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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량 May 11. 2021

누군가에게 기억된다는 건, 물망초

[꽃힐링에세이] 당신의 꽃



"선량 씨 잘 지내요?"

누구지? 내 이름을 아는 걸 보니 분명 아는 사람인데...

그녀의 이름을 몇 번이고 되새겨 보았다. 그런데 누군지 생각나지 않는다. 프로필 사진을 눌러보았다. 사진을 봐도 누군지 모르겠다.

!! 큰일 났다. 도대체 어디서 만난 사람이지??




해외생활을 하는 동안 만난 사람이 많은 만큼 헤어진 사람도 많다. 한 곳에 오랫동안 머물렀다면 인간관계의 범위가 이렇게 넓어지진 않았을 것이다.



싱글  2 동안 지냈던 네팔에서 만난 사람들,

결혼 후 어린아이와 함께 첫 해외생활을 했던 치타공에서 만난 사람들,

두 아이의 엄마가 되어 지냈던 다카에서 만난 사람들,

아는 사람 하나 없던 뭄바이에서 그나마 관계를 가졌던 교회 사람들,

뉴델리에 와서 새롭게 만난 사람들...


내 핸드폰엔 여러 나라에서 만난 여러 사람들의 연락처가 여전히 저장되어 있다.

여전히 연락을 하며 지내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추억은 있되 연락은 잘하지 않는 사람들도 있다.

잊을만하면 안부를 묻는 사람도 있고, SNS로 간간이 소식을 주고받는 사람들도 있다.

한국으로 귀국한 사람들도 있고, 우리처럼 다른 나라로 떠나 새로운 삶을 사는 사람들도 있다.



이들에게 나는 어떤 사람으로 기억될까?

지금의 내 모습은 그들에게 어떻게 비칠까?


물망초 @goodness 선량




과거의 나는 지금보다 많이 소심했다. 사람들 앞에 나서는 것도 싫어했고, 내성적인 성격 때문에 말하는 것도 부끄러웠다.

지금의 나는 글을 쓰고, 강의를 하고, 모임을 만들고, 리더 역할을 한다.



  송이의 꽃만 있을 때는  꽃의 세세한 것을   있다.


꽃잎 몇 개가 모여있는지, 어떤 모양으로 겹쳐지는지 관찰할  있다. 어떤 색깔로 이루어져 있는지, 꽃대가 어떤 모양인지,  꽃술이 어떻게 생겼는지 자세히   있다.

물망초 @goodness 선량




하지만 한대 뭉쳐있는 꽃다발을 멀리서 바라볼 때는

꽃의 아름다움만 눈에 들어온다.

 하나하나에 깃든 흠이나 작은  결점은 보이지 않는다.




SNS 통해 간간이 소식을 듣는 사람들이 나를   이렇게 이는  아닌지...

과거의 나와 지금의 나를 비교하며 지나치게 칭송하거나  소심했던  모습은 가짜였다고 생각할지도. 


다수에 묻힌 내 결점은 눈에 띄지 않을지도 모른다.



이것도 저것도 모두 내 모습이지만, 여전히 많이 부끄럽다.

지금의 나는 여전히 소심하고 내성적이지만, 조금 단단해졌을 뿐이다.


이래도 저래도 나를 잊지 않고 기억해주는 것은 정말 감사한 일이다.


물망초 @goodness 선량







그녀의 프로필 사진엔 아이의 사진이 있었다. 아무리 봐도 도대체 누군지 모르겠다.

어디서 만난 사람이지? 나를 어떻게 알지?

프로필 사진을 내려보며 자세히 뜯어보았다. 그중에 아이의 이름을 발견했다.


아!! 이제야 기억났다.

뭄바이에서 함께 구역예배를 드렸던,

내 큰아이와 같은 나이의 딸을 키우던,

남편을 따라 잠시 인도에 왔던,

한국에 돌아가 다시 일을 해야 하는 것을 걱정했던,

바로 그녀였다!!

 이름을 까맣게 잊어버렸다니....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하마터면 “누구세요?”라고 물어볼 뻔했는데,  하나의 단서 덕분에 기억의 물꼬를 터트렸다. 

그제야 그녀에게 안부를 물으며 아는 체를 했다.


인도 뉴스를 보고 걱정이 되어 연락을 했다고 했다.

조심히  지내라며 걱정해주었다. 

한국에 오면 연락하라는 말과 함께. 



물망초의 꽃말은 '나를 잊지 말아요!'이다.


스쳐간 인연들에게 잊혀 저도 괜찮다 생각했는데,

나를 기억해주는 사람을 만나니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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