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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량 Nov 10. 2021

자아실현을 위해 시작한 글쓰기, 그 너머를 보다.

선량이의 글쓰기를 글쓰기

언제부터  글을 쓰기 시작했는지 정확하게 기억나지 않는다. 어떤 기억은 오래될수록 선명하게 떠오르는데, 또 어떤 기억은 얼마 되지 않았는데도 무의식 저 너머로 숨어버려 아무리 애를 써도 잡히지 않는다.

역시 기억이란, 정답이 딱 나오는 수학의 개념과는 먼 것인가 보다. 나이와 비례하지도, 그렇다고 반비례하지도 않으니.


요즘은 몇 년 전에 어디서 살았는지조차 헷갈리기 시작했다. 과거의 순간을 떠올리기 위해 마흔둘부터 마흔 하나, 마흔, 서른아홉, 서른 여덟로 거슬러 내려간다.

천천히 시간을 거슬러 내려가는 길, 가파른 언덕길에서 좌우로 고개를 돌리며 기억의 흔적을 찾다가 서른여덟의 골목에서 잠시 멈췄다.

막 서른여덟이 되었던 해, 1월 31일의 자취를 발견했다. 2017년, 방글라데시였다.




내가 글을 쓰기 시작한 이유는 당신의 시작과 크게 다를 바 없다.

엄마나 아내의 일 말고 다른 일을 하고 싶어서

진정한 나를 찾고 싶어서

나를 드러내고 싶어서

진정한 자아를 찾고 싶어서

성취감을 느끼고 싶어서

글로 소통하는 것이 좋아서


이 모든 이유를 단 하나의 문장으로 함축한다면 바로 “자아실현의 욕구”가 아닐까 싶다.


매슬로우의 욕구 5단계를 살펴보면 아래와 같다.

매슬로우 욕구 5단계

즉, 인간이 가지는 욕구 중 가장 최상위에 위치한 자아실현의 욕구를 만족시키기 위해 글을 쓰기 시작했다.



그렇다면 왜 하필 “글”이었을까?


그림도 있고 노래도 있고 춤이나 운동 등, 자아실현을 위해 할 수 있는 많은 엔터테인먼트가 있다.

하지만 이 모든 활동 중에서도 “글쓰기”는 진입장벽이 가장 낮고 가장 싸다!! 펜과 노트 또는 핸드폰이나 컴퓨터만 있으면 가능한 일이니까.

책을 출간하거나 전문 작가가 되기 위해서는 그만큼의 시간과 노력, 돈이 필요하겠지만, 자아실현을

위한 글쓰기 즉, 나를 위한 글쓰기는 그런 게 필요 없다.

나 역시 방글라데시에서 아이들을 키우는 전업주부로만 살다가 블로그에 글쓰기를 시작했고, 브런치로 옮겨 글을 계속 쓰고 있다.


전업주부라는 위치는 아무도 눈치를 주진 않지만 자신을 위해 돈을 쓰는 일이 이상하게 눈치가 보인다. 그건 사회가 만들어놓은 통념일 뿐이고, 전업주부 또한 가치가 있는 일이라는 걸 머리로는 알지만, 막상 나에겐 적용하기가 힘들었다. 그래서 돈이 들지 않는 글쓰기를 할 수밖에 없었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블로그와 브런치에 나를 위한 글쓰기를 하면서 “자아실현의 욕구”를 충분히 실현할 수 있었다.


하지만 언제까지 “나”만을 위해서 글을 쓸 수는 없는 법이다.

글쓰기를 통해 자아실현을 이루었다고 해서 온 천하가 내 편이 되는 것도 아니고, 그 자아실현이 영원히 지속되는 것도 아니다.


나는 매슬로우의 다섯 번째 욕구 위에 한 가지를 더 넣고 싶다. 바로, “공헌감의 욕구”이다.


내 자아실현을 이루었다면 그다음엔 “타인의 자아실현”을 도와줄 차례이다. 누군가에게 도움을 주고받은 공헌감은 인간이 느낄 수 있는 가장 큰 행복감이니까.

“나”로 시작해 “우리”가 되었을 때 그 행복감의 지경은 점점 더 넓어지고, 좀 더 단단해진다.


그래서 나는 이제 나를 위한 글이 아닌 “우리와 당신”을 위한 글을 쓰고 싶다.




기억은 역시 심오한 과학의 개념과도 별개인 모양이다.

과거를 더듬어 가던 기억의 길목에서 미래를 만났기 때문이다. 그건 내 글쓰기의 미래이자 당신께 전하고 싶은 진심이기도 하다.



내가 글을 쓰기 시작한 이유와 당신의 시작이 같다면,

혹시나 이미 “나”를 위한 글쓰기를 충분히 했다면,

이제 조금 더 나아가 “우리와 당신”을 위한 글을 써보는 건 어떨까?


분명, 공헌감이 깃든 지극한 행복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글쓰기를 글쓰기 공동 매거진은

읽는인간 진아 ,선량 세 명의 작가가 글쓰기에 대한 경험과 생각을 쓰는 공간입니다.

서로 출발한 항구가 다르다 보니 다양한 글쓰기의 항해를 만나게 될 것입니다. 하지만 결국, 드넓은 활자의 바다를 건너 글쓰기라는 같은 곳을 향하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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