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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량 May 04. 2021

5월에 전하는 편지, 카네이션

꽃힐링에세이[당신의 꽃]

유난히도 뒤숭숭한 5월입니다.

세상일이 조용한  없었지만,

요즘  시끄러운 이유는 마음의 소리 때문인가 봅니다.



꿈을 꾸었습니다.


꿈속에서 엄마는 밭에 일을 하러 간다며 구부정한 다리를 내딛으며 챙이 넓은 꽃무늬 모자를 쓰고 호미를  손에 들었습니다. 꿈속에서조차 엄마는 밭일을 해야 한다 하셨습니다.


'엄마는 왜 그렇게 일을 할까? 이렇게 해가 쨍쨍한데 왜 뙈약볕 아래서 몸을 혹사시킬까?'

어린 시절의 나는 알지 못했습니다.


엄마가 된 나는 이제 알 것 같습니다.

아무리 덥고 힘들어도 일을 하러 가는 이유를...

그건 바로 자식 때문이었나 봅니다.


인도 코로나때문에 세상이 난리지만, 

엄마이기때문에 오늘도 정신을 차리고 이런 저런 일을 하며 살아갑니다. 




5월은 너무 바쁜 날이었어요.

어린이날을 챙겨 받진 않았지만, 그즈음에 꼭 운동회를 했거든요.

운동회를 하는 날이면 엄마, 아빠가 김밥과 사이다를 들고 학교에 와 자리를 잡고 앉아계셨지요.

우리의 모습을 보러 오신 건지, 동네 아줌마 아저씨들과 놀러 오신 건지   없었지만....



달리기를  잘하는 편이어서 1등을 곧잘 하곤 했어요. 손등에 1 도장을 받고 나중에 노트나 스케치북 같은 상품으로 바꿨지요.



그보다 좋은 건, 운동회 날만 되면 오던 장사치들의 물건들이었어요.

50원짜리 장난감이  더 좋고 나쁘고의 차이는 종이 한 장 정도일 텐데, 이걸 집었다 저걸 집었다 하며 고르던 고사리 같은 손들.

오렌지맛 아이스크림이나 콜라맛 아이스크림이나 그 맛이 그것일 텐데, 작은 아이스 상자에 손을 넣고 재빠르게 원하는 맛의 아이스크림을 집어가던 번개 같은 손들.

이미 아이스크림을 반쯤 먹어 치운 아이들의 손은 끈적끈적했고, 입술은 빨갛거나 노랗게 물이 들어 있었지요.


내가 좋아하던 아이스크림은 멜론맛 셔벗 아이스크림이었어요. 그건 싸구려 막대 아이스크림이 아니었지요. 주먹보다 작은 초록색  플라스틱 통에 들어있던 고급스러운 아이스크림이었어요. 뚜껑을 따고 나무 숟가락으로 퍼먹으면 입안에서 살살 녹던  . 그래서 가격도 두배였답니다.

멜론을 먹어본  없었던 우리는  맛이 진짜 멜론 맛인가 보다 생각했지요.

운동회 날에만 누릴  있는 사치였어요. 



운동회에 온 부모들의 가슴엔 하나같이 모조 카네이션이 붙어있었어요. 그건 마치, '나는 학부모다'라고 자랑스럽게 말하고 있는 것 같았어요.



스피커로 시끄럽게 들려오던 어린이날 노랫소리, 4학년 모이라고 소리치던 선생님의 목소리, 여기저기 아이들을 채근하는 부모들의 목소리, 아이들의 울음소리, 고함소리.....


5월은 그렇게 왁자지껄 시끄러웠습니다.

어린이 날과 어버이 날을 운동회로 퉁치고 지나가면 스승의 날이 되었습니다.

 날에 아이들은 들꽃을 꺾어다 선생님께 드리곤 했었지요.


스승의 날이 되면 가슴이 두근두근 했습니다.

다음 날이  바로  생일이거든요.



생일이라고 해서 케이크이나 선물을 받을  있었던 것은 아니었어요.  가장 바쁜  태어난 것이 괜히 미안해 사람들에게 말하지 못했지요. 이런저런 날들을 챙기느라 지갑도 가벼울 테니까요.

그래서 내일이  생일이라고 친구들에게조차 말하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그게 많이 아쉬워요. 

생일이 별거 아닌  처럼 생각하다 보니까, 

 스스로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더군요. 





고향 동네에 코로나 확진자가 많이 발생했다는 뉴스를 보고 걱정이 되어 엄마에게 영상 통화를 걸었습니다.

엄마는 꿈속에서 처럼 챙이 넓은 꽃무늬 모자를 쓰고 밭에 앉아 계셨지요.

뉴델리에 사는 딸은, 엄마 괜찮으시냐 안부를 물으며  읍내엔 가지 마셔라,  조심 하셔라 걱정을 했지요. 그리곤 함께 깔깔깔 웃었습니다.


고향 뉴스 하나만 봐도 가슴이 덜컥하는데,

쏟아지는 인도 뉴스에 엄마는 얼마나 심장이 벌렁 거릴까요?

 생각을 하니 눈물이 핑~ 돌았습니다. 



엄마와 통화를 끊고 아마존에 들어가 내 생일 선물을 골랐습니다.

이번엔 나에게 특별한 선물을 하나 하고 싶었거든요.

고생이 많다고,

잘하고 있다고,

그리고 바쁜 와중에도  태어나 주었다고 

스스로에게 말하고 었습니다. 



부모의 마음은 다들 비슷하겠지요.

자식이 안전하기를 바라는 마음,

 지내기를 바라는 마음.

 마음을 담아 모든 

부모들에게 카네이션을 전합니다.





행복한 5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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