 엄청 많다. 유독 한국 사람들이 텔레뽀까, 즉 바퀴벌레를 끔찍하게 싫어한다. 한국에서 사온 바퀴벌레 퇴치 약을 붙여놓아도 소용이 없었다. 가장 좋은 것은 현지마트에서 파는 하얀색 초크이다. 분필처럼 생긴 초크를 자기 전에 여기 저기 쭉 쭉 그어놓고 잔다. 다음 날 아침이면 바퀴벌레가 잔뜩 죽어있다. 방글라데시의 바퀴벌레는 손가락 만큼 큰 것 부터, 막 알에서 나온 작은 것까지 그 크기가 다양하다. 가끔 날아다니는 녀석들도 있다.

바퀴벌레가 한마리라도 있다면 온 집안에 약을 뿌리고, 초크를 그어놓아야 한다. 한마리 쯤이야, 하고 넘어갔다가는 나중이 큰 후회를 하게 된다.

아무리 우리집을 깨끗히 청소하고, 벌레를 다 잡아도, 몇달 뒤면 다시 나온다. 다른 현지인 집에서 살고 있던 녀석들이 작은 통로를 통해 다시 올라온다. 그러니 주기적으로 약을 뿌려주는 것이 좋다.


바퀴벌레가 없어지면 바로 개미가 놀라온다. 개미는 붉은 개미, 큰 개미, 작은개미, 거미같은 개미 등등 종류가 다양하다. 집을 지을때 사용한 흙이나 시멘트에서 살고 있던 녀석들이 작은 구멍을 통해 나오기도 하고, 다른집 정원에 살고 있는 녀석들이 오기도 한다. 특히 옥상에 정원이 있는 집은 개미가 더 자주 출몰한다.


처음에 멋모르고 집에 여러 화분을 키웠다. 꽃과 식물을 키우며 외로운 마음을 달래려 했다. 하지만 곧 그 화분에 개미가 잔뜩 꼬여 개미집을 짓는 것을 보고 내다 버리고 말았다. 그 뒤론 함부로 화분을 들이지 않는다.

개미 퇴치에 가장 좋은 약은 한국에서 가져온 잡*라는 약이었다. 집안 여기저기에 붙여두면 개미들이 그 안으로 들어가 먹이인줄 알고 들고간다. 그리고 여왕개미에게 헌납을 한다. 여왕개미는 그걸 먼저 다른 일개미에게 먹여본다. 이틀이 지나도 괜찮은걸 확인한 여왕개미는 아무 의심없이 그 먹이를 먹는다. 그리고 사일 후에 같이 죽게 된다.

그 약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 하지만 가끔 그 약도 먹히지 않는 아주 강력한 개미군단이 나타나기도 한다.

한국에서 아이가 있는 가정이라면 으래 하는 말, “뛰지 마.”, 하지만, 방글라데에서는, “흘리지마.” 이다.

아이들이 흘려놓은 과자 부스러기, 밥 한알에 개미가 꼬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어떤 아이들은 쓰레기통 위에서 먹기도 하고, 밖에서 먹고 오기도 한다. 우리 아이들은 꼭 접시를 입 아래 바치고 먹는다.




벌레만큼 힘든것이 하나 있다.
바로 사람이다.

 사람의 입이란 때론 솜털보다 가벼워서 나도 모르게 둥둥 떠다닌다. 그리고 있는 말, 없는 말이 보태고 보태져서 다시 내 귀로 돌아온다.


어느 나라나 마찬가지겠지만, 한인사회는 참 좁다. 그래서 어떤 말이든 금방 소문이 돈다. 다카도 한인들이 함께 모여 살기 때문에 금방 소문이 돌곤 했다.

그런 것이 싫어서 일부러 사람들을 만나지 않는 사람도 있다.

자주 여기저기 놀러를 다니면, 잘 놀러다닌다고 말을 하고, 집에만 있고 돌아다니지 않으면, 사교성이 없다고 말을 한다. 왜 골프를 치지 않느냐, 왜 상사회를 하지 않느냐, 왜 그렇게 뱅골어 공부를 하느냐, 왜 선교사들이랑 친하게 지내느냐.......


사람들과의 관계만큼 어려운게 없다. 친했던 사이였는데 말 한마디에 웬수가 되기도 하고, 아이들이 놀다 싸워 엄마들까지도 관계가 틀어지기도 한다. 그래서 난 어디를 가나 적당한 말과 행동을 하기로 했다. 그리고 점점 사람들과의 모임을 피하게 되었다.

그리고 나 혼자만의 시간을 즐기게 되었고, 가장 친한 사람들과만 소통을 하게 되었다.


소심하고 약했던 내 마음이 치타공과 다카에 살면서 많이 단단해져갔다. 남들의 말에 상처받지 않고, 내 할일을 하는 그런 사람으로, 내 자신을 사랑하는 그런 사람으로 성장해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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