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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쓰기 시작한 지 3년 만에 글쓰기 강의를 하게 되었습니다. 바로 나와 같은 엄마들을 위해서.
글쓰기 강의를 본격적으로 해보자는 제안이 들어왔을 때, 사실 많이 망설였습니다.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었지만 가장 큰 한 가지는 “두려움”이었어요.
‘내가 잘할 수 있을까? 잘 못하면 어쩌지? 그만큼의 가치가 나에게 있을까? 난 글쓰기를 배우지 못했는데?’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다 내린 결론은, 그럼에도 한번 해보자는 것이었어요.
엄마들에겐 글을 엄청 잘 쓰고 엄청 잘 나가는 작가가 필요한 게 아니라, 비슷한 상황에서 힘겹게 글을 시작했던 경험자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습니다.
글쓰기 프로그램을 만들기 전, 타 글쓰기 강의와 프로그램을 조사해 보았습니다. 몇 년 사이에 정말 많아졌더군요. 그 많은 글쓰기 수업 중에 엄마들의 글을 책으로 만들어 주는 과정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엄마들의 이야기는 가장 일상적인 이야기이기에 가장 공감 가는 글이지만, 그래서 더욱 시선을 끌기 힘듭니다. 이 당연한 감동을 엄마들끼리 써서 책으로 만들기로 했습니다.
공동저서를 만들고 끝나는 게 아니라 이 과정이 끝나면 스스로 글을 쓰고 책을 만들어 전자책이나 pod 책을 만들어 볼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만들었습니다. 이 부분이 다른 글쓰기 프로그램과 가장 큰 차이점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저는 글쓰기 강사가 아닌 글 멘토가 되기로 했어요. 먼저 걸으며 경험했던 것들을 알려주고 도와주어 함께 손잡고 걸어가는 멘토.
과연 신청자가 있을까? 하고 모집을 시작했지만 생각보다 더 많은 분들이 모였습니다. 다들 3년 전 저와 같은 모습들이었어요.
글을 쓰고 싶은데 혼자서는 엄두가 안 나는 분들, 어떤 글부터 써야 할지 모르는 분들, 엄마 말고 뭐라도 해보고 싶은 분들....
드디어 10명의 엄마들과 온라인으로 만났습니다.
그리고 첫 강의를 하고 첫 번째 주제에 맞추어 글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자신의 어린 시절, 지나간 페이지를 쓰고 읽다, 다들 눈물을 흘리셨어요.
잊고 있었던 기억이 떠올라서 우신 분, 돌아가신 부모님이 생각나서 우신 분, 치유된 줄 알았던 상처가 떠올라서 우신 분, 그냥 다른 사람이 우니까 따라 우신 분....
저 역시 처음 글이라는 것을 썼을 때 펑펑 울었던 기억이 떠올랐습니다. 이미 잊었던 기억, 치유된 줄 알았던 상처가 떠올라 눈물 콧물을 질질 흘렸지요.
그리고 이번 첫 시간,
눈물을 흘리는 엄마들의 모습을 보며 기뻤습니다.
글이라는 입구의 문을 잘 열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함께 글을 쓰시는 분 중에 한 분이 얼마 전 브런치 작가가 되셨습니다. 그분의 여정을 잘 알고 있기에 누구보다 기뻤습니다.
브런치가 뭔지도 모르던 엄마들에게 이곳을 소개하고, 브런치 작가가 될 수 있는 방법들을 공유하면서 나 같은 사람도 했으니 당신들도 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글을 잘 못 쓰던 사람, 출판사 투고만 백번 넘게 하고도 까인 사람, 글을 너무 못 쓴다는 말을 대놓고 들은 사람, 엄마 말고 내 이름을 찾고 싶었던 사람.
바로 이런 제가 아직도 글을 쓰고 있고, 작가가 되었으며, 글쓰기 강의를 하게 되었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