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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량 Jan 01. 2021

8. 강인함과 치유의 꽃, 캐모마일

혼자서는 힘들지만, 함께라면 가능할 지도...


지난 한 해를 떠올려보면 역시 힘들고 어려웠던 일들이 가장 먼저 떠오른다.

그 누구도 피해 갈 수 없는 바이러스의 공포는 우리의 몸뿐만 아니라 마음마저 꽁꽁 얼어붙게 만들었다.

여전히 사그라질줄 모르는 바이러스.

재난 영화의 소재로만 사용될  알았던 바이러스가 우리의 실생활이  줄은 꿈에도 몰랐다. 영화엔  영웅이 등장해 백신을 만들어내고 지구를 구하던데. 지금 어딘가에선 그런 영웅들이 지구를 지키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을까?


새해가 밝았지만, 마음 한구석이 허전하기만 하다. 바닥에서 올라오는 냉기가 마음에까지 이르러 자꾸만 나를 잡아끈다.

새벽에 일어나 기도와 묵상으로 시작하려 했던 새해 다짐은 하루 만에 실패했다. 눈을 떠보니 이미 7시가 넘었다.

가족들이 일어나기 전에 뭐라도 해보려 눈을 비비고 거실로 나왔다. 밤새 차가워진 거실의 냉기가 한꺼번에  숨으로 들어왔다.



인도는 매우 더운 나라지만 확실한 겨울이 있다. 한국에 비할바 못 되지만, 겨울엔 너무 추워 한없이 몸과 마음이 구겨진다.


대리석 바닥은 굉장히 차갑다. 양말을 신고 슬리퍼를 신어도 그 차가움이 피부를 뚫고 혈관을 타고 가슴까지 전해지고 만다.

구겨진 몸을 타고 흐르던  혈액은 바쁘게 맴돌다 허전한 마음에 들어서면 속도가 한없이 느려진다.



허전한 마음의 이유는 모르겠다.

근거도 없이 그 이유가 너무 오랫동안 구겨져있었기 때문이라고 결론 내렸다. 그리고 이번 여름엔 기어코 한국에 가야겠다고 다짐했다.





특별기로 한국행을 선택한 사람들이 많았다. 인도 코로나 확진자가 너무 많아지기 시작했고, 급기야 학교도 마트도 모두 문을 닫았다.


아이들과 함께 온종일 집안에 웅크리고 지내야 하는 시간은 참을 수 없을 정도로 고달팠다. 온라인 수업을 하고, 과제를 하는 과정 중에 아이도 나도 스트레스를 몽땅 받았다. 목소리는 뾰족해졌고, 걸음걸이는 무거웠다.

쿵쾅거리는 손놀림은 스트레스의 무게만큼 느려졌다.



이번 여름엔 한국에 갈 수 있을까?

코로나는 잠잠해질까?

더 이상 오지 않는 비행기가 다시 뜰까?

여행을 다닐 수는 있을까?

엄마를 보러 갈 수 있을까?




아직 오지도 않은 뜨거운 계절을 헤아리며 전기 포트에 물을 데웠다. 예쁜 찻잔을 꺼내 뜨거워진 물을 가득 부었다. 어떤 차를 마셔볼까?

그래, 오늘은 향기로운 캐모마일을 마셔야겠다.

 



캐모마일은 사과 향이 나는 국화과에 속한다. 꽃 차로 가장 유명하며 일 년 내내 피는 꽃이기도 하다.


캐모마일은 많이 밟아 줄수록 더 잘 자란다고 한다. 그래서 “역경에도 굴하지 않는 강인함”이라는 꽃말이 있다.


캐모마일 차를 마시며 이 꽃의 강인함이

한없이 구겨진 내 몸과 마음을 펴주기를 바랐다.

날카로운 목소리가 뭉툭해 지기를 바랐다.

무거운 발걸음이 가벼워지기를 바랐다.

쿵쾅거리는 손놀림이 짝짝거리기를 바랐다.

무겁게 내려안은 스크레스가 가볍게 날아가기를 바랐다.




캐모마일의 효능은 꽤 많다. 숙면, 생리통 감소, 염증 감소, 골다공증 예방, 암 예방, 긴장 완화 등.

그래서 꽃말이 치유이기도 하다. 규칙적으로 마시면 몸과 마음이 강하고 튼튼해질까?




 혼자서는 하지 못할 일을 함께라면 할 수 있는 것처럼. 코로나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도 함께 손잡고 간다면, 결국 이겨낼 수 있지 않을까?

 




@ goodness



따뜻한 차를 홀짝이니 온몸으로 구석구석 따듯한 기운이 전해졌다.

허전한 몸과 마음에 보송한 이불을 덮었다.

삐걱거리는 소파에 앉아 두 눈을 감았다. 그리고 간절히 기도했다.

이 세상이 깨끗이 치유되기를.

힘든 시간을 이겨내고 다시 일어설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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