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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량 Oct 18. 2020

삶이 글이 되는 순간

당신의 페이지

당신은 언제부터 글을 썼나요? 당신의 삶이 글이 되는 순간을 기억하시나요?



사실, 우리들은 아주 어릴 적부터 글을 쓰기 시작합니다.  생에 처음으로 글자를 그려 엄마에게 보여주는 아이의 손은 정말 사랑스럽지요.

초등학교에서, 중학교에서 그리고 고등학교에서 글쓰기를 배웁니다. 문법을 배우고, 논술 공부를 하고, 잘 쓰는 법을 배우죠.


저는  대학생 때 리포트를 제출하기 위해 글을 썼습니다. 연애할 때는 연애편지를 썼고, 가끔씩 일기를 쓰기도 하고 기도를 쓰기도 했어요. 하지만 꾸준히 쓰지는 못했어요. 연애편지는 결혼하면서 더 이상 쓰지 않게 되었고, 아이들이 어릴 적에 쓰던 육아 일기도 점점 귀찮은 일이 되었습니다. 기도 일기는? 쓰는 것보다 입으로 중얼중얼 기도 하는 게 편해졌어요.  두 아이를 키우는 동안 무언가를 쓰는 행위는 부담스러운 일이 되어버렸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글을 쓰고 싶어 졌어요. 왜 그런 마음이 들었는지 지금도 잘 모르겠지만, 글을 쓰고 책을 내고 열심히 살아가는 사람들이 부러웠던  것 같아요. 부러움이라는 감정은 질투로 확장될 수도 있지만, 나를 돌아보는 계기가 되기도 합니다. 우리가 다른 사람들의 sns를 바라보며 느끼는 감정이 바로 이게 아닐까요?



지난주,  마미킹 출판살롱에서 글을 쓰고 있는, 예비 작가님들의 첫 원고를 받아보았습니다. 아직 다듬어지지 않은 원고를 읽으며 제가 처음 글을 쓰기 시작했던 모습이 떠올랐습니다. 고민하며 한 자, 한 자 적어나갔을 모습이 눈에 아른거렸습니다.

그래서였을까요? 한 문장도 그냥 지나칠 수가 없었습니다.



‘이렇게 하면 어떨까요? 이건 빼는 것이 좋을 것 같아요. 이런 내용을 추가하면 어떨까요? 순서를 바꿔 볼까요? 설명하지 말고 보여주세요. 등등…’

이렇게 코멘트를 달고 나니 원고들은 빨간색 , 파란색으로 화려해지고 말았습니다.


조금 걱정이 되었어요. 글을 처음 써 보신 분들도 계셨고, 활발하게 사회 활동을 하고 있는 분들도 계셨거든요.  혹여나 상처를 받으면 어쩌나, 오해를 하시면 안 되는데… 하는 생각들을 했습니다.



그러다 문득, 제 첫 원고에 빨간 줄을 긋고 열심히 코멘트를 달아 주셨던 편집자님이 떠올랐습니다.

그분이 제 글에 빨간 줄을 그어 주지 않았다면, 문장 하나하나에 코멘트를 달아주지 않았다면, 지금의 저는 없었을 거예요. 그 순간이 제가 글에 대해 가장 많이 배웠던 시간이었습니다.



혼자서 내 글만 쓸 때는  애매하기만 했던 글쓰기  이론들이, 편집자의 입장으로 다른 사람의 글을 마주하다 보니 어느새 확실해졌습니다. 그래서 좀 더 자신감 있게 글을 쓸 수 있게 되었어요.

글은 많이 쓰면 쓸수록 좋아집니다. 하지만 이렇게 강의하고 편집을 해보는 과정을 통해서도 성장할 수 있다는 것을 배우고 있습니다.




삶이 글이 되고, 그 글이 책이 되기 위해서는 빨간 줄과 파란 줄이 필요합니다.

주관적인 내 감정을 객관화시키고, 희미했던 기억을 또렷하게 만들어야 합니다. 나만의 생각을 일반화시켜야 하고, 내 주장을 뒷받침할 근거가 필요합니다. 그런 후에야 한 권의 책이 되는 것입니다.



늦은 밤, 메시지를 하나 받았습니다.


“ 작가님께서 서툰 글을 중간중간 수정해 주시고,  글의 순서를 바꿔 주셨어요. 그걸 보면서 신선함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시원하고 달콤한 맛이랄까요? 이제껏 느껴보지 못한 충격이었습니다. 갈길이 멀지만 글을 쓴다는 것은 행복해지는 지름길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자신 없던 저에게 칭찬은 가장 기분 좋은 약인 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이 메시지를 받고 저는 가슴이 두근거렸어요. 글쓰기가  한 사람의 인생을 바꾸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그건 제가 처음 글을 쓸 때 느꼈던 바로 그 감정이었습니다.


그리고 이 메시지는 제 삶을 바꾸어 주었습니다. 무엇을 써야 할지 몰라 고민하고 있는  누군가에게 작은 등불을 밝혀 방향을 알려주는, 그런 삶을 살고 싶어 졌습니다.


바로 삶이 글이 되는 순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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