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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량 Feb 02. 2019

(동화) 엄마의 반지#2

엄마가 쓰는 동화.#4


집에 돌아온 은이는 먼저 손을 씻고 옷을 갈아입으려 바지를 내렸습니다. 그때 번뜩 무언가가 은이의 머리를 스치고 지나갔습니다.

‘아, 맞다. 반지!’

은이는 바지 주머니에 손을 찔러 넣었습니다. 하지만 반지는 없었습니다.

‘이상하다. 분명히 여기에 넣어 두었는데.......”


은이는 덜컥 덥이 났습니다. 바지와 윗도리, 가방을 샀샀이 뒤졌지만 반지는 보이지 않았습니다.

‘어.... 어떡하지! 엄마가 알면 안되는데.......’

순간 은이는 눈물이 나올 것 같았습니다.

“은이야, 얼른 옷 갈아입고 나와, 저녁 먹자.”

“내가 알아서 할 거야.”

은이는 진짜 마음이 엄마에게 들킬까 봐 오히려 더 큰소리로 말했습니다. 가슴이 콩닥 거렸습니다. 갑자기 입맛이 뚝 떨어졌습니다. 엄마 얼굴을 보는 것이 무서워졌습니다.

‘분명히 유치원에서 놀 때는 있었는데....... 놀이터에서 잃어버렸나?’

은이는 갑자기 아무것도 하기가 싫어졌습니다. 얼른 내일이 되어 유치원과 놀이터에 가서 반지를 찾아야겠다는 생각뿐이었습니다.

“엄마, 나 밥 먹기 싫어. 일찍 잘래.”

“왜 그래? 어디 아프니?”

“아니, 그냥 먹기 싫다니까!”

은이는 괜히 엄마한테 더 짜증을 냈습니다. 엄마한테 미안한 마음과 들킬까 봐 걱정되는 마음이 한대 엉켜 가시를 만들어 냈습니다. 은이의 마음속에 있던 가시는 자꾸 은이의 입을 통해 나왔습니다.

“아니, 얘가 왜 저래. 놀이터에서 잘 놀고 와놓고선. 알았어. 짜증 그만 내고 얼른 들어가 잠이나 자.”


은이는 괜히 문을 쾅 닫고 방으로 들어가 침대에 누웠습니다. 그리고 이불을 뒤집어쓰고 눈을 감았습니다. 잠은 오지 않았지만 그냥 눈을 뜰 수가 없었습니다. 제발 엄마가 반지 상자를 열어보지 않기를, 그리고 내일 꼭 그 반지를 찾아서 다시 제자리에 돌려놓을 수 있기를 마음속으로 빌고 또 빌었습니다.




깜빡 잠이 들었던 은이는 아빠가 들어오는 소리에 잠이 살짝 깼습니다. 다른 날 같으면 뛰어 나갔을 텐데, 오늘은 꼼짝도 하기가 싫습니다. 은이는 그냥 두 눈을 감고 자는 척을 했습니다. 그때였습니다. 갑자기 아빠의 목소리가 크게 들렸습니다.


“아니, 왜 자꾸 나한테만 뭐라고 하는 거야? 당신이 잘하면 되잖아.”

“아니 왜 화를 내고 그래요? 같이 잘해보자는 거잖아요.”

“지금까지 일하고 들어왔는데 자꾸 그런 말을 하면 나라고 기분 좋겠어?”

“나는 뭐 지금까지 놀았어요?”

엄마, 아빠가 싸우는 소리였습니다


은이의 엄마 아빠는 평소에 잘 싸우지 않습니다. 오히려 사이가 매우 좋은 편입니다. 은이는 덜컥 겁이 났습니다.


‘내가 엄마 반지를 잃어버려서 엄마, 아빠의 사랑이 깨져버렸나? 어떡하지, 어떡하지......’



은이는 갑자기 돼지책이 생각났습니다.

‘엄마가 그 돼지책에 나오는 엄마처럼 갑자기 사라지면 어떡하지? 우리 집이 돼지우리처럼 되면 어떡하지?’


은이는 모두 자기 때문인 것 같아 잠을 잘 수가 없었습니다. 그렇게 한동안 마음을 졸이며 누워있다가 스르르 잠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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