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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량 Feb 01. 2019

인도에서 크는 아이

좀 느려도 괜찮아.

첫째 지안이는 한국 나이로 9살이다. 하지만 생일이 12월 27일이라 또래보다 어려 보인다.

다행히도 외국 사람들은 나이나 생일에 매우 관대하다. 한국에서처럼 나이를 따지고, 생일을 따지지 않는다. 형, 누나라는 말도 딱히 없다.

지안이는 지금 프랑스 초등학교 1학년이다. 이번 9월이 되면 2학년이 된다.

처음 프랑스 학교에 입학한 나이가 7살이었는데, 프랑스 말을 전혀 못 했기 때문에 1년 낮추었다. 그래서 지금 같은 반 아이들은 모두 2012년생들이다. 그래서인지 아이는 꽤 잘 따라가고 있다.



지안이가 아기였을 때는 생후 80일, 생후 95일, 생후 135일, 이렇게 검색을 해보곤 했다. 비슷하게 태어난 아이들의 성장 모습을 보며 우리 아이의 모습과 비교를 많이 했다. 비슷한 개월의 아이들에 비해 발달이 조금 느리면, 우리 아이가 느린가? 하며 한없이 마음 졸이다가, 조금 빠른 모습이 보이면, 우리 아기가 좀 빠른가? 하며 한없이 설레었다.


아이의 언어가 조금 느린 것은 아닌지, 기저귀 뗄 시기가 됐는데 못하는 것은 아닌지, 한글을 떼야하는데 못하는 것은 아닌지.......

비교하고 비교하고 또 비교했었다.

(한국에서 행해지는 영유아 발달 검사가 좋긴 하지만 비교를 조장하는 것은 아닌가 라는 개인적인 생각을 해보았다.)


이렇게 비교하는 것이 쓸데 없다고 생각하게 된 것은 아이가 6살이 되어서였다.


지안이는 언어도 한글도 느렸다.

아기 때부터 책을 그렇게도 많이 읽어주었지만 한글을 알지 못했다. (오히려 둘째가 너무 빨랐다.) 특히 쓰는 것을 너무 싫어하고 힘들어했다.(지금도 쓰는 것을 힘들어한다.)

다행히 한글은 뗐지만 여전히 맞춤법은 다 틀린다.



학교에서 배우는 프랑스어, 영어도 해야 하고 한글도 해야 하는 우리 아이, 어떻게 가르쳐야 할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공부를 잘하지 않는다.

학교 끝나고 집에 오면 유튜브를 한 시간 정도 실컷 보면서 스트레스를 푼다. 알람이 울리면 끄고 그때부터 놀기 시작한다. 혼자 놀기도 하고 동생과 놀기도 하고 엄마랑 놀기도 한다. 6시에 이른 저녁을 먹고 또 논다. 밖에 잠깐 나가 축구를 같이 한다. 그리고 아빠가 오면 같이 산책을 하고 집에 간다. 그리고 학교 숙제를 하고, 책을 보고 잔다. 학원도 다니지 않는다. 가끔 이런 아이를 보며,

’한국 가면 적응이나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한다.


한국에 살았으면 어림도 없는 생활을 누리고 있다. 너무 놀아서인지 가끔 너무 천진난만한 모습을 보기도 한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책을 좋아한다는 것이다. 한글 공부를 잘 못하니 책이라도 많이 읽어줘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지안이는 학습만 느린 것이 아니라 신체 발달도 좀 느리다. 아직도 이가 하나도 빠지지 않았다. 앞니가 흔들린 지가 몇 달째인데, 절대 못 빼게 한다. 힘만 조금 주면 쑥 빠질 것 같은데, 저절로 이가 빠질 때까지 기다리겠다고 한다.


지안이는 기다려줘야 하는 아이이다.


왜 이렇게 느리지.......걱정하며 마음 졸였지만 어느새 저절로 성장하고 있고, 커 가고 있었다. 아이를 사랑해주고 기다려주고, 인정해주는 엄마 사랑의 물을 먹고 아이는 크고 있다.


한글도 그럴 참이다. 아이가 저절로 쓰는 것을 좋아하게 될 때까지 기다려주려고 한다.



오늘, 아이의 science 시험이 있는 날이다. 식물에 관한 내용인데, 뿌리, 줄기, 잎, 토양, 물, 양분 등 어려운 용어가 꽤나 있었다. 다행히도 아이는 영어는 몰랐지만 이미 책으로 읽어서 그 의미와 개념을 알고 있었다. 학교에서 배운 영어 개념을 기억하고 있는지 궁금해 어제 한번 물어보았다.

“지안아, 나뭇잎에서 만들어지는 게 뭐지?”

“oxyzen?”

“오~ 잘하는데?”

“뿌리에서 흡수해서 줄기로 보내는게

뭐지?”

“water and food?”

“오~~ 기억하고 있네?”

아이는

멋쩍은 표정을 지으며,

“다 알아.”  한마디를 덧붙였다.


아이는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잘 크고 있다. 나의 조바심과 비교만 없으면 될 것 같다.

가끔, 한국이 아닌 이곳에서 아이들을 키우는 게 한없이 감사할 때가 있다. 하루 종일 놀 수 있기 때문이다.

언젠가 한국에 가게되면 지금의 시간들을 생각하며 또 무언가를 열심히 하게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지금은 그냥 놀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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