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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량 Jan 29. 2019

방글라데시 책놀이 선생님

엄마 성장 스토리-3

돈을 벌고 싶었다.정확히 말하면, 사회생활을 하고 싶었다.

내 직업은 간호사였고, 작은 ngo에서 국내사업도 했었고, 긴급구호를 다녔다.

하지만 지금은 그냥 경.단.녀, 그냥 엄마........



그랬다. 뭔가 하고 싶어도 할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었다. 영어라도 유창하면 할 수 있는 일이 있었을텐대, 그정도는 아니었다.


내가 제일 잘 하는 것이 뭘까?

내가 가장 잘 하는 것은,
 책을 읽어주는 것이었다.



아기때부터 책을 좋아하던 두 아이는 이제 습관적으로 책을 읽었다. 아니, 습관적으로 책을 읽어달라고 했다.

잠 잘 시간이면 항상 책을 골라 침대위에 올려 놓았다. 가끔 우주백과, 지구백과 같은 백과사전도 있었고, 만화로 된 WHY책도 있었다. (만화 why책을 읽주는 것이 가장 힘들었다.)

큰 아이는 과학동화, 수학동화를 특히 좋아했고, 둘째는 창작동화, 이솝이야기 또는 공주 이야기를 특히 좋아했다. 한권씩 번갈아가며 읽어주다 보면 한시간이 훌쩍 넘어가 있었다.

책 읽어주기가 너무 힘들어 그냥 자자고 하는 날이면 세상 서럽게 울어댔다.

"엄마 제발, 딱 다섯개만, 딱 세개만, 딱 한개만....."
(지금도 날마다 책을 읽어주고 있다.)


우리 아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것은 책놀이이다.

책을 읽고 그와 관련된 여러 활동을 하는것인데, 무척이나 좋아한다.

엄마표 책놀이



'독서지도사 자격증을 따 볼까?

내가 제일 잘 하는 것으로 일도 하고 돈도 벌면 일석이조가 아닌가?'


온라인으로 자격증을 딸 수 있는 곳을 찾아보았다. 있었다. 온라인으로 강의를 듣고 시험을 봐서 60 점만 넘으면 자격증을 딸 수 있었다.

비록 민간 자격증 이었지만, 그게 어딘가?


그날부터 강의를 들었다. 내 개인 컴퓨터가 없어서 핸드폰으로 강의를 들었다. 가끔은 졸면서 듣기도 했다. 오랜만에 공부를 하려니 뇌가 움직여주지 않았다. 하지만 하고싶은 일이 생기니 힘들어도 재미있었다.


그렇게 강의를 다 듣고, 시험을 봤다. 결과는 85점으로 합격이었다.

"나 합격이야~"

"그거 개나 소나 다 주는거 아니야?"

"그럼 어때 합격인데. 몇년만에 받아보는 자격증인데~"

"그래. 열심히 해봐."

남편의 말도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뭔가 하나 해냈다는 뿌듯함으로 가득차 있었다.

아동 독서지도사 자격증


안녕하세요. 지안이, 소은이 엄마에요. 제가 얼마전에 독서지도사 자격증을 땄습니다. 그래서 책놀이 수업을 하려고해요.
책이 얼마나 좋은지 다 아시지만 집에서 읽어주기 힘드실거에요. 그리고 책만 읽기보다 그와 관련된 여러 활동들을 하면 더 흥미도 생기고, 아이들 기억에 잘 남아요. 특히 우리 아이들은 영어로 수업을 하는데, 우선 한글 개념이 없으면 아무리 영어로 배워도 힘듭니다.
혹시 관심 있으시면 연락주세요."


몇일 뒤, 용기를 내어 주위 엄마들에게 카톡을 보냈다. 많이 소심하고, 사람들 눈치를 많이 보던 내가 방글라데시에 살면서 마음밭이 많이 단단해 졌다. 떨리는 손가락으로 전송 버튼을 누르고 사람들의 반응을 기다릴때는 오랜만에 느껴본 긴장감이 감돌았다. 그리고  드디어 세 그룹의 수업을 시작하게 되었다.



첫 수업을 위해 주제를 정하고, 책을 고르고, 재료를 준비했다. 그 모든 과정이 너무 신이났다. 방글라데시에서 뭔가 할 수 있다는 그 사실 하나만으로 기뻤다.

수업료보다 재료비가 더 많이 들었지만, 그건 중요하지 않았다. 하루하루 똑같은 일상에서 특별한 나만의 삶을 개척해냈다는 사실에 그저 기뻤다.

이미 나를 이모라고 부르던 아이들 이었다. 내 아이들의 친구들이었다. 하지만 수업 중에는 내 귀한 학생들이었다.

그 중에는 책을 너무 싫어하는 아이도 있었고, 책을 좋아하지만 엄마가 읽어주기 힘들어서 참여한 아이도 있었다. 그렇게 다섯번의 책놀이 수업을 했다.  그리고 다카를 떠나게 되어 더이상 할 수 없게 되었다.

첫 수업, 나무에 대하여


개구리 책만들기 활동


인체에 대해


마지막 수업, 나의 꿈 액자만들기


"띵"

카톡이 울렸다. 다카에 살고있는 유나 엄마였다.

"언니, 잘 지내요?"

"응, 잘지내고 있어. 자긴 어때? 애들 잘 있지?"

"네. 언니 그런데 유나가 책을 읽어요."

"어머, 정말?"

"네. 책을 쳐다도 안 보던 애가 책을 읽어달라고 해서 요즘 엄청 읽어주고 있어요."

"와....... 신기하네. 보람이 있네.^^"

"네. 언니 고마워요."

"네가 뭘.^^ 나도 고마워."

"네. 언니 또 연락해요."



지금 이곳에서는 지안이와 소은이가 내 유일한 학생이다. 언젠가는 다시 자격증을 꺼내어 사용할 날이 있겠지.......



방글라데시에서 6년을 살았다. 그 곳은 한없이 외로운 곳이었다. 두려움에 떨며 잠 못 이루던 곳이었다. 갈 곳 없는 그곳에서 두 아이를 키우며 땅속으로 꺼질것 같은 우울증을 느꼈다.
그런 곳에서 아이들이 성장했다. 이 아이들 덕분에 나도 성장할 수 있었다.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 하지만 가장 행복한 나라"
그곳, 방글라데시에서 가장 마음이 가난했고, 가장 행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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