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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량 Feb 20. 2021

3. 비밀스러운 추억, 아까시 꽃

좋아한다, 안 한다. 좋아한다, 안 한다......

좋아한다, 안 한다.

좋아한다, 안 한다…….


작은 가지를  손에 들고,  

이파리를 하나씩 떼어내며, 

내가 원하는 답이 나올 때까지 주문처럼 하던 .


좋아한다,  한다. 좋아한다,  한다…….”


이파리를 모두 때어내고 남은 가지로 앞머리를 뱅뱅 돌려 감아 고정한 후 세 시간쯤 지나면 핑크 파마가 되었다.

아까시 이파리 @ 선량




생동한 봄을 지나 나른한 봄이 되면  끝을 자극하는 꽃향기가 여기저기서 겼다. 

버스  뒷자석에 앉아 한뼘 크기의 창을 열면 텁텁한 땀냄새가 가시고 아까시 꽃향기 밀고 들어왔다. 그건 향긋하다 못해 허기를 자극했다.


집에 향하던 발걸음을 잠시 지채시켜 멈추었다. 하얗게 대롱대롱 매달려있는 꽃을  움큼 따다 잎에  넣고 오물거렸다.

겨우 개미 눈물만큼 고여있는 꿀이  그리 달다고, 그리도 맛있게 먹었을까?


아까시 잎과 꽃은 추억이고 설렘이고 그리움이 되었다.




우리 모두 아카시아로 알고 있지만, 진짜 명칭은 아까시 나무라고 한다. 하지만 노래와 시, 껌을 통해 아카시아로 널리 널리 불리게 되었고, 지금도 다들 아카시아라고 알고 있다.



아까시 꽃향기에 대한 추억은 전국적인 모양이다. 전라도에 살았던 나에게도,

경상도에 살았던 그에게도. 

추억이 머문 공간은 다르지만, 

꽃향기가 남긴 그리움의 시간은 모두 같다. 



글도 안 써지고, 그림도 그리기 싫던 날.

남편에게 어떤 꽃이 그립냐고 물어보았다.

 “초등학교 뒤에 아카시아 나무가 있었어. 근데   향기가 정말 진하게 풍겨왔거든. 그게 너무 생각나. 초등학교 6학년  담임 선생님도 생각나고 좋은 분이셨는데…”



그의 말을 듣고 그의 추억을 그리기 시작했다.


남편도 아까시 이파리를 떼어내며 주문을 외워본 적이 있을까?






아까시 이파리를 떼어내며 그 아이가 날 좋아하기를 간절히 바랐던 따뜻한 봄날의 추억.

아까시의 꽃말처럼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하고 조용히 비밀로 간직했던 짝사랑의 추억.








 근처에는 커다란 나무가 하나 있다. 아까시나무는 아니지만 이파리가 비슷하게 생겼다.

가지를 하나씩 때어내고 아이들과 가위바위보를 했다. 이긴 사람이 이파리를 때어내고, 가장 먼저 때어낸 사람이 이기는 게임이다. 아들아이와 , 그리고 나는 집으로 돌아가는 내내 가위바위보를 했다. 그리고 아들이 일등, 딸이 이등, 내가 꼴찌를 했다.


하찮기만  시간들이 가위바위보와 함께 즐거웠던 추억으로 남기를 바랐다.


향긋한 봄기운이 기다려지는 요즘,

그리움도 함께 짙어만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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