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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량 Feb 02. 2019

(동화) 엄마의 반지#1

엄마가 쓰는 동화. #4


은이는 엄마 몰래 안방으로 들어갑니다. 그리고 엄마의 서랍을 조심스레 열였습니다 그곳에는 작고 오래돼 보이는 상자가 하나 있었습니다. 은이는 살짝 안방 문을 닫고 다시 제자리로 돌아와 그 작은 상자를 살며시 열어보았습니다. 그 상자 안에는 반지가 들어있었습니다. 반짝반짝 다이아몬드가 박힌 반지였습니다. 은이는 반지를 꺼내 자기 손가락에 껴보았습니다. 은이 손가락에는 많이 컸지만, 반지를 낀 손이 너무 예뼈 보였습니다.

‘나도 나중에 사랑하는 사람이 생기면 반지를 꼭 선물해 달라고 할 거야. 그리고 그 사람과 결혼을 해야지. 엄마, 아빠처럼 말이야.’




며칠 전이었습니다. 그날은 엄마, 아빠 결혼 기념이라 함께 외식을 하는 날이었어요. 그런데 엄마의 손가락에 못 보던 반지가 끼어있었습니다. 평소엔 엄마 손가락엔 아무것도 없었거든요.

“와, 엄마 예쁘다. 엄마 이거 무슨 반지야?”

“응, 아빠랑 결혼하기 전에 아빠가 엄마한테 사랑한다고 선물로 준거야. 오랜만에 생각이 나서 껴봤는데, 살이 쪄서 그런지 꽉 끼네.”


엄마는 집에 돌아오자마자 반지를 뺐습니다. 은이는 엄마가 그 반지를 어디에 넣은 지 유심히 지켜보았습니다.



은이는 그 반지가 너무 마음에 들었어요. 작은 보석들이 총총히 박혀 있었거든요. 보석이 크진 않았지만 작은 보석들이 한데 모여 있으니 왠지 더 반짝이는 것처럼 느껴졌어요.

분명히 다이아몬드 일거야. 아빠가 엄마한테 저렇게 예쁜 반지를 선물했다니, 역시 우리 아빠는 멋있어.’


은이는 아빠를 특히 좋아합니다. 아빠는 은이에게 화도 잘 내지 않고, 과자도 실컷 먹게 허락해 주거든요. 특히 오빠가 엄마랑 공부를 하는 시간에는, 엄마 몰래 핸드폰을 만질 수 있게 허락해 줍니다. 엄마한테 들키면 큰일 나기 때문에 아빠와 둘만의 비밀로 하고 있지요. 그런 너그러운 아빠를 은이는 많이 사랑했어요.

그런 멋진 아빠가 엄마에게 선물한 반지라니, 너무 로맨틱하게 느껴졌습니다.



은이는 헐렁한 반지를 가운데 손가락에 끼고는 방에서 빙그르르 돌아보았습니다.

“나에게 이런 예쁜 반지를 선물해 줄 왕자님은 누굴까? 인수처럼 멋진 남자였으면 좋겠는데.......”


인수와 은이는 같은 유치원 친구입니다. 인수는 멋지게 생겼고 친절해서 모든 아이들이 좋아하지요. 은이는 인수가 자기 손가락에 반지를 껴주는 상상을 하며 방을 이리저리 서성거렸습니다.


“은이야, 안방에서 뭐하니?”

갑자기 엄마가 방문을 벌컥 열었습니다. 은이는 얼른 엄마 반지를 바지 주머니에 넣었습니다.

“아무것도 아니야, 엄마.”

은이는 시치미를 뚝 때고 거실로 나갔습니다. 가슴이 콩닥 거렸지만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책을 집어 들었습니다. 그 책은 은이가 가장 좋아하는 앤서니 브라운의 ‘돼지책’이었습니다.

그 책에 나오는 아빠와 아들들은 제멋대로 굽니다. 그리고 엄마는 집을 나가버리죠. 그리고 아빠와 아들들은 돼지로 변합니다. 엄마가 없는 집은 엉망이 되어 돼지우리 처럼 되지요.

그 책을 읽을 때마다 은이는 엄마가 집에 있어서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을 했습니다.


“은이야, 유치원 가야지.”

“응, 엄마.”

은이는 책을 내려놓고 엄마를 따라 밖으로 나섰습니다.



오후 4시가 되어 엄마가 은이를 데리러 왔습니다. 은이는 반가워 달려가 엄마품에 안겼지요.

“엄마, 오늘 그림을 그렸는데 내가 제일 잘 그렸어. 선생님이  칭찬해 줬어.”

“정말? 우리 은이가 그림을 정말 잘 그렸나 보구나.”

“응, 그런데 엄마 나 놀이터에서 조금만 놀다 가면 안될까?”

“그래, 알겠어. 그런데 20분만 놀다 갈 거야.”

“응, 알겠어.”



유치원에서 집에 가는 길에는 작은 놀이터가 있습니다. 바닥은 모래로 되어있고, 그네와 미끄럼틀이 있는 놀이터입니다. 은이는 특히 그네 타는 것을 좋아합니다.

은이는 쏜살같이 달려가 그네에 앉았습니다. 그리고 뒤로 뒤로 발을 구른 다음 힘껏 그네를 밀었습니다. 그네는 높이높이 올라갔다 내려왔습니다. 은이는 꼭 나비가 된 것 같은 느낌이 들었습니다. 은이는 더 높이 높이 올라갔습니다. 그때, 은이의 주머니에서 반짝이는 반지가 데구루루 굴러 떨어졌습니다. 그리고 모래 바닥으로 떨어졌지요. 은이는 그것도 모르고 더 높이 올라가려고 모래 바닥에 발을 딛고 더 힘껏 굴렀습니다.


은이는 더 높이높이 올라갔고, 반지는 은이의 발길질에 데구루루 굴러 어딘가로 사라져 버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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