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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량 Jan 29. 2019

민들레 홀씨되어 날아오르다.

바람 불면 날아가 새로운곳에 뿌리를 내리는 민들레 홀씨되어....

"나 좀 힘들어......."

"그래. 알아......."

"이제, 그만 돌아가고 싶어."

"진심이야?"

"응, 여기 계속 살기 힘들 것 같아."

"그래, 알겠어."

"같이 기도해보자. 어떻게 해야할지."

"그래. 그러자. 애들 이번 학기는 마쳐야지."

"그래. 나 원래 인도에 가려고 그랬었잖아."

"그랬지. 근데 네팔로 왔지. 나 만나려고 네팔로 왔나봐. 그때 인도에 갔으면 날 못 만났겠지."

"그래, 모든게 네팔에서 시작됬지."

"이제, 어떻할까?

"같이 기도해보고, 특별한 뭐가 없으면 한국으로 가고싶어. 혹시나....... 인도로 가게되면......."

"설마 인도로 가게 되겠어? 난 지금까지 인도갈 생각 한번도 안 해봤어."

"그래. 그냥 혹시나 하는거야. 내가 가고싶은것은 아니고.......그래도 혹시나 인도로 가게되는 길이 열리면 가야겠어."

"그래. 알겠어."



남편과 기도를 시작했다. 아이들이 잠들고 나면 둘이서  무릎을 꿇고 기도를 했다. 방글라데시에 지쳐버린 남편은 그곳을 떠나고 싶어했다.


난 그곳이 좋았다.

아이들은 잘 크고 있었다. 친구들도 많이 생겼고, 안정적이고 규칙적인 생활을 했다.

난 일주일에 두 번 벵골어 학원을 다니며 언어를 익히고 있었고, 일주일에 세 번 책놀이 수업을 했다. 집에서 혼자 영어공부를 해서 외국 엄마들과 대화하고 함께 놀았다. 모든것이 좋았다.


기도를 하긴했지만, 난 이곳에 계속 남게 될 것이라 생각했다. 다카에 오게 되었을때 특별한 뜻이 있을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그 뜻을 아직 찾지 못했는데 설마.......

 



일주일 뒤,

남편은 메일을 열어 보더니 조용한 목소리로 날 불렀다.

"이것좀 봐봐."

"뭔데?"

" 얼른 와봐."

남편 곁으로 가서 조용히 메일을 읽었다.

조만간 인도로 발령이 날것입니다.
준비해 주세요.


"뭐라고? 인도라고?"

"그렇다네......"

"뭐야, 미리 알고 있었어?"

"아니, 나도 몰랐어. 방금 메일 받았잖아."

"헐......."


인도.......

내가 아는 인도는 범죄가 가득한 도시였다.

"강간의 나라." 그랬다. 한국의 매스컴에서는 인도에 대해  항상 무서움이 가득한 내용을 보도했다.  여자의 인권은 없는 나라, 영어를 못하면 무시하는 나라, 엄청 목이 뻣뻣한 나라.......


내가 아는 것은 이런것들 뿐이었다. 그곳으로 가야하다니.......

내가 방글라데에서 어떻게 살았는데, 얼마나 노력을 했는데.......

어두운 터널을 지나 이제야 빛을 보기 시작했는데, 인도라니.......

아는 사람 하나 없는 곳, 낯선 그곳으로 가라니......


하지만 가야했다. 그렇게 기도했기 때문이었다. 거부할수 없는 이끌림이었다.

그렇게 우리는,
익숙한 도시를 떠나,

다시 낯선 곳으로,

오게 되었다.




다시 외로움이 시작 되었다. 아는 사람이 한명도 없었다. 한인들도 많이 살지 않은 곳에 집을 구했다. 학교까지 걸어서 5분 거리.

아이들 학교에는 동양인이 몇명 되지 않았다.

차도 없다. 남편은 날마다 우버 택시로 출퇴근을 한다.

 메이드도 없다. 인도의 메이드는 워낙 힘들게 한다는 말에 처음부터 쓰지 않았다.

그 많은 이삿짐을 받아 정리하는 날, 다 버리고 싶었다. 큰 집에 살다 작은집으로 오니 내 짐들이 거추장스럽게 느껴졌다.

동네를 걸어다니면 사람들의 눈빛이 무서웠다.

방글라데시에 처음 갔을 때 그 낯설었던 풍경과 모습들.......

그랬다. 다시 모든것이 처음이 되버렸다.



아이들이 학교에 가면 집안일을 한다. 그리고 인터넷을 좀 하고 책을 본다. 그래도 시간이 많이 남는다. 작년부터 끄적이기 시작한 그림을 다시 시작해본다. 그림을 전혀 모르던 내가 그림을 그리며 시간을 보내게 되었다. 하루종일 그림을 그린다. 하루종일 영어공부를 했던것 처럼.......

 

한 달이 가고, 두 달이 가고, 여섯 달이 지났다.

이제 난, 이곳에 익숙해졌다.


아는 사람도 좀 생겼다. 이웃집 할머니와 반갑게 인사를 한다. 경비 아저씨들과도 잘 지낸다. 단골 가게가 생겼고, 단골 과일가게가 생겼다. 차가 없어도 우버 택시로 여기저기 다닌다. 그리고 숨겨져 있는 장소를 찾아다니기도 한다.

이곳에 오기 전에는 두려움이 가득했지만, 직접 와서 경험해보니 이곳도 사람 사는 동네이다. 특별히 다를게 없는 곳이다.



방글라데시에서 꽃을 피워, 그곳에서 씨를 뿌릴 줄 알았다. 하지만 여기 먼 곳까지 바람에 몸을 맡기고 날아왔다.
이곳에 뿌리를 내리고 꽃을 피우는 중이다. 아이들의 사랑은 햇님이 되어 나를 따뜻하게 감싸준다. 남편의 믿음과 신뢰는 물이되어 나를 촉촉히 젹서준다.

그리고 난 꽃을 피우려 노력중이다.



이곳에 얼마나 살지 모르겠다. 또 바람이 불어오면 그 바람에 몸을 맡기고 어디론가 날아가게 될지도.......



그럼 다시 민들레 홀씨 되어 날아가, 어딘가에 멈춰
뿌리를 내리고
꽃을 피워볼수 있을까.......


민들레 홀씨 되어 @sony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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